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사람풍경》을 읽고

변두리1 2015. 6. 25. 20:29

사람풍경을 읽고

                                                                       - 김형경의 심리여행 에세이 -

 

 

  1. 김형경은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1983년 시, 1985년 소설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와 많은 소설집과 시집을 냈다. 사람풍경2004년 12월 아침바다 라는 이름의 출판사에서 출간된 후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듭하고 있다.

 

 

  2. 책에서는

 

  프롤로그의 제목이“‘를 찾아 떠난 여행이고, 책의 부제가심리여행 에세이니 책의 내용이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저자는 글을 네 부분으로 나누었다. 인간이 생득적으로 타고나는 기본적인 감정들’, 그 기본적인 감정들을 다루는 방법으로서의 무의식적 생존법’, 개인적 성장을 위한 긍정적 선택그리고 사회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다루는 성장의 덕목이다.

 

  1) 기본적인 감정들

  아주 힘이 센 존재로 우리 생의 비밀을 더 많이 쥐고 있는, 한 개인 내면의 이질적이고 독립된 세계로 이 거대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상태를 지하도시 카타콤으로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생존을 위협하거나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감정, 욕망, 생각 등이 숨겨지거나 떨어져 쌓인 부산물로 억압당한 자아의식에서 생겨난다. 융은 그것을 인격형성의 모체라고 본다. 정신 분석가들은 인간정신이 생후 3년까지 60% 여섯 살 까지 95%가 형성되므로 다섯 살 까지가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 대부분이 세 살까지 형성된 인성과 여섯 살까지 배운 관계 맺기로 평생을 산다고 한다.

  우리의 많은 행동이 무의식에 큰 영향을 받는데 자신의 필요나 자기를 닮은 사람을 의존할 대상으로 선택하여 사랑을 쏟아 붓거나 갈구한다. 그러다 이 대상을 잃거나 박탈당할 때 느끼는 감정이 분노다. 곧 대상 상실의 감정이요 쉽게는 돌아오지 않는 사랑이다. 또한 이 분노가 억압되어 제대로 표출되지 못할 때 우울해 지는데 이것이 내면으로 돌려지면 자기파괴, 우울증, 자살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우울은 분노에 대한 슬픈 감정인 것이다. 우울은 자살에 이르는 위험한 증상이며 암, 비만과 함께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질병이다.

  불안은 위험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생을 위협하는 자연적 사회적 요인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다. 공포는 불안과 겹치기도 한다. 불안이 막연하고 비이성적인 위험에 관한 것이라면 공포는 구체적이고 대상이 있는 위험에 대한 반응이다.

 

  2) 무의식적 생존법

  아기에게 의존의 대상은 엄마인데 성장과 함께 엄마로부터 분리, 개별화를 겪으며 그 시기에 중간 대상인 엄마를 대신할 의존물이 필요하다. 유아기 때에는 그것이 담요 인형 장난감 같은 것들이고 성장과 함께 그 대상도 변화한다. 이것은 성인이 되면서 술이나 담배 쇼핑이나 종교가 될 수 있다. 이 의존이 심화 극단화된 상태가 중독이다.

  기본적으로 질투심은 세 사람 사이의 감정이고 시기심은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다. 질투심은 자신과 관계된 특정인을 향한 감정이지만 시기심은 무관하거나 불특정 다수를 향해서도 발생한다. 질투심의 배후에는 사랑받는 자로서의 자신감 없음이 자리하고 있다. 분열은 대상을 한 가지 기준으로 둘로 나누는 것이다.

투사는 내면의 부정적인 생각, 욕구, 충동들을 외면하므로 무의식으로 쌓고 그것을 다른 대상에게 옮기는 것으로 지역감정, 인종차별, 마녀사냥 등이 대표적이다. 회피는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도피하는 것이다.

 

  3) 긍정적 선택

  동일시는 자기 이외의 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책을 읽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에 쉽게 나타난다. 콤플렉스는 억압된 관념이 무의식화 되어 자아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복합적 상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부정적 긍정적 양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콤플렉스를 사랑하면 수치로 숨기려던 것이 더 다양하고 풍부한 인격의 출발점이 되어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콤플렉스의 처리법으로는 보상과 적극적 노출과 단순한 인정이 있다.

  자기 존중은 자기의 장단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자신의 긍정적 속성을 거짓 겸손이나 우월감 없이 인정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속성도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 없이 시인하는 마음이 자기애와 자기 존중의 본질을 이루는 토대가 된다.

