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야곱

보고 싶은 아들에게

변두리1 2016. 2. 20. 22:34

보고 싶은 아들에게

 

  아들아, 고향 떠나 먼 곳에서 몸은 건강한지 걱정이구나. 칠년이란 긴 세월동안 얼마나 변했을지 많이 궁금하다. 그래도 너 있는 곳이 생면부지의 땅이 아니라 내 부모형제들이 사는 친정이라 마음이 한편 놓인다. 우리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런대로 잘 살고 있다. 네 아버지도 너 떠난 이후로 심하게 악화되지는 않으시고 여전하시다. 더 젊어지고 튼튼해 질 수는 없는 것이니 해마다 조금씩 쇠약해져 가는 것이야 피할 수 없는 일이지. 네 아버지는 자신이 섬기는 하나님의 은혜로 한철 한철을 사시고 나는 특별히 아픈데 없이 집안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네가 떠나고 며칠만 있으면 다시 불러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 이런 저런 문제가 한번 꼬이기 시작하니까 쉽지 않더구나. 네 형도 성격상 어떤 일로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인데도 의견충돌이 있을 때마다 그 문제를 얘기하니 쉽게 부르지 못했구나. 그래도 이토록 긴 세월이 흐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초반에 어긋나니 별일이 없는데 그곳 네 사정도 모르면서 돌아오라고 하기도 만만치는 않더구나. 그곳이 내 친정이라는 면도 내 맘을 누그러뜨린 원인 중 하나였고 네가 그곳에서 결혼하기를 원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너를 잊은 적은 하루도 없었다. 네 생각을 하면 울적하고 보고 싶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적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네 형은 잘 있다. 동네나 타향에는 네 형이 유명할 게다. 우리 마을에서도 사냥꾼 에서라고 하면 모르는 이들이 없다. 어떤 곳에서는 우리 마을을 에서네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하더라. 네 형수들에게는 아직도 정이 가지 않는다. 그들도 나를 그다지 달가워하는 것 같지 않고 나도 마음으로는 이제는 받아들여야지 하면서 밖으로 표현되는 것은 그게 아니더라. 너도 알고 있듯이 네 형 에서가 부인이 셋이잖니. 네 두 형수에게서는 아들만 하나씩이고 한 형수는 아들이 다섯이 되었단다. 손자들을 보아도 나나 네 아버지나 그다지 정이 가지 않는구나.

  네가 물은 너에 대한 형의 문제는 이제 별일이 없을 것이다. 가끔씩 네 이야기를 하는데 네 형도 너를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는 것 같더라. 워낙 감정표현을 안하는 편이긴 하지만 서운한 기억보다는 자잘한 것들을 챙겨준 것들을 잊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너도 형에 대해서 서운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잊어버리길 바란다. 우리 마을은 네가 떠난 후로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돌아오면 금방 예전처럼 익숙해질 수 있을 거다.

 

  네가 결혼을 한다니 감개무량하구나. 부모가 되어서 남의 말 하듯이 그렇게 얘기하는 게 이상하다만 어쩔 수 없게 되었구나. 외삼촌의 둘째딸과 맺어졌다니 안심이 되고 네가 그렇게 좋아한다니 우리는 안 봐도 찬성이고 축하한다. 가나안 여인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나는 기쁘다. 며느리가 어떤지는 몰라도 도덕과 성적인 문란함이 없을 것이니 일단 안심이 된다. 네 아버지와 내가 꼭 가보고 싶긴 하지만 체력에 자신이 없고 이곳을 긴 기간 비워둘 수가 없으니 그것은 어려울 듯하다. 그 대신 내 유모였던 드보라를 너도 알 텐데 나이는 많지만 몸도 건강하고 오랫동안 못 가본 고향을 꼭 한번 보고 싶어 하니 이 편지와 함께 상인들에게 부탁하여 보낼까 한다. 오래되긴 했지만 그곳 사정에도 밝고 사람이 순박하고 신실하니 네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가거든 그곳에 머물다가, 네가 결혼식을 마치고 그곳 일이 정리되는 대로 속히 고향으로 오려는 계획이라고 하니 함께 돌아왔으면 좋겠다. 긴 세월을 잘 버텨준 아들이 참 고맙다.

 

  그곳의 모든 이들에게 나와 가나안 집의 안부를 전해주기 바란다. 내가 가나안으로 올 때에는 친정에 결혼예물을 호화찬란하게 치렀는데 며느리를 위해서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아쉽구나. 그나마 네가 칠년간을 일해 주었다고 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 지는듯하다. 결혼식을 잘 치르기 바란다. 남들이 하는 것은 쉬워보여도 자신이 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마을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흉잡히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해라. 우리는 네 편지를 받고 큰 걱정을 덜었고 한 시름 놓았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고 아내를 거느리는 가장이 되고 머지않아 자녀를 갖게 될 것이니 더욱 책임감 있게 행동하길 바란다. 곧 돌아올 예정이라니 기다리고 있겠다. 그렇다고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지 말고 헤어질 때도 서로 서운함이 없도록 처신해야 한다. 한 번 더 아들의 결혼을 멀리서나마 진심으로 축하한다.

 

  네 아버지의 하나님을 너도 몇 번 경험했다고 하니 그분을 잘 섬기고 너를 위한 그분의 돌보심이 지극하기를 빌겠다. 네 편지를 우리에게, 또 내 유모 드보라를 네게 탈 없이 인도해주는 상인들의 수고를 충분히 인정해 주어라. 건강한 몸으로 너와 며느리 그리고 내 유모 드보라가 가나안으로 속히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마. 내 유모를 따듯하게 맞아주어라. 항상 네 몸을 소중히 해라.

 

                                                              멀고 먼 고향 땅 가나안에서,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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