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교육

배움과 삶

변두리1 2015. 10. 1. 21:26

배움과 삶

 

  손놀림이 꽤 익숙하다. 배를 따고 쓱쓱 칼로 손질을 해서 비닐봉지에 담아 건네준다. 몇 살이냐고 묻자 스물여섯이란다. 세월이 많이 갔구나하고 내가 말했다. 재래시장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청년에게 생선을 사면서 나눈 대화다. 나는 그가 초등학생과 중학생 때 잠깐씩 가르친 적이 있다. 그가 군대를 갈 나이가 되었나 생각했더니 훨씬 나이가 들어 있었다. 그를 가르친 후로 적어도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생선을 팔고 있는 그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를 어떻게 대했던가. 그는 학교공부를 잘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영어와 수학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 면이 조금 약할 뿐인 것을, 무슨 인격적인 결함이나 인생살이의 중대한 결함이라도 있는 것처럼 여기지는 않았던가를 반성하게 된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사회생활에 한창 활용해야 할 때인 지금 그는 학교에서 배운 무엇을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지극히 적을 것 같았다. 특히 영어와 수학이 그에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를 상상하면 오늘의 학교와 교육제도가 최선인가를 묻게 된다.

  십여 년 가량의 긴 세월을 그것도 배움의 황금기에 온갖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어 익힌 것을 고등학교를 마치면서 소수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고 하면 거의 온 국민이 미친 듯 그것에 목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학생들 부담을 덜어주려고 공부의 범위를 줄이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이왕 줄이는 것 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대폭 줄였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익혀야 하는 것이 학습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관계, 시간 사용법, 삶의 성실성, 행복한 삶을 사는 이치 등 수많은 것들을 잘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가 학습을 위주로 가르친다고 하면 그 면에 재능을 보이지 못하는 이들은 삶의 다양한 요소가운데 그 면이 조금 약한 것뿐이다. 삶에는 학습 외에도 많은 면들이 있다. 그들이 무시당할 어떤 잘못도 없다. 인간의 능력은 모두 다르며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평가에 의해 측정할 수 없는 분야도 많다. 오늘의 우리 교육의 모습은 지나치게 왜곡되어 있다. 교육 분야의 명석한 지도자들이 여유로운 학생들. 행복한 가정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을 실천하는데 더욱 힘써 주기를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