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사랑
배우 이영애의 팬들을 향한 답서 같은 글들 -
언제부턴가 “산소 같은 여자”로 불리다 “대장금”으로 보통명사가 된 배우이자 탤런트 이영애, 그녀가 그렇게 유명해지기 전인 2001년에 출간한 에세이집이 《아주 특별한 사랑》이다. 최근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 하나님은 공평하지 않으시다는 거다. 아예 만드실 때부터 다르게 만드시고 심하게 편애하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온갖 좋은 걸 선물로 받아 타고난 여인 같은 이가 그녀다.
자기 책을 내면서 스스로의 부족한 면들을 줄줄이 기록하는 이가 있을까. 남들이 기억해주기 바라는 것들을 선택하다보니 대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없는 걸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좋은 환경에서 사랑받고 자란듯하다. 막내로 가정에서 얼마나 귀염을 받고 자라났을까. 예상과 달리 꼭 소녀 같은 면만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남자아이들과 어울리고 인형놀이보다 레슬링을 더 좋아했다고 하니 말이다.
89학번 한양대 독어독문학과 출신이라니 학교성적도 좋았던 모양이다. 자주 읽고 영향을 받는 두 권의 책이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란다. 마음 밭이 윤택하고 기본이 탄탄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긴 세월 한 분야에서 큰 실수 없이 지내는 건 쉽지 않다. 단단한 바탕에 인격이 받쳐주어야 가능할 것 같다.
금강산에 가서 모델로서 새해를 위한 작품을 찍을 때의 일을 기록해 놓았다. 자신의 일에 성실히 임하는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순수하고 열심히 하는 이들이 오래간다. 더하여 타고난 재능과 바탕이 좋다면 얼마나 가능성이 풍부하고 신나는 일일까. 차분함과 겸손함까지 갖춘 것 같아 오직 부러울 뿐이다.
다국적 NGO단체의 제의를 받고 에디오피아와 인도에 봉사활동을 갔다 온다. 그곳들이 열악한 환경일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 지역에 대한 글들을 보면서 분노가 인다. 이 땅은 모두가 넉넉히 먹고 남을 만큼의 자원과 환경을 품고 있는데 왜 한편은 수많은 것들을 한없이 쌓아놓으려 하고 다른 편은 굶주림으로 생명을 잃어야 하는가. 이것은 선진국이라고 하는 가진 나라들의 범죄행위요, 최소한의 인간적 양심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게다. 교양과 인격을 갖추고 지도자 행세를 하려 하지만 기만일 뿐이다. 아프리카에 많은 분쟁과 내란이 일어난다. 그 씨앗을 뿌리고 원인을 제공한 이들이 문화와 문명이 앞섰다고 하는 유럽과 북미라고 하는 걸 만천하가 알고 있다. 그들은 아프리카와 인도에 커다란 빚을 지고 있다.
영화 《인샬라》를 촬영하기 위해 사하라 사막을, TV프로그램 《도전 지구탐험대》를 위해 인도의 타르 사막을 찾았다한다. 사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광대함과 인간의 왜소함, 자연의 신비를 느낀 것 같다. 그럴 것 같다. 하루에도 일 년의 계절 변화가 다 존재하는 듯한 기후, 장엄한 해넘이 광경과 밤이면 쏟아질 듯 무수한 하늘의 별들, 타는 듯한 햇볕과 한없는 고요, 그런가하면 몰아치는 모래바람과 영혼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들, 그러한 것들을 겪고 그 이전과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참말일 수 없다. 낙타에 의지해서 생명조차 확신할 수 없이 살아가는 하루하루. 삶과 죽음과 영원과 자연에 대한 성찰이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리라.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행복하고 못사는 이들은 불행한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절대행복과 절대불행을 인간이 말할 수 있을까. 단지 주변에 볼 수 있는 이들과의 비교에 의해 상대적인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잘사는 선진국에서도 불행을 느끼고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가하면 절대적이 가난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며 삶의 중압감 없이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이들도 많다. 뿐만 아니라 행복과 불행을 물질적인 것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전혀 현명한 방식이 아니다.
대학 때부터 하고 싶었다는 배낭여행을 코디네이터와 함께 한 달 동안, 모로코에서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까지 훑고 있다. 힘들고 고단하고 지치고 고생스럽지만 얼마나 뿌듯했을까. 짐을 줄이느라 옷을 겹겹이 걸치고 잘 씻지 못하고 서로 의견차이도 적지 않았겠지만 신선한 경험이었을 게다. 그 한 달을 함께 한 이는 평생의 친구가 되리라. 괴테를 생각하며 그의 생가가 있는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여러 창작의 환경을 보고 하이델베르크를 찾아간다. 네덜란드에서는 안네의 흔적들을 둘러보고 고흐의 미술관을 둘러본다. 서적과 방송화면으로만 보던 것들을 눈으로 실물을 대하는 감동은 더욱 크고 진하리라. 코디네이터와 의견 차이를 조절해가며 고성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직업의식의 발로랄까. 이탈리아 남자들은 모두 모델같이 생겼다고 한다. 정말 모델이 필요해 수려한 외모와 탄탄한 근육, 훤칠한 남자로 작업을 하고 보니 그의 직업이 택시운전사였다고 한다.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 바탕이 탄탄한 듯하고 어이없는 실수를 할 것 같지 않은 여인, 따듯한 마음으로 힘겨운 이들을 품어 줄 듯한 그녀는 많은 자선활동을 하는 것 같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닌듯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전해줄 수 있는 이들은 복된 사람들이다. 언제까지나 그런 존재로 남아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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