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단순한 이들(레아의 어머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렇게 단순할 수 있을까. 사람을 오직 외모 한 가지로 판단하는 세태가 너무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잘나고 예쁜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나이 들면 다 비슷하고 한 집에서 오래 살다보면 무감각해져 죽고 못 살 정도로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겉모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이고 사람 됨됨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재능과 성격 그리고 건강과 인간관계 그런 중요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큰 아이가 무엇이 부족한가. 얼굴과 몸매야 엄밀히 말해 자신의 책임이 아니지 않은가. 예쁘고 매력적으로 생겼다는 이들도 자신의 노력보다는 타고난 것이다. 보기 좋은 것이야 인정 안할 수 없지만 그것이 생활에 꼭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 여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집안을 잘 건사하고 손님들을 접대하고 맡겨진 일들을 잘 처리하는 것인데 그것들을 위해서는 건강과 원만한 성격이 중요하다. 관상용 물품이나 장식용이 아니라면 뭇 사람들의 시선을 충족시키기 위한 외모가 무엇이 그리 대단한 문제가 되는가.
가족의 구성원이 아닌 남이라면 육체적으로 매력적인 것이 좋아 보이겠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가족이라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이 있다. 큰 아이가 당하는 불이익에 마음이 상한다. 내 생각에는 인물이 조금 문제이지 다른 것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별반 빠질 것이 없는데 사람들은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눈치다. 반면에 작은 아이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 큰 아이 일로 찾아온 이들도 어쩌다 작은 아이를 보게 되면 은근히 그 애에게 더 관심을 갖는다. 그들에게 큰 아이의 좋은 점들과 작은 아이의 좋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고질적 중병인 듯하다.
까놓고 얘기하면 작은 아이는 게으르고 이기적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고 일도 확실히 처리하는 편이 아니다. 튼튼하지 못하고 잠도 많다. 어미로서 내가 더 이야기하기가 민망하다. 그에 비해 큰 아이는 부지런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극진하다. 무슨 일을 맡겨도 안심이 되고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이 별반 없다. 늦잠을 자는 일도 없고 아프다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작은 아이가 제 몫도 감당하지 못한다면 큰 아이는 두세 사람의 몫을 거뜬히 해 낸다.
최근에 우리 집을 찾아온 녀석에게 기대를 걸어 보았더니 다른 이들과 차이가 없었다. 어쩌면 하나같이 꼭 같을까. 누가 가르치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잘나 보이는 것은 없어도 건강하고 저 맡은 일은 그런대로 해낼 것 같아서 큰 아이와 이어줘 볼까 했는데 작은 아이를 본 순간부터 그 아이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작은 아이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얼굴과 몸매로 다른 이들에게 초반에 귀여움과 사랑을 받겠지만 그걸로 끝이다. 여자로서 제 몫을 감당하고 가정을 잘 꾸리고 남들과 원만한 관계를 이루어 사는 것은 큰 아이가 훨씬 나을 것이다.
이 너무도 아쉬운 일을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나와 의견이 같았다. 남자들이 하나같이 여자들의 외모에 관심을 가져서 여성들이 마땅히 힘써야 할 것은 소홀이 하고 길게 보면 중요하지도 않고 노력하는 만큼 큰 진전도 없는 일에 많은 힘을 소모하고 있다고 푸념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도 젊었던 때에는 그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나이가 들고 세상을 웬만큼 살고 나서야 그 허망함을 넘어설 수 있었다고 했다. 하긴 나도 처녀시절에는 키 크고 잘 생기고 근육이 울룩불룩한 남자가 멋있어 보이고 마음이 가곤 했었다. 그러니 젊은이들에게 아무리 말해보아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저들도 세상을 많이 살고 나이가 지긋해진 후에야 진실을 알 수 있으리라.
남편과 나는 우리 집에 와 있는 그 젊은이를 위해서도 작은 아이가 아니라 큰 아이와 가까워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둘이 잘 연결되도록 서로 힘을 써보자고 했다. 은연중이라도 그 젊은이 앞에 큰 아이를 내세우고 이야기를 해도 그 아이의 좋은 점들을 자주 들려주어야 하겠다. 작은 아이도 여인으로서 익혀야 할 일들과 남들에 대한 배려, 그리고 사람 됨됨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꼭 알려주어야 하겠다.
어쩌면 벌써 늦었는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큰 아이와 맺어지기를 원한다는 것을 눈치라도 챈 것처럼 요즘은 부쩍 보란 듯이 둘이 다정스레 어울리고 더 자주 붙어 다니면서 우리를 단념시키고 자신들의 관계를 암묵적으로 인정받으려는 태세다. 큰 아이를 불러서 힘을 좀 보태주어야겠다. 할 수 있는데 까지 네 편이 되어줄 것이니 너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보라고 해야겠다. 대신 작은 아이에게는 은근히 압력을 넣어야겠다. 사람들 눈도 생각하고 네 언니 눈치도 염두에 두라고 하면 알아차릴 것이다. 그 아이의 성격으로 봐서 쉽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부모의 의중은 알게 될 것이다.
하여튼 큰일이다. 흔히 하는 말로 얼굴보다 마음이 예뻐야 한다는 것을 젊은이들은 왜 그렇게도 모르는 것일까. 더할 수 없이 단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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