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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는 삶을 TKO로 이길 수 있으려나

변두리1 2017. 4. 24. 21:19

완득이는 삶을 TKO로 이길 수 있으려나

- 그래도 도완득(都緩得)이다 -

 

   작가 김려령은  완득이를 청소년소설로 썼고 2007년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완득이는  사회의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장애인차별, 종교와 교육까지 담겨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고 때론 가벼운 필치로, 과격하게 청소년들에게 다가간다. 좌충우돌로 시행착오와 흔들림이 많고 그것이 당연한 시기가 청소년기다. 누구나 겪었고 또 겪을 것이면서도 항상 어려운 때가 그 때다. 완득이는 학교성적은 바닥권이지만 속이 차고 단단한 인격체로 커간다.

 

   완득이는 고등학생이고, 아버지 도정복은 난쟁이 춤꾼이다. 어머니는 베트남 출신으로 완득을 낳고 젖을 뗀 후에 갈라서서 한국사회에서 차별을 받으며 꿋꿋하게 살아간다. 완득의 아버지에게 춤을 배우고 형제처럼 사는 이가 말이 어눌한 남민구다. 이들 사이에 자주 끼어드는 것이 완득이의 담임인 이동주 선생이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차별하는 아버지를 둔 부잣집 아들로 학교 사회선생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 교회였던 건물을 사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일을 펼친다. 그 일로 고발당해 일주일을 유치장에서 지내기도 하고 때론 교회 전도사 행세도 한다.

   완득이는 학교생활에 큰 관심이 없다. 친구도 별반 없고 남의 일에 잘 나서지도 않는다. 그런 면이 오히려 정윤하의 관심을 끈다. 늘 일등을 하는 정윤하는 염준호와 사귀고 있었는데 준호는 윤하와 혁준을 주인공으로 선정적 만화를 그린 것이 알려져 따돌림을 당하다 전학을 간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윤하를 처음에는 귀찮아하고 관심을 갖지 않지만 점차로 가까워진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완득은 킥복싱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열심을 보인다. 관장은 점점 어려워지는 체육관 운영에도 완득이를 가르치고 게으르고 대충하는 것 같아도 핵심을 꿰고 있고 자신의 일을 철저하게 처리한다. 윤하는 더욱 완득에게 집착을 하고 체육관에 자주 출입한다.

   완득의 어머니는 동주 선생의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통해 완득의 소재를 확인하고는 아들을 찾아온다. 아들에게 편지를 남기고 가는데 거기에 미안함의 표현과 전화번호가 있다. 어머니는 그 후로 여러 번 찾아오고 급기야는 아버지와도 만나 말다툼을 통해 의견을 나눈다. 완득과 그의 부모는 소통의 폭이 넓어지고 완득은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어머니의 검정 구두를 사 드리고, 전화도 하고 요리법을 묻기도 한다.

   완득이 어머니와 폐계를 세 마리나 사 와서 아버지와 남민구, 동주 선생, 자주 말다툼을 하던 이웃 박두수, 어머니와 완득이 한자리에 함께 하여 고무 모형 닭이라고 일컫는 삼계탕 속의 노계를 뜯으며 통성명을 하는 장면은 이 소설에서 몇 안 되는 상징적인 장면이라 하겠다.

   완득은 킥복싱을 배우면서 싸움과 스포츠의 차이를 익혀간다. 재능이 있는 완득이도 시합을 앞둔 연습경기, 체육관끼리의 친선경기, 새로 옮긴 체육관의 첫 경기에서 모두 TKO 패를 당한다. 체육관을 정리하고 아내의 병 때문에 홍천으로 가는 관장님에게 자신이 패한 만큼 승리한 후에 찾아뵐 것을 결심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에 힘써야 할 윤하가 완득과의 관계 때문에 체육관을 자주 찾고 학업에 전념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그녀의 어머니는 완득을 찾아와 만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다. 둘의 관계는 서서히 시들해지고 완득의 운동을 반대하던 아버지는 아들을 이해하고 더 이상 반대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의 차가운 모멸과 무시를 견디며 사는 완득의 아버지는 춤추던 곳이 콜라텍으로 바뀌면서 남민구와 함께 일자리를 잃는다. 그들은 지하철 안에서 물건을 팔다 수모를 당하고 지역의 오일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하지만 어디도 그들에게 편안한 곳은 없었다. 남민구는 그를 원하는 춤판으로 다시 떠난다. 동주 선생과 아버지는 춤 교습소를 차리고 다시 남민구를 데려다 아버지는 이론을 남민구는 실습을 담당해 가르친다.

   윤하가 완득에게 전화를 걸어와 일방적으로 약속을 하고 자신의 어머니가 한 행동을 사과한다. 그리고 윤하는 완득에게 서운했던 것을 말하고 서로의 오해를 해소한다. 윤하는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고 종군기자가 될 것임을 완득에게 밝힌다. 시행착오와 혼돈과 흔들림의 때가 서서히 걷혀 간다. 완득은 킥복싱에, 윤하는 종군기자를 향한 학업에, 아버지와 남민구는 춤 교습소 운영에, 동주 선생은 학생들 교육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원하는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삶은 언제나 힘겹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상존한다. 우리 주변에 다양한 이들이 살고 바닥을 사는 이들도 어느 시대나 존재한다. 그런가하면 동주 선생, 체육관 관장 같은 이들이 주변에 있어, 같은 공간에서 시대의 슬픔과 기쁨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그 가운데 시대를 넘어 사회의 희망이라는 청소년들도 자라난다. 자신들만 고통 속에 성장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소설 속의 완득이는 완득(緩得)이요, 완득(完得)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