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생활

축하하네, 진짜 어른들

변두리1 2019. 1. 24. 11:55

축하하네, 진짜 어른들

 

  두 사람 다 축하하네. 이제 어른으로 거듭났으니 축하받아 마땅하지. 예전에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어른이라 하지 않고 얘라고 했다더군.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질 줄 안다는 게지. 두 사람이 결혼한 지 한 해가 넘었으니 가정을 이뤄간다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걸 알리라 믿네. 어쩌다 물어보면 싸우지 않는다니 그것 참 신기한 일이야. 나는 결혼한 지 삼십 년이 훌쩍 넘었는데 지금도 가끔 티격태격한다네. 어쩌면 예전보다 요즘이 더 자주 다투는 것 같기도 해.

  결혼 초기야 서로 좋은 것만 보이고 탐색하는 시기니 그렇게 싸울 일도 많지 않을 테지. 차차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임의로워지면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참아야 하나, 한 마디 하고 넘어가야지하고 생각하게 되는 건지도 몰라.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상하관계가 나름 분명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는 과도기니 시행착오가 생기는 거겠지.

  여하튼 결혼으로 두 사람이 일단 어른의 반열에 들어섰지. 서로 어룬사람이 되었다고 온전한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어른의 상대 말이 아이잖아, 제자 없이 스승이라 하는 거나 병사 없이 장수라 하는 게 이상하듯, 아이가 있어야 또 다른 의미의 어른이라 할 수 있을 거야. 그렇다고 여러 사정으로 아이를 갖지 못한 분들을 어른이 아니라고 하는 건 아니야. 어른으로 가는 두 단계의 길을 보여주는 것뿐이지. 말 그대로 이제 두 사람이 엄마, 아빠가 되었지. 아무래도 지금은 엄마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더 많이 느꼈을 거야. 몸의 변화도 적지 않은데다 출산을 하느라고 고생이 많았고, 생활이 아이 중심으로 급격히 바뀌었을 테니까. 내려오는 말로는 이 시기가 가장 몸조심해야 하는 때라고 하더라고. 이제 아빠의 할 일들이 몰려오겠지. 벌써 와 있을 거야. 예상은 했겠지만 겪어내기가 쉽지 않은 일도 많을 거라네. 아이 하나가 어쩜 이렇게 할 일들을 많이 더해 주는지 알게 될 거고, 자신들이 그냥 어른으로 성장한 게 아니구나 하는 감탄을 쏟아내게 될 지도 모르지.

  아이를 키우며 부모님들을 더 생각하게 될 거야. 한 사람이 혼자 걸음을 떼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건지 새삼 느낄 거야. 한동안은 아이용품만 보이겠지. 애지중지 키우던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고 초등학생이 되면 슬슬 또 다른 일들이 시작이 돼. 말썽을 부리고 고집도 꺾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조금씩 비교되기 시작하니 더욱 쉬운 일이 아니지. 지금 이해는 안 되겠지만 그냥 들어 둬. 서로 지나치게 소유하려 하지 말게나. 누가 누구에게 소유되기도 어렵거니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굉장히 불행한 일이지. 내 자주 하는 말은 아니네만 다 자기 인생이 있는 거야. 때로 생각처럼 잘 되지 않을 때는 너는 네 인생이 있고 나는 내 인생이 있다고 생각하게.

  최근에 어려운 책 한 부분을 전해 들었어. 많이 들어본 루소라는 이가 쓴 책이더라고. 그 분이 세상을 떠난 지 240년이 됐어. 에밀이란 책인데, 정확히는 생각이 안 나지만 유아기 아이에게 자연을 통한 교육, 감각을 길러주는 걸 강조했다나 봐.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후원과 지지를 보내며 기다리는 거겠지. 처음에는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고 아이가 조금 잘 하는 걸 보면 영잰가, 천잰가 하겠지만 세월과 함께 현실로 돌아오게 돼. 어려서 많은 체험을 해보는 게 좋을 거야. 여러 분야의 재능도 확인하고 다양한 취미를 가질 수 있을 테니까. 좋은 취미를 가지고 평생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나은 것이 뭐가 있을까.

  온갖 장밋빛 꿈에 부풀어 있을 두 사람에게 서른이 넘은 자녀를 둔 부모 심정을 털어놓은 것 같네. 나이들은 우리 삶도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데 이제 태어난 아이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 서로 포기할 수 없는 게 행복이 아닐까 해. 알 수 없는 미래에 저당 잡히고 하루하루 고생하며 살지 말고 오늘을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 서로 상대에게 모든 것을 걸거나 희생하지 말고 자신의 행복은 스스로 알아서 챙기자고 하면 지나친 이기주의라고 하려나. 난 그래도 그게 좋은 거 같아.

  정신이 하나도 없어 이 글을 읽을 여유라도 가질 수 있을까 모르겠네. 때론 이게 뭔가 울컥 해지는 순간을 맞을 수도 있을 거야. 그때마다 어른이 이렇게 힘든 거구나 생각해.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겠지만 한 번 더 두 번째 어른이 되어볼 생각은 없는지. 둘이 결혼을 했으니 아이도 둘은 낳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어려운 일을 어떻게 또 하라고 싶기도 하겠지만 세월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게 삶이거든. 가끔은 서로 쉬기도 해야 할 텐데, 하기는 예비교육을 많이 받았으니 잘 하리라고 믿어.

  축하한다고 해놓고 조금 더 살았다고 잔소리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네. 나도 언젠가 가까운 이들에게 해주려고 벼르던 건데, 주변에서 제일 먼저 엄마, 아빠가 되어서 듣는 거라고 여겨줘. 가끔 내 말이 생각날 때가 올 거야. 벌써 아이가 보고 싶고, 돌봐 줄 때가 되었겠네.

  아직은 얼떨떨하겠지만 다들 그렇게 어른이 되고, 아빠 엄마가 되곤 해. 어른이 되는 두 단계를 모두 거친 걸,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해. 주사를 맞았더라도 감기 걸리면 안 되니 추운 날씨에 더욱 조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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