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다윗-양치기 소년
언제부터 양들과 함께 살았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우리부족의 주업이 목축이고 우리 집도
많은 양을 기른다. 그러니 걸음마를 하면서부터 양과 함께 했으리라. 양치기는 직업이 아닌 그냥
우리의 삶이다. 내 형들도 모두 양들을 쳤고 나이가 들어 군인이 되었다. 내가 막내라 물려 줄 동생
이 없어 좀 더 오래 하는 것 뿐이다. 나는 양들과 함께 하는 생활이 즐겁다. 양들은 내가 있어 안전
하고 나는 양들이 있어 행복하다.
우리부족의 아이들은 양을 치면서 일찍 자립을 한다. 일가친척이 떼를 이루어 유목을 하기도 하
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는 양과 양치기만 한두 달 동안 들판에 머무는 것이 보통이다. 그때는 들에서
먹고 자며 냇가에서 씻고 자연의 일부로 산다. 집에 웬만한 일이 있어도 연락하기 힘들어 양치기들
을 빼고 결정하고 행한다. 더구나 막내인 내 의견을 가족들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막내인 나에 대한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으로 삶에 대한 경계심이나 두려움은 없다. 나름대로 재주가
많아 하프도 꽤 켤 줄 알고 노래하고 시를 쓰고 맡은 일도 빈틈없이 해낸다. 내가 몇 년 째 돌보고
있는 양이 수백 마리인데 그 특징과 건강상태 버릇들을 다 알고 있어 하나하나 이름을 지어 부르고
양들도 자기들의 이름을 안다.
양들이 음악을 좋아해 그들을 위해 하프를 타고 여러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며 양치기생활을 즐기고
있다. 양들도 성격이 모두 달라서 싸움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있고 싸우기를 피하는 놈들이 있고 장난
꾸러기들도 있다. 한번은 양들의 갑작스런 비명을 듣고 가 보았더니 맹수가 침입해 양을 물어가려 하
고 있었다. 막대기와 온 몸으로 필사적으로 싸워 쫓아냈다. 그 후로는 더욱 양들을 살피고 맹수들을
물리칠 방법을 찾다가 생각해 낸 것이 형들이 알려준 돌 던지기와 물매다.
시큰둥했던 돌 던지기와 물매에 관심과 흥미가 생겼다. 내 양들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녀야 할 기
술이요 무기였다. 몇 번 해보니 재미도 있다. 물매는 들판보다는 호수에서 던져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며칠에 한 번씩 호수로 가는데 그 때마다 비거리(飛距離)가 늘어나는 것을 본다. 맨손으로 돌을
던지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손으로 느껴지는 거친 감촉도 좋고 무엇보다 목표물을 명중시킬 때
의 짜릿한 쾌감이 있다. 돌 던지기는 비거리와 정확성과 파괴력이 중요하다. 반년 여 이 일에 몰두하니
이제는 나의 즐거운 취미가 되었다. 비거리는 칠십 미터정도 나가고 삼십 미터정도의 거리에서는 주먹
만 한 크기의 목표물도 실수 없이 맞출 수 있다. 십여 미터 거리의 돌은 두 조각을 낼 수도 있다. 최근
에는 곰이 침입해 양을 물어가는 걸 돌을 던져 양을 구하고 다시 물매로 곰을 잡았다. 앞으로는 돌 던
지기와 물매가 내가 양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아주 신기한 일이 있었다. 갑자기 사람을 보내 나를 집으로 불렀다. 궁금해 도중(途中)
에 물어 보았더니 중요한 손님이 왔다는데 우리 집에 그 정도로 중요한 손님이 온 적이 없고 내가 없
다고 안 될 일도 없는데 이상했다. 집에 도착하자 사무엘선지자라는 분이 내 머리에 기름을 붓고 무슨
말인가를 빠르게 주문처럼 외우고는 서둘러 떠났다. 부모님은 내게 “네가 앞으로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분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아버지는 그
선지자의 행동이 그런 의미라고 하셨다. 나는 곧 들판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잘은 몰라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고 그 후로 기분이 더욱 좋다. 누군가 항상 나와 함께 있는 듯하고 내 일을 도와주는 것 같아
마음이 즐거워 더욱 콧노래가 자주 나온다.
“여호와께서 내 목자시니 내가 조금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비록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간다고 해도 하
나도 두려움이 없으니 언제나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내 마음의 고백이다. 가끔
집에 들러서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 앉아 있을 때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하면 가족들은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다. 양과 곰 돌 던지기와 물매 어느 이야기도 사실로 인정해 주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
다. 우리가족들은 내가 막내라는 열등감으로 심한 허풍과 오만에 빠진 것처럼 취급한다. 때때로 억울해
서 소리라도 지르고 사실을 보여 주고도 싶지만 그다지 마음 쓰고 싶지는 않다. 목동으로서 지금의 내
생활자체가 즐겁고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돌볼 양들이 있고 생활 속에 주가 함께 하셔 기쁨과 감사와
노래가 내 마음에 가득하다.
주변에 또래 아이들이 없어 외롭기는 하지만 그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몇 년 있으면 나도 군대에 가고
그곳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많은 이들이 함께 할 것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 그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라를 지키는 데에도 내 역할을 다하고 싶다. 여호와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한 내가 겪을 어떤
일도 조금도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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