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불신 시대(박경리)와 잉여 인간(손창섭)-

변두리1 2015. 3. 27. 08:30

전후 사회소설 두 편

-불신 시대(박경리)와 잉여 인간(손창섭)-

 

 

  1.불신 시대

 

  1) 지은 이

 

  박경리(朴景利) 1926.10.28 - 2008.5.5 소설가 본명은 박금이. 진주여고. 수도여사대 졸업 후 황해도 연안여중 교사 재직. 6.25 전쟁 통에 남편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 및 사망. 연이어 세 살 난 아들을 잃은 이후 창작활동 시작. 19558현대문학에 김동리 추천으로 단편 계산발표, 다음 해 단편 흑흑백백으로 추천 완료. 1957년 단편 불신시대로 제3회 현대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1969년부터 대하소설 토지연재 시작 1994826년 만에 토지전체 탈고. 토지1984한국일보창간 30주년 기념한국 전후 문학 30년 최대 문제작에 선우휘의 불꽃황석영의 장길산과 함께 선정되었다. 200855일 폐암으로 타계하였으며, 622일 유고시집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가 간행되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줄거리

 

  주인공 진영은 남편은 전쟁 중에 잃고 아홉 살 난 아들 문수는 의사의 부주의로 수술 중에 죽는다. 자신도 폐결핵을 앓으면서 어머니와 힘겨운 삶을 산다. 인술을 베풀어야 할 병원에서는 약의 분량을 줄이고 무자격자가 진료를 하고 의심스런 거래가 오가며 신뢰 못할 처치에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쌓인다. 신발 도난을 염려하는 성당과 신앙을 이용한 사기, 시주받은 쌀을 되파는 승려와 망자를 향한 애달픈 마음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알고 액수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지극히 세속적이고 배금주의에 물들어 있는 종교계에도 신뢰를 거두게 된다. 절에서 아들의 위패를 돌려받아 불사르는 모습에서 어디도 신뢰하지 못하는 서글픈 불신 시대임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2.잉여 인간

 

 1)지은 이

 

  손창섭(孫昌涉) 1922 ~ 2010. 6. 23 소설가. 평양출생. 1950년대의 전후작가. 1948년 월남. 19493월 단편 얄궂은 비발표 1952.11공휴일발표로 문단에 나옴.(사상계, 1958잉여인간발표. 1958년 제4회 동인문학상 받음. 소설집으로 낙서족〉〈비오는 날〉〈부부〉〈이성연구. 1970년 예문관에서 손창섭대표작전집 5권출간. 1973년 도일 후 귀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2)줄거리

 

  주인공 만기는 치과를 운영하는 의사다. 허울만 그럴 듯 할뿐 병원자체가 임대인데다 시설이 낡아서 현실적 여유는 없다. 그래도 경제생활을 하고 있어서 동생들과 자신의 가정 그리고 처가를 돌보고 있다. 간호사의 월급을 3개월이나 밀릴 만큼 열악한 형편이다. 이 치과에 채익준 천봉우라는 군식구 둘이 매일처럼 나타나는데 그들은 만기와 중학교 동창이다. 채익준은 비분강개파(悲憤慷慨派) 인물로 부정(不正)과 불의(不義)를 못 견뎌한다. 그러나 그뿐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해 장모의 생선장사로 온 가정이 생계를 유지하고 열한 살 아들은 학교를 못 다니고 신문팔이를 한다. 병든 아내를 치료는커녕 제대로 약도 써보지 못하고 임종도 못한다. 막노동에 적응도 못해 머리에 다치고 아내의 장례 후에 나타난다. 천봉우도 역시 무능하다. 간신히 아내에 기대어 사는데 아내는 재리(財利)에 밝고 억세며 지나치게 세속적(世俗的)이다. 봉우는 아내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간호원 홍인숙을 바라보고 짝사랑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만기는 여러 여인들로부터 흠모를 받는데 봉우처() 홍간호원 처제가 대표적이다. 이런 요소는 이야기의 흥미와 긴장을 더해주고 칙칙한 분위기를 감소시켜준다.

 

  ☹♝ 읽고 나니

 

  전쟁은 끝났지만 아픔은 지속되고 실업자는 넘치고 살아가기는 힘겹다. 제 한 몸 자기 가정도 추스르기 어려우니 사회는 불안하고 배금주의로 치닫는다. 그럴 때에 고유의 기능을 보여줘야 할 종교도 오히려 뒤질세라 세속적이 되고 생명(生命)을 다루는 의료계도 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심히 혼란스런 모습을 보인다. 영악하고 약삭빠른 이들은 어떻게든 적응을 하지만 약하고 여린 이들은 쳐지고 밀리고 도태된다. 무능하고 쓸모없는 잉여 인간이 되어간다. 더없이 똑똑하고 유능해 보이는 젊은이들이 대량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자신에 대한 무능감과 사회를 향한 불신이 높아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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