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다윗

왕의 생명은 해칠 수 없습니다.(사울왕을 살려 주는 다윗)

변두리1 2014. 6. 30. 22:23

왕의 생명은 해칠 수 없습니다.(사울왕을 살려 주는 다윗)

 

  우리가 머무는 유대 지역 그일라에 블레셋 군사들이 몰려와 추수한 곡식들을 빼앗고 마을을 점령한 채 물러가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쫓아가 몰아내고 곡식과 땅을 되찾고 싶은데 사울왕의 추격을 따돌리기도 힘겨우니 블레셋을 치기가 만만치 않다. 블레셋을 치면 우리 존재가 드러나 안팎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니 곤란하고 동족의 고통을 보고만 있기도 힘이 든다. 이럴 때는 내 판단보다 하나님의 생각을 물어봄이 우선이다. 아비아달에게 에봇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나님의 응답은 블레셋을 쳐서 그일라를 구하라는 것이다. 그분의 결정에 우리는 가서 블레셋을 몰아내고 곡식과 가축도 되찾아 그일라를 건졌다. 하지만 그일라 주민의 신고로 염려하던 사 울 왕과 군사들의 출동으로 쫓기는 처지가 되어 십 광야 수풀까지 밀리게 되었다. 뜻밖에 그곳에 요나단이 비밀리에 찾아와, 하나님을 의지하고 두려워 말라 네가 사울 왕에게 해를 입지 않을 것이며 결국은 왕이 될 것이라는 위로와 격려를 해 주었다. 한편 현실은 가는 곳마다 사울에게 신고가 들어가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사울왕의 결심이 소문으로 퍼져가고 있었고 실제로도 수차례 수천의 군사를 이끌고 왕이 직접 수색을 지휘하기도 했다.

 

  왕은 내가 어디 있다는 신고만 있으면 출동을 한다. 전번에는 엔게디 광야의 들염소 바위굴에 숨어 있었는데 피할 틈도 없이 왕과 군사들이 들이 닥쳤다. 일촉즉발(一觸卽發) 곧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였다. 굴곡이 심하고 긴 굴의 뒷부분 깊은 곳에 나와 수뇌부가 은신하고 있었는데 사울왕과 지휘부가 그곳으로 들어 왔다. 우리는 초긴장 상태였는데 안쪽이 너무 캄캄한데다 인기척을 못 느꼈음인지 더 이상 진입하지 않고 왕도 생리현상을 어쩌지 못하고 용변을 보고 있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그 냄새가 역겨울 정도였다. 왕은 전혀 경계심이 없었고 무방비였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겉옷 자락을 베어 왔다. 일을 마친 왕과 일행이 굴에서 멀어진 후에 뒤에서 큰소리로 왕을 부르고 엎드려 절한 후 이야기했다. 나는 왕을 해할 마음이 조금도 없습니다. 이 겉옷 자락이 증거입니다. 죽은 개나 벼룩만도 못한 이 다윗 때문에 국력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왕은 내 목소리와 자신의 겉옷 자락을 확인하고는 울면서 “나는 너를 수도 없이 죽이려 하는데 너는 나를 살리는 구나. 너는 반드시 왕이 될 것이다. 하나님의 복이 있기를 빈다.”고 말하고는 군사를 이끌고 돌아갔다. 나는 사울왕을 잘 안다. 그 마음이 진심이긴 하지만 반드시 얼마 되지 않아 나를 잡으러 다시 올 것이다.

 

  어제는 우리가 십 광야 앞의 하길라 산에 머물고 있었는데 수천의 군사들이 밀려들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보았지만 그들은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길가에 주둔할 진영을 차리고 있어서 나는 척후병을 보내 알아보게 했다. 척후병의 보고에 의하면 그들은 사울과 그 군사들로 삼천여 명 쯤 되고 길가에 진영을 차리고 있었다. 우선은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할 듯해서 나는 아비새와 함께 어둡기를 기다려 몰래 진 가운데 진입했다. 무리한 행군 때문인지 놀랍게도 경계가 허술했는데 왕 주변도 경비병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고 장수들도 왕도 모두 잠들어 있었다. 우리는 왕의 창과 물병을 가지고 조용히 나와 은거지로 돌아왔다. 왕과 군사들이 피곤이 가실 때 쯤 왕을 큰 소리로 부르고 “왕이여 종 다윗입니다. 왕의 창과 물병을 확인해 보세요. 나는 왕을 해할 마음이 조금도 없습니다. 왕의 창과 물병을 군사를 보내어 가져 가시고 벼룩 같은 나 다윗 때문에 조금이라도 국력을 허비치 마세요.”하고 소리쳤다. 왕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예전과 비슷한 발언을 다시 한 번 되풀이 했다. “다윗아 네가 나보다 낫다. 너는 큰 일을 행할 것이고 반드시 승리를 얻을 것이다.” 이번에도 왕의 마음이 진심임을 안다. 하지만 언제든지 신고가 있으면 또 다시 군사를 이끌고 출동할 것이다.

 

  이제는 이런 생활에 지치고 힘이 빠진다. 유대 땅에 있는 한 우리에 대한 신고는 그치지 않을 것이고 그때마다 왕은 수천의 군사들을 이끌고 출동할 것이다. 이 피곤한 싸움에 한번만 패하면 나는 살아남을 수 없고 매번 이긴다 해도 왕을 죽일 수 없다. 이 지루한 숨바꼭질을 끝낼 방법은 없는가. 나를 따르는 육백여 군사들도 휴식과 재정비가 필요하다. 나로 인한 이 길고 긴 소모전이 유다에 너무 피해가 크고 적대국들 특히 블레셋에만 유리할 뿐이다. 유대에 머무는 한 해결책은 없다. 차라리 블레셋으로 망명해 한곳에 정착하고 살면 어떨까. 측근들을 불러 모아 의견을 들어 보았다.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내가 블레셋 망명론을 꺼냈더니 모두가 펄쩍 뛰며 반대를 한다. 머지않아 유대의 왕이 될 텐데 어떻게 최대의 적국에 망명을 하겠느냐는 것과 그 경력이 평생 오점이 될 것이 분명하니 힘들더라도 이대로 버티든지 아니면 사울왕을 밀어내고 유대를 인수하자고 했다. 그들을 설득했다. 블레셋으로 가면 더 이상 사울왕의 추격이 없을 테니 우리도 편하고 유대의 국력낭비도 없고 이 기회에 블레셋의 모든 면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는 마침내 오늘 아침 블레셋의 가드왕 아기스에게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