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문화

힘을 가져야 하나

변두리1 2020. 4. 6. 19:05

힘을 가져야 하나

 

연세 지긋한 목회자 한분이 교회가 힘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하나가 되어야 한단다. 나는 교회가 힘을 가져서 무얼 하려 하냐고 반대했다. 의견이 하나로 고정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전체주의 사회나 군대가 아닌데 어떻게 일사분란하게 하나가 될 수 있나. 그 분은 한국교회초기에는 기독교인이 1.5펴센트 밖에 안 되었지만 사회에서 지도적 역할을 감당하고 31운동을 이끌어 독립을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지도적 역할 못지않게 중요한 게 단단한 바닥이 되어주고 따라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주 모여 서로 생각을 나누고 위안을 얻는 모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교회가 원성의 중심에 선듯하고 지역에서 눈총을 받는 것 같다. 국가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지역을 섬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것이 깡그리 무시당하는 듯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31운동 덕에 해방이 되었다는 말에 29년간의 간격을 무시하고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냐고 하니 답이 궁한 모양이다. 3월 초에 만세운동이 일어나고 4월에 임시정부를 만들어 임시정부 주도로 해방을 이뤘다고 했다. 그게 우리 논리지 객관성을 지닐 수야 있나. 연합국이 동맹국에 승리해 해방을 맞은 게지.

교회가 힘을 갖는 것을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한 집단이 힘을 가지면 그 힘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나타나고 힘이 있으면 그것을 사용하게 된다. 일사분란하게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고 행동하는 대표적인 무리가 군대와 조직폭력집단이다. 그들을 상징하는 말이 상명하복이다. 복종하지 않으면 하극상이 되고 배신이다. 그렇다면 정신적 지도자라 자부하는 이들이 모인 교회의 목회자 집단이 어떻게 다른 의견이 없이 힘을 한 곳으로 모으려 하는가. 한 곳으로 의견이 모이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 만장일치는 바람직하기 않다. 개인의 의견이 무시되거나 현저한 힘의 격차로 있는 곳에서 나올 수 있는 결과다.

만장일치 사안에는 여럿이 의견을 나눌 필요가 없다. 그렇게 자명한 것은 한둘이 결정하면 족하다. 하나의 의견으로 힘을 행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 폭력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군대가 그 국민들에게 얼마나 어려움과 아픔을 주었는가를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이다. 그분이야 말로 힘을 가지려하면 얼마든지 소유할 수 있었다. 열두 영 더되는 천군을 동원해 상대를 무찌르고 십자가를 지지 않을 수도 있었고 로마군을 무찌르고 보란 듯이 이스라엘을 해방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부당한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

힘을 가진 이에게 사람들이 모여든다. 잘 사는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득을 볼 수 있는 유리한 곳으로 가서 조금이라도 나은 위치에 서려는 게다. 힘의 정점에 서면 많은 이들에게 떠받들려 제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우리 현대사에서 한 사람, 대통령에게 힘이 집중되어 임기를 마치면 감옥으로 가는 것이 정해진 과정처럼 서글픈 현실을 보아야 했다.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쏟았던 희생과 노고도 부인할 수 없고 탁월한 판단역과 지도력을 소유한 분들이었지만 거대한 힘이 그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힘을 갖지 못한 이들은 낮은 자세로 조심하며 살아간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에 온 힘을 다한다. 힘을 가진 이들이 처음부터 잘못되는 것은 아니다. 힘에 취하면 초심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마음이 어느 순간 풀어지고 도움을 받은 이들이 아쉬운 소리를 하면 거절하기도 어려울 게다. 힘이 한 곳에 집중되는 집단일수록 본인이 나서지 않아도 그 힘이 잘못 사용될 수 있다. 그 힘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이들이 과잉충성을 하고 힘 있는 이에게 잘 보이려 서로 무한 경쟁할 것이다.

힘 가진 이의 지연 혈연 학연 등 모든 연줄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용되고 관계자들은 그 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잘 보이려 거절하지 못한다. 그런 일이 관행이 되고 그 분을 사칭하는 이들이 생겨난다. 필연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억울함이 쌓인다. 힘이 집중돼 생기는 일이다. 힘이 마력을 부린다. 권세와 인정을 허락하고 편리함을 선사한다.

힘 있는 이들, 뜻을 이루고 성공했다고 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위기가 찾아온다. 도전을 제일 많이 받는 이가 챔피언이 아닌가. 높은 곳에 오른 이가 더 바람을 타게 되고 떨어질 위험이 클 것은 당연하다. 힘이 있는 이들은 다스리려 하고 무언가를 이루어 보여주려 한다. 힘은 그 자체가 움직이려 하고 성취하려는 본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나도 육체적인 강한 힘이 있었더라면 몇 번 사고를 쳤을 게다. 그것도 작은 일이 아니라 큰일을 저질렀을 게다. 억울함과 분함을 심하게 느꼈던 순간에 억제하지 못하고 폭발했다면 오늘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힘이 없어 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잘못을 막아준 게다.

개인적으로는 교회들이 일사불란하게 하나로 의견이 모아지고 힘을 드러내는 것보다 다양한 의견과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그 길이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에 더 적합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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