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생활

불타는 청춘의 의미

변두리1 2016. 11. 24. 00:14

불타는 청춘의 의미

- 중년 외톨이들이 함께 노는 모습 -

 

 

  오십 전후의 어찌 보면 한물간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주인공이다. 그들과 함께 같은 문화를 향유하며 살아온 이들에게 향수 같은 추억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연령대 사람들이 사회에서 갖는 위치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녀 사이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다루고 있다. 예전과 달리 남녀관계가 열린사회로 변화하면서 이혼이 더 이상 쉬쉬하며 넘길 문제가 아닌 것이 되고, 이혼의 증가로 인해 다시 홀로된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떤 사유로든 배우자가 없는 이들이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지고 싶고, 옛 추억과 우정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있다.

 

   몇 명 붙박이 출연진이 있고 몇 명은 수시로 바뀐다. 같은 시대와 문화를 살았던 이들이 그들을 만나는 것도 반갑겠지만 출연자들도 서로 반가워한다. 나름대로 자신의 분야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던 이들이다. 본인들은 안타까움을 가지고 또 시청자들은 분망한 세월 속에서 잊혀 가다가 다시 만나 오래 만에 보는 그리운 옛 친구들처럼 금방 익숙해지고 친밀해진다.

   우리나라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12일 정도 여행하면서 그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놀이나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출연진 자체가 어떤 처지나 형편에서도 춤과 노래와 놀이로 웃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연륜과 능력을 지닌 이들이다. 프로그램의 운명과 그들의 수입이 연결되어 있고 제작에 관련된 이들이 적지 않아 출연진들을 그럴듯하게 묶어서 눈길을 끌어보려는 시도도 느낄 수 있다. 서로 비슷한 처지에 홀로 사는 외로움과 고충 또 편안함을 아는 이들이니 미묘한 신경전도 없을 수 없다.

   어디를 가든 가끔은 식당에서 끼니를 사먹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 지역의 재료를 가지고 출연진들이 자체 해결을 한다. 그 과정에서 소소한 일상 속에 불 땔 나무를 쪼개고 조리를 위해 물 긷고 반찬을 만드는 일들이 녹아든다. 출연진의 막내가(실제로 막내인지는 모른다) 설거지를 비롯해 많은 궂은일들을 처리한다. 더하여 밑반찬으로 김치나 채소들을 마을 사람들에게 얻어올 때도 있고 시장을 다녀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얼굴이 알려진 이들의 힘과 방송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큰 관련이 없는 이들도 그들의 면면이나 전국적인 방송망을 가진 카메라를 대하면 온순해지고 협조적으로 될 수밖에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그들을 대해주는 똑 같은 인물들이 방송카메라와 알려진 얼굴이 아닌 이들에게는 어떻게 대해 줄까를 생각하면 지명도와 방송의 힘은 대단함을 넘어서 막강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두 사람은 공식적인 열애 커플이 되었다. 그들은 예전부터 긴 세월을 알아온 것이지, 최근 들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떤 일에 계기가 필요하고 이 프로그램이 그것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일이 그들만의 개인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전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사회의 결혼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결혼이 필수라기보다 선택이라는 의식이 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현실이 너무 고달픈 탓도 있겠지만 국가적으로 간단히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방송을 제작 방영하니 그들이 찾는 곳도 전국적이다. 국내여행뿐 아니라 세계여행도 쉬워진 세태이긴 하지만 일반인이 매주 여행을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직업으로 일도 해가면서 즐길 수 있으니 두 배의 기쁨을 누릴 것 같다. 기대수명이 길어져 50전후의 나이는 이제 결코 많다거나 늙었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그들은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는 이들이다 보니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수많은 중년들이 오래도록 활력 있게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다는 자극을 그들을 보면서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나도 오래전에 오십을 넘겼다. 하지만 아직도 늙었다거나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이 더욱 많아지고, 해야 할 일도 한둘이 아니다. 체력이 더 강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이해의 폭은 더 넓힐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하여 열정을 쏟는다면 개인과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이 없을 듯하다. 지금까지가 가족들을 위해 일한 시기라고 하면 이제부터는 자아실현을 위해 쏟아 부을 수 있는 황금기다. 예전과는 다른 시대가 펼쳐져 있다. 육십이 넘어도 사회는 그들을 노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문화의 쏠림현상을 바로잡을 뿐 아니라 이전 시대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화를 제2의 청춘들이 만들어 가야한다. 이런 때에 오십대 전후의 계층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큰 격려요 위안이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시대를 돌아보며 그 시대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나마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방송이 가진 힘이요,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 방송을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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