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야곱

그리운 부모님께

변두리1 2016. 2. 20. 14:51

그리운 부모님께

 

  어머니 아버지, 저 아들 야곱이에요. 집 떠나 온 지도 벌써 칠년이 넘어가네요. 그동안 어머니 아버지 모두 건강하시리라 믿어요. 형님도 여전히 잘 지내시겠지요. 아버지는 저 떠나올 때도 기력이 약하셨는데, 얼마나 좋아지셨는지 늘 걱정이에요. 어머니, 많이 뵙고 싶어요. 한두 달이면 다시 고향에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칠년이 되었어요. 얼마 전에 이곳과 이집트를 오가며 장사하는 이들을 만났더니 가나안에도 자주 간다고 하대요. 고향 집 규모가 있으니 알까 해서 형 이야기를 했더니 안다고 했어요. 그들을 통해 고향집 소식을 들었어요. 이 편지도 그들을 통해 전하는 거예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한 것이 많았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이곳이 두 번째 고향이 되었어요. 어머니, 아버지 제가 이곳에 와서 외가의 둘째딸을 좋아하게 되어서 한 달 후에 결혼을 해요. 부모님께 뵈어드리지 못하지만 아주 귀여운 아가씨예요. 보시면 분명히 좋아하실 거예요. 저를 이곳으로 보내시면서 가나안여인과 결혼하지 마라, 외가에 가서 아내 될 여인을 찾아라하신 뜻을 알았어요. 부모님이 이 편지를 받으실 즈음에는 아마 이십여 일이 남을 거예요. 고향의 가족친지 분들과 함께 할 수 없음이 아쉬워요. 한두 분이라도 오시길 바라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제가 가능한 빠른 시일에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마음먹고 있어요.

  며느리 될 아가씨를 전혀 모르실 테니 조금 얘기해 드릴게요. 외삼촌 라반의 둘째 딸인데요 제가 이곳에 오던 날부터 반했어요. 예쁘기도 하고 착하고 귀여워요. 언니가 하나 있는데 별로 정이 가질 않아요. 외가에서는 언니하고 맺어주려고 애를 많이 쓰는 것 같았지만 제가 동생을 좋아하니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여기 와서 한 달쯤 되었을 때였어요. 외삼촌이 저를 부르더니 친척이라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공짜로 일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품값을 정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둘째딸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보다 나을 것 같으니 칠년을 일하라고 했어요. 그녀를 아내로 맞는다는 기쁨과 공적인 인정이 좋아서 정말 며칠처럼 즐겁게 칠년을 살았어요. 그동안 가끔씩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익숙해지기도 했고요. 이제 그 기간이 차서 드디어 다음 달에 결혼식을 올리는 거예요.

 

  제 얘기만 하느라고 잊었네요. 고향은 달라진 게 없는지 궁금해요. 형님은 여전한지요. 이제 언제든 제가 돌아가도 괜찮은 건가요? 형님의 성격을 아니까 큰 걱정은 하지 않지만 가까이서 보시는 의견은 어떠신지요. 우리 집 형편도 제가 떠나올 때와 달라졌겠지요. 더 좋아졌으리라 기대해요. 부모님 건강을 많이 염려하고 있어요. 연세가 적지 않으시니 더욱 조심하시면 좋겠어요. 오래 떠나 있으니 눈에 익었던 고향산천이 너무 그리워요. 지나간 사소한 일들이 더없이 소중했음을 알게 되었어요. 부엌에서 나던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아버지의 기침소리도 정겨웠던 추억으로 제 기억 속에 살아있어요.

  형님 가정은 다 편안한지요? 어머니는 아직도 형수들이 불편하신가요? 조카들은 잘 있는지, 그동안에 새로 태어난 조카들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요. 그러리라 믿지만 형님을 인정해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형도 사리판단이 있고 자녀와 아내를 거느린 가장이요, 가문의 맏아들로 안팎으로 큰일들을 해나가야 하니 잘 대해 주셔요.

 

  결혼식 마치고 이곳 일이 정리되는 대로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거예요. 이곳도 생활하기에 아무 불편이 없지만 부모님과 친숙한 이들을 마주하며 살고 싶어요. 이곳 외가 분들이 저를 쉽게 가게 할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처음 이곳에 올 때 하고는 가산의 규모가 크게 달라졌어요. 특히 제가 관여하는 일마다 크게 잘 되어서 이제는 지역의 알부자로 소문이 났어요. 외가 분들도 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다 느끼고 있는 듯해요. 다들 내게 함부로 대하지 않고 어려워하며 내 말을 전적으로 믿어주거든요. 일을 결정하는데도 내게 의견을 묻고 그대로 결정하는 일이 많아요. 저도 이곳에서 아버지가 섬기는 하나님의 음성을 가끔 들었어요. 그리고 그분이 나를 도우시는 걸 자주 경험했어요.

 

  아무쪼록 부모님 모두 건강하시길 기도할게요. 멀리서지만 아들의 결혼을 축복해주세요. 고향으로 속히 돌아갈 거예요. 전할 말씀이 있으면 이 편지를 전하는 이들이 돌아올 때에 부탁하시면 돼요. 늘 건강하세요.

                                                                                             멀리 하란에서 사랑하는 아들 야곱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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