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학》을 읽고
-이념을 극복하는 우정-
1. 황순원(1915.3.26 평남 대동~ 2000.9.14 서울)은
시인으로 등단해서 뛰어난 단편소설가로, 다시 장편소설가로 거듭 변신하면서 문학세계를 넓힌 작가이다. 오산중학교를 거쳐 숭실중학교를 마쳤으며, 1934년 일본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제2고등학원에 입학, 1939년 와세다대학 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생활하다 1946년 월남했다. 서울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57년 경희대학교 문리대학 교수가 되었으며, 1980년 정년퇴임 후 명예교수를 지냈다.
-브리태니커-
주요 작품으로 단편 <별>, <목넘이 마을의 개>, <그늘>, <기러기>, <독 짓는 늙은이>, <소나기>, 장편 『카인의 후예』, 『나무들 비탈에 서다』『일월』 등이 있고, <황순원전집> 12권이 간행되어 있다.
2. 작품의 줄거리
성삼과 덕재는 한 마을에서 자란 어려서부터의 친구다. 그러나 전쟁 속에서 공산군이 밀려가고 유엔군이 차지한 고향에서 그들은 치안대원과 농민동맹 부위원장으로 만난다. 성삼은 피난가지 않고 숨어있다 잡힌 덕재의 호송을 맡는다. 덕재를 호송하면서 부위원장으로 사람을 얼마나 죽였는가 묻자 덕재는 너는 죽일 수 있냐며 죽이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밝힌다. 성삼은 가슴 한복판이 환해짐을 느낀다. 농민동맹 부위원장이면서 피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아버지가 반 년 전부터 병중이고 농사를 두고 못 가게 하시는 부친의 말씀과 부친의 임종이라도 지키고 싶었다는 말을 듣는다. 부위원장이 된 것도 빈농의 자식에 근농꾼이어서 였음을 알게 된다. 성삼은 지난 유월 자신의 피난 경험을 되살려 공감을 한다. 그가 “꼬맹이”와 결혼해 올 가을에 첫 애를 낳을 것임을 듣고는 “꼬맹이” 로 인한 어릴 적 생각을 한다. 호박잎 담배 밤 서리와 덕재의 성품 학을 둘러싼 일들을 회상하고는 덕재를 묶었던 포승줄을 학을 잡을 올가미로 삼아 덕재에게 학사냥을 제안하며 자신이 잡풀 새로 기어가며 학을 몰아오라고 소리친다.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한 덕재에게 “어이, 왜 멍추같이 게 섰는 게야? 어서 학이나 몰아오너라!”란 외침을 듣고야 성삼의 의도를 안 덕재가 잡풀 새로 기어 도망간다.
3. 작품 읽고서
전쟁은 세상을 이분법(二分法)으로 나누어 놓는다. 내편이 아니면 적이다. 그날의 남침으로 남한이 밀려 내려갔을 때에는 지주와 자본가 반동으로 몰려 어려움을 당하고 유엔군의 도움으로 밀고 올라왔을 때에는 부역자와 공산당으로 몰려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전쟁은 사람을 황폐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념과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너무도 초라하고 그 피해는 엄청나다. 작가는 덕재와 성삼의 대화를 통하여 서로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일 년 남짓의 경험보다 이십여 년의 함께한 경험이 강하고 진실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성삼은 자신과 다르지 않은 덕재의 지극히 평범한 삶을 본다. 병드신 홀아버지를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그냥 그런 아내와 결혼하여 첫애를 낳는다. 성삼은 그 삶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로 그를 살려 준다. 아군과 적군을 넘어 친구로 대해준 것이다.
그들을 친구로 회복시켜 준 것은 다른 것보다 같은 것이 훨씬 많다는 동질성의 확인이요, 공동의 경험이다. 남북한 사람들의 공동 경험이 희박해져 간다. 휴전 당시에 태어난 이도 이제는 육십이 넘었다. 조금 더 지나면 함께한 경험이 전무한 때가 올 것이다. 통일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세월이 더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공동의 경험들을 늘려가야 한다. 통일의 감정적 필요성이 점차 약해져 간다. 정(情)적인 부분도 통일의 강력한 부분이었는데, 심한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해방이 어느 날 선물처럼 갑자기 왔듯이 통일이 그렇게라도 다가오면 좋겠다. 정이 넘치는 사회를 만드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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