  에로스는 유디트를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저자는 일련의 유디트를 보면서 에로스가 어떻게 생존욕망이며 예술의 핵심이며 죽음과 닿아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에로스는 그 모든 유디트에서 활성화되어 웅성거리고 부딪치고 소통하는 상태일 것이다. 에로스는 곧 생의 에너지이며 창조성의 근원이다. ‘뻔뻔하게란 냉철한 현실인식 위에 서 있는 생존의 방식으로 겉치레나 체면에 가려있는 것들을 모두 앞으로 꺼내 놓는 것이다. 곧 생에 대한 환상이나 인간에 대한 꾸며진 이미지를 깨고 에로스적 생존욕망을 현실에서 성취하는 것으로 뻔뻔한 사람은 강한 정신력, 흔들리지 않는 주체성, 유연한 포용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4) 성장의 덕목

  역사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에 외국인 남성은 침략자로 외국인 여성은 새로운 성적 대상으로 의식이 형성된 것 같다고 한다. 동남아 남성 노동자들과 러시아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를 예로 들면서 우리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남에게 과잉친절을 베푸는 이들은 상대나 자기에게 사기를 치는 것인데 심리적으로 더 문제는 자기를 속이는 이다. 그들은 친절하고 관대한 이로서 자기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나 자기가 받고 싶은 것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것이란다. 그들은 자신들의 친절에 대한 상대의 호의와 보답을 무의식적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칭찬은 시기심의 다른 얼굴로 말로 다른 이를 움직이려는 방어기제다. 모든 연애고수들은 칭찬에 익숙한 이들이다. 지지는 판단하지 않고 남의 행동을 인정하는 것 또는 충고하려는 마음을 누르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 태도를 자신에게 돌릴 수 있다면 남의 칭찬에 들뜨거나 비판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기중심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은 연민이나 동감과 달리 중립적이고 판단하지 않는 태도로 상대의 내면을 고스란히 함께 느끼는 것이며 한 인간의 비통 애착 공포 분노를 받아들여 인간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을 마음 깊이 느끼는 것이다. 공감은 인정과 지지의 전제 조건으로 인간 감정의 거의 전 영역을 체험한 후에야 가질 수 있다. 모든 종교지도자들과 신화의 주인공들이 고난과 순교를 거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자신이 인간과 세상을 보는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삶의 태도가 변했다고 한다. 유아적 환상에서 벗어나 객관적 현실을 인식하고 타인의 사랑을 구하기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이타주의 방어기제를 버렸단다. 외부의 인정과 지지대신 스스로 인정하고 격려하고 남의 말과 시선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건강한 자기중심성을 획득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실현을 이야기한다. 내면에 있는 자아의 다양한 국면을 인식하고 통합하고 표출하는 능력을 창조성의 비밀이라 말하면서 두 살짜리의 호기심, 반항기 청소년의 분방함, 중년의 진중함, 노인의 지혜가 한 인간의 내면에 공존함을 이해하고 그 모든 국면을 표출하는 행위를 자기실현이라고 했다. 곧 억압이나 회피의 방어기제를 벗고, 이상화된 자기 이미지도 깨뜨리고, 외부에 내보이는 페르소나도 벗고, 진정한 자신의 내면에 닿는 것이 본래의 자기를 찾는 것으로 본성의 자기와 만날 때 빛나는 통찰과 창조의 순간이 찾아온다고 했다.

 

 

  3. 읽고 나니

 

  생후 3년까지 인간정신의 60%가 형성되고 6세까지 95%가 형성되어 그것을 바탕으로 평생을 산다고 하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엇갈린다. 그 시기를 놓친 이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또한 매사를 어린 시절과 엄마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하는 것이 불편하다. 심리적인 면을 강조하다 보니 세계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짐승들이 모여 사는 정글처럼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보다는 그래도 위선(僞善)이 나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심리에 충실하기 위해 친절과 이타(利他)를 버리면 우리사회가 얼마나 삭막해 질까. 그래도 우리 행동의 밑바닥에 있는 인간의 심리를 어렴풋이나마 들여다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여행과 심리를 섞어 만든 한 그릇의 요리처럼 맛이 있는 책이다. 심리학책도 잘 쓰면 재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대 행동의 깊은 속을 보는 것도 불편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