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가벼울 수 있나
여러 분야 유명인사에, 젊은이들까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많은 불편과 고통을 극복하고 20세기 전반의 멕시코 대표 화가로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았던 프리다 칼로와 함께 합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오랫동안 뵙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 인사 참 많이 듣습니다. 제가 좀 고지식하지요?
아닙니다. 긴 세월 자화상을 많이 그리셨는데 자기애가 강하신가 봐요?
병상에 있던 때, 모델 쓰기도 어렵고 제가 여자이다 보니 쉽게 응해주는 이도 없어 이래저래 내 자신을 많이 그렸습니다. 편하기도 했고요.
열여덟 살에 큰 사고를 당했어요. 그땐 어떠셨어요?
내가 탄 버스를 전차가 들이받았어요. 그 이전부터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했고요. 쇠막대가 내 자궁을 관통했어요. 차라리 죽었더라면 하는 원망과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수없이 교차했어요. 현실은 극심한 고통인데 일상이 되니 살아졌고요.
우리나라에 스스로 삶을 끝내는 이들이 많아요. 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두 마디로 뭐라 할 순 없지요. 얼마나 큰 고통에 견딜 수 없었으면 그렇게 했겠나 하는 안타까움이 커요. 그 고통을 내보낼 곳이 있어야 해요. 사람이나 어떤 대상에 털어만 놓아도 많이 경감된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들 중에 그렇게 삶을 끝낸 분들이 여럿이고 작품에도 그런 상황이 등장해요, 그분들의 극단적 결정에 그런 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물론 영향이 있지요. 극한 상황에 몰릴수록 이성과 판단력이 약해지고 선택지가 좁아져요. 강한 자극이 기억나고 모든 걸 끝내자는 충동을 느끼겠지요. 그 순간에 출렁이는 감정을 가라앉혀줄 손길이 필요해요.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자주 보게 돼요. 그들이 약해진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본인은 고통이 극심한 거지요, 살 수 없을 만큼…. 고통과 좌절 체험이 적거나 없었던 거지요. 불편과 고통을 견디고 적응하는 힘이 충분히 길러지지 않은 거예요. 같은 충격에도 다른 반응이 있을 수 있지요.
서른두 번이나 큰 수술을 받으셨어요. 극복의 비결이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내게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없어요. 어쩔 수 없으니 고통을 견디는 거지요. 매번 다 힘들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어요.
일생에 두 번 큰 사고를 당했다고 했어요, 한번은 18세에 당한 전차사고, 다른 건 남편과의 만남이라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큰 사고였나요?
내게는 그랬어요. 스무 살의 나이차이도 있었고 더구나 그가 무척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어요. 여러 번 유산해 자녀도 없었고 내 동생과의 애정행각으로 별거도 하고 이혼했다 재결합도 했지요. 한 마디로 파란만장했어요. 쉽지 않았지요.
예술 활동이나 신앙을 갖는 게, 감정이 극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예술을 즐기는 건 도움이 된다고 봐요. 고전음악을 듣거나 평화로운 그림을 보면 마음이 가라앉지요. 그렇지만 작품 활동은 뭐라 잘라 말할 수 없어요. 신앙을 갖는 건 확실히 도움이 되지요. 종교마다 생명을 존중하고 자신을 돌아보라고 하잖아요? 간구와 고백도 좋은 출구가 될 거고요, 그 안에 인간관계도 있을 거 아녜요?
삶이 의미 없다고 느낄 때 죽고 싶겠지요, 선생님의 삶의 의미는 뭔가요?
글쎄요, 나 자신에 대한 탐구? 고통과 견뎌내기?, 내 자신에 몰입하다보니 여성, 모성애, 생명 그런 것들을 추구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삶을 길게, 낙관적으로 보면 좋겠어요. 막연한 말 같지만 좋은 때가 오거든요. 힘들 때마다, ‘이거 별 거 아니다, 내 때가 온다’고 생각하세요.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프리다 칼로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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