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위대한 대장(세 용사가 본 다윗)
우리 대장 다윗이 사울 왕을 피해서 도피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놉 땅을 지나 블레셋 가드 왕에게로 갔다가 환영받지 못하고 아둘람 굴로 도망하여 그곳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그곳에 다윗의 이야기를 듣고 모든 환난 당한 자와 빚진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모여들어 순식간에 사백여 명이 되었고 다윗은 우리의 두목이 되었다. 아둘람이 베들레헴에서 멀지않고 다윗의 가족이 사울에게 인질도 될 수 있어서 그들도 대장에게 와 있었다. 우리도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서로가 어색하고 관계설정도 분명하지가 못했다. 그때 블레셋인들의 요새가 베들레헴에 있었고 한 무리는 르바임 골짜기에 진치고 있었다. 대장이 생각난 듯이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을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세 용사가 나섰다. 누구든지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서 대장이 낸 과제를 해결해 보이면 존재감이 드러나고 그에 상응하는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오십여 리 길을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블레셋 진영을 통과하여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에서 물을 길어 여섯 시간여 만에 다시 대장 앞에 설 수 있었다. 대장의 주요 성장지가 베들레헴이기 때문에 우리는 대장이 그 물을 한 사발 들이키고는 내 어릴 적 자주 마시던 바로 그 물맛이다. 참 고생했다 하면서 우리를 치하할 줄 알았다. 그러나 대장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대장은 하나님, 나를 위하여서는 절대로 이런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갔다 온 이들의 생명 곧 생명의 피니 이것은 내가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입니다 라고 말하며 우리가 길어온 물을 하나님께 부어 드렸다. 우리는 온 몸으로 전율(戰慄)을 느꼈다. 대장은 우리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인정해준 것이어서 우리는 자랑스러웠고 이런 대장과 함께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장은 우리가 떠 온 물을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그것이 한 가지 기분 좋은 일이었고 또한 그것을 혼자 마시지 않고 하나님께 부어 드려서 우리가 한 일을 높여 주고 자신이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으므로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대장이 되었다. 대장이 하는 일은 매번 정확하고 감동적이었다. 우리가 더하거나 뺄 것이 없었다. 어떤 일이 생기면 우리의 관심사는 이번에는 대장이 어떤 식의 반응을 보일 것인가에 있었고 우리의 기대를 실망시킨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의 경우는 우리의 예상을 늘 넘어 섰었다. 우리는 그 일로 사백 명 중에(계속 인원이 늘어나 곧 육백 명이 되었다) 상당히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대장은 항상 우리와 생활을 같이 했다. 그리고 그 생활은 우리에게 본이 되었다. 대장의 삶의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가 따라가지 못할 결정적인 부분은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신앙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하고 지도자로서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장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곁에 누가 없어도 한결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후에는 대장의 늘 신선한 힘의 근원이 바로 그 하나님을 향한 신앙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대장과 함께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말 놀라운 일을 보았다. 그것은 지금도 확실히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그 일은 대장을 잡기 위해서 삼천여 명의 군사들을 이끌고 수차례 출동한 사울을 완벽하게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면서도 번번이 살려주는 것이었다. 자기가 죽이지 않으면 언젠가 자신을 죽일 것이 분명한 상대를 매번 살려준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혹은 그것이 현명한 일인가. 우리 세 사람이 한 번은 토론을 해 보았다. 나를 죽이려는 의사가 분명한 적군의 대장을 처리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에 살려 주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결론은 현명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의견의 일치였다. 토론이 성립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대장이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판단을 보류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대장의 결정이 항상 옳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어떤 요인을 대장은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그 후 대장과 사사로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궁금했던 그 사항을 물어 보았다. 대장은 빙그레 웃으며 하나님을 향한 신앙 때문이라고 했다. 신앙이 얼마나 대단할 수 있는가를 경험했다. 그 설명을 들었지만 지금도 확연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대장은 확실히 대장이다.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면이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정확한 상황인식과 신속한 판단력이다. 대장은 필요한 때마다 상황판단의 근거와 이유를 우리에게 설명해 주는데 매번 감탄할 수밖에 없다. 같은 상황을 함께 보면서 어쩌면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신기할 뿐이다. 우리가 보기에 대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분이다. 들리는 말로는 어떤 선지자가 다음 번 이스라엘의 왕은 대장이라고 오래 전에 선언했다고 한다. 넉넉히 그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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