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다윗

그것은 그 분의 공의였다.(아이의 죽음)

변두리1 2014. 7. 1. 08:20

그것은 그 분의 공의였다.(아이의 죽음)

 

  아이가 위독하다. 병명도 알 수 없고 약도 차도가 없다. 나단 선지자는 아이는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했지만 하나님은 자비가 한이 없으신 분이시고 내가 죄를 범했고 잘못이지 아이가 아무 죄도 없다. 차라리 내가 벌을 받고 내가 죽어야 옳다. 아이가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한다. 궁중의 명의들이 소용이 없다. 아이가 애처로워 음식도 먹을 수 없고 잠도 오지 않는다. 내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럴 때 나는 한없이 무력함을 느낀다. 아무리 강력하고 대단한 왕이면 무엇 하나, 자신의 아이 하나 구할 수 없는 것을.

 

  방에 들어와 엎드려 기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왕궁에 있는 노인들이 모여와 나를 일으키려하고 함께 음식을 먹기를 요청한다. 그들은 진심으로 나를 염려하고 나는 아이를 염려한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 내 의지와 관계가 없는 일이다. 신하들도 불안해하고 어 쩔줄 몰라 하는데 그냥 자신들의 일을 했으면 좋겠다. 나도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부모로서의 도리이기도 하고 만의 하나라도 하나님께서 긍휼을 베푸시기를 간구하는 것이다.

 

  아이가 앓는 것이 벌써 일주일이 된다.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몹시 안타깝다. 갑자기 분위기가 술렁거린다. 신하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돈다. 아이가 죽은 것 같다. 신하들이 수군대며 내 눈치를 살피는 듯하다. 아무도 내게 오지 않는다. 나는 비서장에게 아이가 죽었는지를 물었다. 순간 멈칫하더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목욕을 하고 향수를 뿌리고 옷을 갈아입고 하나님의 전에 나아가 예배를 드리고 궁으로 돌아와 음식을 차리게 하여 기운을 차릴 만큼 먹고 쾌활한 모습으로 신하들을 대했다. 일순간 신하들의 표정에서 긴장감과 당혹스러움을 읽을 수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에 내가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비서장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내 대답을 들으며 상황을 판단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대왕이시여, 아이가 살았을 때에는 그렇게 마음 아파하시며 금식하고 우시더니 아이가 죽으니 오히려 목욕하고 음식을 드시고 쾌활해 하시니 무슨 연유이신지요?”

 

  나는 불현듯 그들을 놀라게 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몇 마디 횡설수설하면서 실실 웃으면 완벽히 성공할 수 있었지만 그럴 계제(階梯)가 아니어서 그만 두었다. 그 대신에 그들에게 설명을 했다. 나도 하나님께서 그 아이가 반드시 죽으리라고 말씀하셨으니 살기는 어렵다는 것은 알고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긍휼의 하나님께서 최종 집행을 하시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간구하는 일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께서 그 아이를 데려 가셨으니 그 분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당연한 자세다.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졌는데도 내가 더 이상 요청한다면 그것은 분별없이 떼를 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래지 않아 내가 그 아이에게로 가야지 그 아이가 내게로 다시 올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의 최선은 그 분이 내게 맡기신 백성을 하나님의 뜻에 맞게 이끌어 가는 일이니 모두가 심기일전하여 국정에 전념하도록 하라고 지시도 했다.

 

  하나님의 공의를 찬양한다. 아이를 데려가심이 공의요 간구를 듣고 남겨 두심은 하나님의 자비다. 그러나 하나님의 자비가 계속되면 하나님을 향한 두려움과 경외가 약해지고 백성들이 방자(放恣)해 지기 쉽다. 나의 죄와 악이 슬프고 증오스러울 뿐 하나님의 일하심은 언제나 옳다. 내 평생에 죄악의 무서움을 잊지 않을 값비싼 교훈으로 삼으려 한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그 날 솟구치던 내 욕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없다. 거역하기 힘든 육체적 충동이요 명령이었다. 그 순간은 평소의 내가 아니었다. 나도 나 자신을 통제하거나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은 내 정신이 아니었다. 우리아를 불러들이고 요압에게 친서를 내릴 때도 이성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 순간들은 내 속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내가 나를 지배하는 것 같았다. 우리아의 전사 소식을 들으면서도 계획대로 되었다는 생각에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전혀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다. 당시에 나를 대하던 측근들의 당황해하고 몹시 불안해하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때는 이들이 내게 왜 이런 눈빛을 보일까 하고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단 선지자의 방문을 받고 그로부터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야 제 정신이 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선지자의 방문도 달갑지 않았다. 그도 나를 찾아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돌이켜 보면 나단 선지자가 한없이 고맙다. 나를 그대로 두었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계속되는 악행으로 마침내 왕좌에서 쫓겨나 어느 궁벽한 곳에 유폐되어 지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는 내게 죄의 무서움과 하나님의 공의가 어떤 것인가를 온 몸으로 알려주고 간 하나님의 천사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