기독교문화 17

알 수 없는 세상

알 수 없는 세상 어쩐지 책 제목이 익숙해 장바구니에 담기가 애매하다. 중고 책을 사면서 가끔 겪는 일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몇 권 되지도 않는 책꽂이를 샅샅이 훑는다. 어디에 숨었는지 없는 것인지 눈에 띄지 않는다. 다음날도 마음에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어제 그 책을 찾았다. 꼭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사고는 읽지 못하고 구석에 방치해 두었다가 세월 지나 발굴해 낸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면 혼란스럽다. 이삼십 분을 책 한권 찾는데 허송하고는 ‘가나다’ 순으로 책을 정리할까 하다가 그래도 ‘연관된’ 책들은 함께 있어야지 하고, 몇 권 된다고 난린가, ‘기억력’이 문제지…,에 이르는 과정을 오늘도 거친다. 얼마 전 ‘카톡’으로 모바일 청첩장이 들어왔다. 인근에 사는 오랜 기간 가까이 지내던 ..

기독교문화 2022.05.30

영원한 현역 목회자

영원한 현역 목회자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던 이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아는 이들을 여럿 만났는데 그 중에서도 한 자리에서 맛난 음식을 함께 나눈 연세 지긋한 목사님 내외분이 더욱 반가웠다. 긴 세월 한 동네에서 주님의 일을 하는 동역자요 선후배로 또 성경읽기와 취미활동을 함께 했었다. 올해 팔순이 되셨다고 하는데 몸이 꼿꼿하고 건강해 보이신다. 60대 후반 같다고 하니 고맙다 하신다. 사모님과는 한 살 차이라 하는데 역시 나이 들어 뵈지 않으셨다. 현역 목회에서는 오래 전에 물러났지만 한쪽 모서리를 굳건히 지키고 계시는 것 같다. 아들 중 한 분이 목회를 하니 그 현장을 떠나지 않고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기도를 하신다. 새벽과 저녁으로 하루에 네 시간 가량 기도하신다고 한다. 여..

기독교문화 2022.05.22

이런 성탄절이 올 줄이야

이런 성탄절이 올 줄이야 성탄절 아침이다. 내 목회경험으로 가장 피곤해야 할 때인데 그렇지 않다. 세상이 사랑과 기대로 설레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며칠이나 캐롤이 울렸을까? 영 낯선 성탄풍경이다. 모두가 얼어붙고 조심스런 가운데 어찌할 줄 모른다. 성탄의 주체처럼 행동했던 가게들과 유흥업소도 조용하고 그들에게 밀렸던 교회들은 때 아니게 잠잠하다. 산타의 왕래도 눈에 띄지 않고 선물들이 오가는 것 같지 않다. 교회에는 성도들이 예배드리러 올 수 없다. 떠들썩하던 성탄절 전야의 거리도 한적했을 뿐이다. 불야성 같았던 유흥가의 불이 꺼지고 이 땅이 ‘고요한 밤’이 되었다. 아마도 처음 그리고 초창기의 성탄이 이러했을 게다. 이 유례없는 풍경을 거치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 지나치게 오만하지 않았..

기독교문화 2021.01.05

무식에 대한 고백

무식에 대한 고백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속고 있다. 내가 무식한 걸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나는 무식하다. 내 천연덕스러움에 속는 줄도 모르고 그들이 속고 있는 게다. 그런 일이 계속되니 서로 최면에 걸려 나도 내가 무식하지 않은 것 같고 내가 무식하다하면 그들은 겸손하다 한다. 이제부터 내 무식을 고백해 보자. 나는 목사라고 불린지 서른 하고도 일곱 해가 된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몰입하면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는데 그 기간의 배하고도 또 배가 되어 가는데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 성경만 해도 그렇다. 사람들은 내게 많이 읽었다고 하지만 등장하는 나라와 지역, 시기가 헷갈린다. 게다가 예언서 부근에 가면 길을 잃고 뒤로 갈수록 비슷해 긴가민가하기만 하다. 아직도 믿음과 상식이 배..

기독교문화 202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