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가슴이 시키는 대로

변두리1 2018. 7. 16. 10:01

가슴이 시키는 대로

왜 세상 때문에 내 꿈을 포기해야 하는가? -

 

  보기 드물게 시원한 책이다. 중고로 산 엄청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다. 15년이 더 넘은 책이지만 후련하다.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지은이 성악가 이점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다른 이에 대한 배려는 없다. 우리 사회가 배려가 없어지고 다 자기중심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저자의 남편이나 파울을 향한 저자처럼 돌려받을 마음 없이 베푸는 것이 아니면 배려는 좋지 않다.

  어려서부터 쉽사리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이루어질 때까지 노력하는 아이, 기회라고 생각되면 놓치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저렇게 악착같을까. 바늘도 안 들어가겠다. 그런 말을 들으며 살았을 것 같은 저자가 존경스럽다.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확실하니 얼마나 좋은가. 목적지까지 직선처럼 그어놓고 그 길을 따라 쉼 없이 뛰다보니 가까워진 게다. 삶의 목적지가 끝이 있을까. 가다가다 끝이 나버리는 거지. 저자는 이미 출발지로부터 먼 길을 왔다. 평범한 이들보다 두세 배의 열정과 의지로 열악한 환경에서 꿈꾸기 어려운 지점까지 도달해 있다. 중학교도 마치지 못할 처지에서, 교과서는 모두 불타고 등록금도 주지 않겠다고 해도 대놓고 학교를 그만 다니라고 해도 음악선생님의 도움으로 친구의 장학금을 양보 받아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다. 남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이다.

  고등학교를 갈 수 있다는 한 가지 사실에 마산 한일합섬에 취직을 하고 한일실업고를 다닌다. 월급을 타도 집에 한 푼도 보내지 않고 배우고 싶던 피아노학원을 다닌다. 월급 4만원에 피아노 학원비 만 오천 원, 얼마나 간절히 원하던 것인지 그냥 알겠다. 생산직에서 사무직으로 옮길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 누구 주산 할 줄 아는 사람 없느냐는 질문에 자원을 한다. 그 주산도 초등학교 때, 욕심으로 배워둔 것이었다. 돈이 없어 거짓말로 한 달 후에 주겠다고 하고 두 달이 못되게 익힌 그 실력이 그 때 큰 도움이 된다. 어느 순간에 무엇이 도움이 될지 모르니 기회가 되는 대로 익혀두는 게다. 그녀의 치열한 삶의 방식을 보는 것 같다. 주산실력으로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빈 사무실에서 노래연습을 한다. 노래를 하고 피아노를 칠 수 있을 것 같아 교회를 가고 성가대에 선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마산여성합창단에 들어가 활동을 하면서 지휘자 선생님의 도움으로 성악을 지도해줄 스승을 만난다. 그 스승은 형편이 어려움을 듣고 지도비를 특별히 낮추어 받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받는 조건으로 월 6만원, 그 때 그녀가 받는 월급이 12-3만 원이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가 성악을 배우려고 피아노를 치고 성악지도를 받으며 교과공부를 하면서 직장을 다니는 슈퍼우먼 같은 일정을 소화해낸다. 피아노학원을 다니는 동안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고 보통 사람들보다 네 배의 빠르기로 육 년을 개근하며 다녔다니 그 열정과 의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서 어떻게 공부했을지는 상상으로도 충분히 알겠다. 그럼에도 일학년 때에는 교양과목 실력이 달려서 장학생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등록금을 위해 셋돈을 빼야 했을 때, 든든한 후원자인 작은 오빠가 나타나 해결해 준다. 그 후로는 장학금을 놓쳐 본적이 없단다. 원체 억척으로 살아가니 처음에는 언제까지 하려나 하던 이들도 다 인정을 해 주게 된다. 저자는 한국의 성악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유학을 결심한다.

  돈이 없는 그녀는 피아노학원을 차릴 것을 결심한다. 온 힘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하니 한 번 들어오면 나가지 않아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돈을 모으게 된다. 남들은 성공한 것으로 인정을 하고 학원 일에 정착을 하리라 짐작하지만 목표한 돈이 모이자 그녀는 아무 미련 없이 학원을 인계하고 유학길에 오른다. 주변에서 나이를 들어 만류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녀에겐 목표를 향한 직진이 있을 뿐이지 주변 사람들의 말에 흔들릴 그녀가 아니었다. 오스트리아 유학은 쉽지 않았다. 언어문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녀에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단지 무한한 노력을 요구하는 일들 일뿐.

  오스트리아에서 그녀는 결혼도 하고 아들도 얻는다. 그녀와 한 눈에 반한 만프레드와 결혼을 하고 그의 도움과 이해 속에 공부를 하고 성악가의 삶을 산다. 서로 사랑하고 이해해도 성장배경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있다.

  그녀는 한국이 그리웠다. 조국에서 할 일이 보였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그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그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물론 남편과 아들의 양해와 협조가 있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게다. 한국에 돌아와 발표회를 하고 대학의 교수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도 남들처럼 자기의 뜻을 꺾고 양보하며 살 수도 있었을 게다. 그랬더라면 평생 아쉬움이 남고, 형편만 좋았더라면 내가 어떻게 되었을 텐데하는 푸념과 함께 살아야 했을 게다. 자기 뜻을 꺾고 남들을 배려하며 살았더라면 다른 이들이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살았을까. 그럴 것 같지 않다. 남들에게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내 소중한 꿈이 왜 타인의 강요에 의해서 좌절되어야 하는가. 꿈이 분명하면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간절히 추구하면 마침내 이루어진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이 되어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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