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어린 왕자

변두리1 2015. 2. 26. 22:35

어린 왕자

-사막에서 듣는 맑은 물소리-

 

 

  1.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1900년 프랑스에서 나서 12세에 비행기를 처음으로 타보고 그 경험을 시로 쓴다. 21세에는 민간인 조종사 면허를, 22세에는 군용기 조종 면허를 취득한다. 31세에 결혼을 하고 43세에 어린 왕자를 출간했으며 44세에 비행기를 탄 채로 실종된다.

 

  2.책속에는

 

  작은 별에 사는 어린왕자의 세계에 어느 날 씨앗 하나가 날아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그 꽃이 장미꽃이었는데 서로 소통이 어긋나 불만이 쌓여 어린왕자는 그 별을 떠난다. 늦게 진심을 알아 아쉬움 속에 작은 별을 떠나 여섯 개의 소행성을 돌면서 신하 없는 왕, 허영장이, 술꾼, 장사꾼, 일꾼, 지리학자들을 차례로 만난다. 어린왕자는 그들에게서 교훈이나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일곱 번째 별로 지구를 소개받는다.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에서 나를 만나서 양 한 마리를 그려주기를 요청해 내가 그려 본 두 그림 중 하나를 그려 주었더니 그때까지 어떤 어른도 알아보지 못한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임을 투정하듯 말하며 자신인 원하는 것이 아니니 다시 그려주기를 부탁한다. 나는 어린왕자를 조금씩 알아가며 그의 작은 별과 장미꽃과 양, 바오밥 나무를 알게 된다. 어린왕자는 뱀을 만나고 뱀은 자신이 모두를 떠나온 곳으로 보내줄 수 있으니 원하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일러둔다.

  어린왕자를 만난 여우는 자신을 길들여 달라고 요청을 한다. 말뜻을 알지 못하는 어린왕자에게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며 그것은 서로에게 유일해지는 것으로 시간이 필요하고 책임을 지는 것임을 알려준다. 길들여지면 의미가 없던 것들이 그와의 연관성으로 소중해지고 의미를 지니게 된다. 여우에게 의미가 없던 밀밭이 어린왕자의 금발과 같은 색이어서 소중해지고 4시에 만나기로 하면 3시부터 설레고. 우리는 오직 길들인 것만 알 수 있다. 길들이는 것은 슬퍼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와 관련된 많은 것들과 추억을 만드는 것이며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여우가 가르쳐 준 또 한 가지의 깨우침은 정말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요한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들은 서로가 시간을 함께 하며 책임이 있는 대상들이다.

  나는 그동안에 비행기를 고치고 어린왕자와 우물을 찾아 우물의 노래를 들으며 물을 마셨다. 어린왕자는 일 년이 되었다며 뱀을 통하여 자신의 별로 돌아갔다. 그가 돌아간 별이 어느 별인지 정확히 모름으로 모든 별이 그가 있을지 모르는 별이 되고 나와 관계가 있고 사랑스러운 나를 향해 웃어 주는 별이 된다. 헤어짐의 슬픔은 세월과 함께 무뎌지고 마침내는 친구로 남아, 나도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 창문을 열어 괜스레 웃게 될 것이다.

  요즘 나는 궁금하다. 어린왕자의 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양이 꽃을 먹어버렸을까. 어린왕자가 꽃과 양을 잘 돌보고 있을까. 여러분과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양 한 마리가 장미를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이니 참으로 이상하다. 언젠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게 되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어린왕자를 기다려 보라.

 

  3.읽고 나니

 

  중요한 것과 중요치 않은 것들을 혼동하며 산다. 눈으로는 볼 수 없고 마음으로 보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것이라는데. 눈에 보이는 것들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동분서주(東奔西走)하며 헐떡이며 살아왔는지. 중요하고 책임져야 할 대상들은 시간을 함께 하는 존재들이라는데.

  70억 가까운 사람들이 이 초록별에 살아도 나와 관계 맺어져 있는 이들, 함께 시간을 보내며, 기쁨과 슬픔을 나눌 이들은 어떤 이들인가. 길들여진 이들만 서로 알 수 있다고 하니 내가 아는 이들은 어디에 있나. 4시에 만나면 3시부터 기다려지고 설렌다고 하니 어찌 시간이 없고 잊어버릴 수 있나. 5000송이의 길들이지 않은 장미꽃과 한 송이의 길들여진 나의 장미꽃을 어떻게 비교하거나 바꿀 수 있을까.

  서로 길들여진 존재들은 연관된 모든 것들에 추억이 쌓이고 그리움이 깃들고 소중한 대상들이 되는 것이니 초록별 위에, 우리 주변에 소중하고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으랴.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들도, 산책길에서 만나는 키 작은 들풀들도, 뺨을 스치는 성급한 봄 향기 품은 한줄기 바람도 같은 시대를 사는 한 가족이라는 것만으로도 정겹지 않은가. 우리는 서로를 향한 서로의 어린왕자다.

'책과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신 시대(박경리)와 잉여 인간(손창섭)-  (0) 2015.03.27
세 편의 전후 소설   (0) 2015.03.23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0) 2015.02.13
《호모 쿵푸스》를 읽고   (0) 2015.01.29
플라톤의 향연을 읽고  (0) 2015.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