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읽고

티코와 황금날개

변두리1 2015. 12. 15. 22:15

티코와 황금날개

 

 

  티코는 날지 못하는 새였다. 새로서는 날 수 없는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새였다. 노래하고 팔짝팔짝 뛸 수 있지만 날지는 못해서 제한된 삶을 살아야했다. 착하고 다정한 친구들은 나들이에서 돌아올 때면 가장 높은 곳의 부드럽고 단 열매들을 티코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티코는 날고 싶었다. 하늘 높이 날아 눈 덮인 흰 산에 가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 저녁 소원을 들어주는 진주 빛 새가 날아와 날개를 원했더니 황금날개가 생겼다.

 

  조심스레 날갯짓을 해보던 티코는 정말로 날 수 있음을 확인하고는 밤새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다 날이 밝을 때에 친구들에게 돌아온다. 친구들은 티코의 기대와는 너무도 달리 얼굴을 찡그리며 황금날개를 가졌다고 으스대느냐, 우리보다 잘나고 싶었느냐고 쏘아붙이고 모두 날아가 버렸다.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티코는 먼 길을 떠난다. 자신이 만나는 불행한 이들에게 황금 깃털을 하나씩 뽑아주자 마침내 새까만 깃털들이 돋아나 친구들과 같아진다. 티코가 나타나자 동료들은 자신들과 같음을 확인하고 티코를 받아들인다. 친구들과 꼭 붙어 행복하게 잠을 자면서도 티코는 자신이 친구들과 같지 않음을 생각한다. 그들과 다른 추억과 다른 황금빛 꿈을 가지고 있으니 같을 수 없는 것이다.

 

  티코가 겪었을 혼란을 생각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새가 찾아와 황금날개가 생기고 날 수 있게 되었을 때 정말 잘 되었다고 친구들이 좋아하고 축하해 주리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티코를 따돌리고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그렇게 다정하고 착하던 친구들이 어떻게 티코에게 생긴 좋은 일을 축하하기는커녕 자신들의 무리에서 쫓아낼 수 있었을까.

  상대가 자신보다 불행한 처지이면 연민을 가지고 도와줄 수 있고 어떤 거부감도 없다. 오히려 도덕적 만족감을 누릴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자신보다 못했던 상대가 어느 날 자신을 능가하는 행복한 모습으로 나타나면 시기와 질투가 솟구쳐 오른다. 갑자기 자신들이 비참해지고 잘된 친구를 인정하기가 너무도 어렵다. 차라리 그를 대하지 않는 것이 편하다.

  티코는 그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스스로 살아갈 수 있고 외부 세상에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그가 황금 날개를 받았으니 한동안 넓은 세계를 돌아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몰아내지 않아도 티코가 택했을 수순이다. 그는 여러 곳을 돌며 어려움에 처한 많은 이들을 만난다. 자신이 어려웠었고 그 때에 많은 사랑을 받았음으로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자신의 황금 깃털을 뽑아준다. 처음에는 망설임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날 수 있는 기능이 약해지고 전체적 균형과 조화가 깨지지 않을까 염려했을 것이다. 그래도 어려운 이들을 향한 마음이 더 커서 황금 깃털을 뽑아 주었더니 그 자리에 새까만 깃털이 돋아났다. 몇 차례 같은 일이 반복되니 두려움과 망설임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마지막 황금 깃털을 신부에게 주자 친구들과 같은 모습이 된다. 그제야 친구들은 동료로 인정하고 티코를 받아들인다.

 

  자신들을 넘어서지는 말라는 것이다.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이라는데 조금 더 마음을 넓혀서 황금날개를 가진 티코를 자신들의 자랑거리로 생각할 수는 왜 없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우리들의 세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함께 자라났던 잘된 친구를 누구라서 곱게 인정할 수 있을까. 그 친구는 그럴만하다고 인정하고 진심으로 축하해주기가 결코 쉽지 않다. 어린 시절 혹은 학교성적이나 집안형편이라도 무언가 자신보다 못했다고 해야 후련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던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이다. 차라리 전혀 모르는 이가 잘되는 것은 아무 관계가 없으니 질투날 것도 없다. 꼭 자신이 더 잘 되고 나서야 진정어린 축하를 할 수 있는 것인가. 그 사람의 그릇이고 인격의 크기에 달린 것 같다. 남의 불행을 안타까워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처럼 남이 잘되는 것도 기뻐하고 축하해주는 것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행복하고 좋은 일이다.

  잘되고 성공한 이들은 우리 모두의 자산이요 자랑이다. 잘되는 이도 있고 어려움을 당하는 이도 있다. 그게 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나도 어려운 때에 도움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잘되었을 때에는 진심이 담긴 축하를 받고 싶다. 스스로 그러기를 원하면 남들도 어려우면 도와주고 잘되면 축하해줄 일이다. 어떤 계산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연스레 마음에서 우러나는 우리의 천성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황금날개를 가진 티코가 그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채로 그들 무리 속에 아무런 차별 없이 섞여 지낸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다양성을 인정하며 함께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가 그리는 이상향이 아닐까. 우리 모두가 같을 수도 없고 같아서도 안 된다. 그것은 끔찍한 세상이다. 모두가 자신의 색깔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서로 아껴주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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