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야곱

그분의 일하심을 보았네(재산가 야곱)

변두리1 2016. 2. 23. 13:54

그분의 일하심을 보았네(재산가 야곱)

 

  장인과 계약을 새로 하고 내 재산을 모으며 살아온 지 여섯 해가 되어간다. 계약 초기에는 많은 이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고 물정을 너무 모르는 것으로 여겼지만 내 재산은 그들보다 빠르게 늘어났다. 누가 이런 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주변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고 다만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로만 생각하는 듯하다. 그들에게 아무리 하나님 얘기를 해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을 뿐. 그것이 아니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양과 염소를 길러온 것이 한두 해란 말인가. 어떤 경험으로도 답할 수 없는 일들을 눈으로 보면서 인정은 하지 않는다.

 

  당황스럽기는 장인도 마찬가지 일게다. 자신의 양을 치는 내 재산이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것을 보는 마음이 어떨까. 자신도 가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부썩부썩 늘어나는 내 양과 염소에 비해 자세히 보아야 더해진 것을 알 수 있으니 심사가 편치 못했을 것이다. 가축을 돌보는 아들들을 몰아세우는 것도 자주 보았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가축도 이 지역의 평균증가 속도보다 약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내 소유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장인은 수시로 내가 돌보는 양떼에게로 와서 흰 양과 염소들을 가려내 몰고 간다. 그 순간에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내 소유를 보는 눈매가 곱지 않다. 가끔은 내게 무슨 비법이 있는지 캐려는 듯 아들들과 함께 오기도 했다. 그럴 때도 장인과 처남들의 표정은이 모든 것이 원래 우리 것인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계약을 하고 일 년이 되었을 때쯤 장인은 나를 호출했다. 계약을 다시 하자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두 눈으로 보는 나로서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내 가축만 돌보아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나의 성과차이가 확연하니 내게 맡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게다. 장인은 이제부터는 출산하는 양과 염소 중에서 얼룩빼기만 자네 몫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분이 하시는 일을 더욱 분명히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장인의 하는 일이 너무 뻔뻔하고 민망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자신도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말은 하면서 정작 믿지는 않는다. 내가 쓸데없이 어깨에 힘줄 일이 아니니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장인은 내 재산의 증가폭이 반 토막이 나리라고 예상했으리라.

  이미 내 소유가 된 가축들을 돌보기 위해 종들과 나귀를 샀다. 장인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값을 오지게 불렀고 나는 군말 없이 값을 치루고 데려왔다. 계약갱신에 따른 결과는 놀라웠다. 신기하게도 다음날부터 점박이 출산이 확연히 줄고 낳는 것 마다 거반 얼룩빼기였다. 얼마 후에 아들과 함께 들른 장인은 당황스러움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알 수 없어했다. 내가 가축들 출산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발을 구르며 그들은 돌아갔다. 종들이 돌보는 내 가축도 그 수가 보기 좋게 불어나고 있었다.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장인은 다시 나를 호출했다. 그 얼굴에 비열함이 흐르고 있었다. 웃음을 흘리며 계약을 바꾸자고 했다. 느긋한 심정으로 원하는 것을 말씀하시라고 했다. 이번에는 점박이만을 자네 소유로 해보잔다. 이 어리석은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전번보다 더 많은 노비와 나귀들을 더 비싼 값에 샀다. 돈이 건너가기는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들이 내게로 오는 것이 좋았다. 이번에는 얼룩빼기의 출산이 갑자기 줄어들고 점박이를 낳는 일이 늘어났다. 나는 너무도 쉽게 이해가 되는데 처가와 마을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 신기한지 만나면 우리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장인과의 계약변경은 그 후로도 수시로 이어져 열 번 가량이 되었다. 관점을 바꾸면 분명하게 보이는 것을. 그것이 쉽지 않은가 보다. 여섯 해가 흐르면서 장인의 재산도 많이 늘어났다. 그 사이 빈손으로 출발한 내 소유가 장인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많다고 할 만큼 늘어났다. 그래서일까. 처갓집 사람들이 노골적인 시기와 적대감을 종종 드러내 보인다. 내가 이곳을 떠나 고향으로 갈 때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최근 들어 자주 하게 된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이 뵙고 싶고 형님과 조카들도 그립다. 꿈에도 빈번히 고향집과 산천이 보인다. 그분이 내 삶을 이끄시는 것이 분명하니 그분의 명령을 기다릴 뿐이다.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곳에 올 때는 혼자 괴나리봇짐을 매고 단출하게 왔지만 돌아가는 길은 아내와 자녀들, 노비와 나귀, 양과 염소들이 만만하지 않다. 내 소유가 적지 않으니 노리는 도적들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지키실 것이니 걱정이 없지만 내 재산을 노리는 이들이 그것을 모르니 귀찮은 일들과 고생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언제든 그분이 명하시면 돌아가리라. 내 모든 가족과 소유를 거느리고 당당히, 그리운 내 고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