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공 부 독 종

변두리1 2018. 7. 15. 09:43

공 부 독 종

이시형이 권하는 진짜공부 -

 

  저자 이시형은 설명이 필요 없는 다방면에 얼굴을 내미는 대단한 정신과 의사다. 중학교던가 교과서에도 그의 글이 실려 있고 방송이나 문화센터에서도 자주 볼 것 같은 친숙한 인물에 수십여 권의 책을 써낸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현재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을 알아야 하고 자신만의 진짜 전문영역이 있어야 함을 조언한다. 그 일에 필요한 것이 독한 공부다. 그냥 심심풀이로 취미삼아 안 돼도 그만인 공부가 아닌 목적이 분명한 절실한 공부를 해보라는 것이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으면서 공부하지 않는 건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한지 오래된 나이든 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장점들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게다. 도대체 공부를 안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저 위험 고수익이 검증된 가장 확실한 게 공부란다.

  그는 나이 들어 더 잘 공부할 수 있는 몇 가지 근거를 들어준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니 쉽게 몰입할 수 있고, 써먹을 곳이 확실하니 알아서 필요한 공부를 하게 되어 효과적이란다. 또한 풍부한 경험에서 공부요령을 찾아낼 수 있고, 자신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 되어있을 거라고 한다. 게다가 공부를 위한 물질적, 정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준비가 충분하고, 공부로 인한 성취감을 직접 맛볼 수 있어 강화가 이루어 질 수 있다. 그가 열거한 것 외에도 학생 때에는 원치 않는 것까지 많은 과목에 시달렸지만 나이가 들면 자신이 원하는 소수의 것 혹은 한 가지만 하면 된다.

  많은 이들이 머리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변명을 하나 과학적 지식에 의하면 오히려 나이든 이들이 공부에 더 유리하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 미루지 말고 당장 시작하라는 권고에 밀리는 느낌이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창조적인 공부다. 쫓기듯, 내몰리듯 외국어 문법책을 대하듯 하지 말고, 자신이 주인이 되어 일의 당사자로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한 공부를 하라고 권한다. 아무도 공부를 대신해 줄 수 없으니 무엇을 얼마만큼 할 것인가부터 확실히 하라는 거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자신에게 맞추는 거다.

  사람들의 바쁘다는 핑계에 그는 하루에 열네 시간 가까이 낼 수 있고, 그것의 삼분의 일만 투자해도 못할 게 없다는 투로 대답한다. 삶에서 잠을 줄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누구나 여섯 시간 정도의 잠이면 부족하지 않단다. 그러니 새벽 다섯 시 이후에 자는 잠은 별 소득이 없는 안자도 되는 잠이다. 삶에서 허비하는 조각 시간들도 모으면 엄청난 양이 될 게다.

  온 몸을 써가며 공부할 것을 권한다. 책상에만 앉아서 시간을 채우려고 하지 말고 뇌가 원하는 걸 파악해서 오감을 사용하고 몸을 쓰고 자리를 옮기고 환경을 바꿔가며 더 효과적인 공부를 하라는 거다. 또한 뇌 과학자답게 뇌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려준다. 뇌는 새로운 변화와 발전과 성장, 모험, 시간제한, 지적인 쾌감과 시간가는 줄 모를 만큼의 몰입을 좋아한단다. 읽고 보니 그런 것은 뇌뿐 아니라 모두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는 공부 잘 하는 이들의 특징을 들어 주는데 그 가운데 질문과 메모가 마음에 와 닿는다. 내 자신이 기회가 있어도 남들도 다 가만히 있는데 뭘 유별나게 묻는가 하는 생각에, 소극적인 성격과 자세로 잘 질문을 하지 않는다. 메모도 웬만한 건 그냥 머릿속에 기억하면 되지 그걸 어디에 꼭 적어놔야 하나 하는 반감이 있다. 책을 대할 때에도 다시 팔 것도 아니건만 낙서하지 않고 깨끗이 보는 것이 습관이다. 낙서가 아니라 내 의견의 요약이요, 저자와의 대화라는 그의 의견에 공감한다.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 보아야겠다. 그가 권하는 점독(點讀)도 해보고 싶다. 다 읽으려 하지 말고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읽는 거다. 그 일을 돕기 위해 글의 목차가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잠재의식의 사용을 권하는 것도 인상 깊다. 그의 말이 아니라도 실제는 이론을 모르고도 사용해 왔던 것이다. 삶과 일에서 너무도 중요한 문제는 온 몸의 신경이 그곳으로 향해 한 시도 잊지 못하고 그 문제가 삶을 짓누르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니 우리가 잊어버린다 해도 무의식이나 잠재의식이 그 문제에 매달려 최선의 해답을 찾아내는 게다. 때로는 의식적으로 무거운 문제들을 잊고 지내는 편이 좋을 듯하다.

  감정을 공부에 활용하는 것이나 작은 목표를 두라는 조언이 마음에 남는다. 그가 대학시절 절실함에 몰려 독일어 중간시험에 사용했던 요령을 부끄러움을 담아 고백하는 것이 흥미롭다. 그 이야기 속에 얻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음을 본다. 그것이 생존의 방법인지도 모른다.

  창조적 인재를 강조한다. 구직난이 아니라 구인난이라고 한다. 창의력을 기르고 그것을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인재들은 위기에서 빛난다. 하지만 그 때에 꼭 필요한 것이, 자료창고에 꽉꽉 들어차있는 유용한 지식과 도구들이다. 그게 폭넓게 많은 공부를 해두어야 하는 이유다. 독하게 공부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게 살아보아야겠다. 독하게.


'책과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슴이 시키는 대로   (0) 2018.07.16
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  (0) 2018.07.16
아주 특별한 사랑  (0) 2018.07.11
이야기 세계사  (0) 2018.07.07
최인호의 인 연  (0) 201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