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으로 표현 13

춤추는 발이예요

춤추는 발이예요 유럽여행 다녀왔어요. 구엘 공원 오르세 콜로세움눈은 신나고 나는 피곤해요.싱거운 음식에 힘이 안나요.그래도 또 가고 싶어요.손녀 신 신고 살살 춤 춰요. 결혼식장에 오래 서 있었어요.제주 비행기를 탔어요. 다른 두 발과 겹쳐 잤어요.일출봉 정방폭포 용두암…무척 힘들었어요.춤도 출 수 없었어요. 엄마 신도 신어요.경주에 갔어요. 다보탑을 여러 번 돌고 석굴암은 오래 걷기만 했어요. 사진은 많아도 나는 안 나와요.꿈속에서 막 춤을 추었어요. 큰 신발도 신을 수 있어요.서울로 졸업여행 간대요.집에서 쉬었어요.서울 얘기로 왁자지껄해요.나는 풀이 죽어요.집에 와 막 춤을 추었어요. 내가 작았을 때지요. 명암지, 보살사, 대머리…, 보물은 하나도 못 찾았어요. “장기자랑 할 사람”벌떡 일어나앞에 나..

동심으로 표현 2025.04.01

달래는 이 없어

달래는 이 없어 고추잠자리 포롱포롱 나는데 은행나무에 앉은 매미는 죽어라 운다. 째에 째에 째에에에… 숨을 고르는지 조용하더니 온 힘 다해 또 다시 째에 째에 째에에에… 매미도 학교 가나? 엄마에게 야단맞았나? 신경질에 짜증을 더해 째에 째에 째에에에… 울고, 울고, 울어도 달래는 이 없어 제 풀에 그쳤나 했더니 째에 째에 째에에에….

동심으로 표현 2021.08.29

물놀이

물놀이 나는 공기 팽팽 보행기 타고 엄마는 물고기 잡고 아빠는 찰깍찰깍 날 찍는다. 엄마가 잡은 건 조그만 피라미 한 마리 이모는 튜브타고 빙그르르 제자리 돌고 나만 신이 난 물 만난 오리. 풀밭을 지나 올 때 샘이 난 모기들 내 다리를 빨갛고 툭 불어나게 물었어. 부러움에 심술을 부린 걸 거야. 그래도 난 좋아 배에서 꼬르륵 할 때까지 물속에서 놀고 또 놀아서, 팔뚝이 오돌도돌 해지고 입술이 파랗게 되도록.

동심으로 표현 2021.08.25

왜 내가 미안하지

왜 내가 미안하지 타조 밥을 사 반을 덜어 우리 앞에 선다 점심 지나고 저녁 전 배 안 고픈 지 본체만체 하더니 불쌍해 먹어주겠다는 듯 우쭐우쭐 또 한 마리가 쭐레쭐레 다가온다 긴 목을 늘이고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콱콱 꽉꽉 딱딱 콕콕 남은 반을 다시 담아 내미니 쪼르르 쫓아와 닥닥닥닥 쿡쿡쿡쿡 송아지 우리로 가는 내 앞에 붉은 부리 타조 밥 먹는 모양 흉내 내며 애처로이 밥을 달라네 늦게 온 건 붉은 부리 타존데 내가 왜 이리 미안하지? 뭔가 큰 잘못 한 것만 같네.

동심으로 표현 2021.08.17

마씨께 드세요

마씨께 드세요 하야버지, 커피 마씨께 드세요 그래 그래, 맛있게 먹을게 하머니, 커피 마씨께 드세요 그래, 고마워 얼마나 마신나 나도 머거보고 시퍼 하머니 커피 쬐끔 머거보니 ‘아악, 너무 뜨거꼬 써’ 안 들키려 가시니 차맜네. 하야버지 하머닌 이 마덥는 걸 왜 대꾸 드시까? 벌 받는 마음으로 드시나? 인제, 뭐라 마라며 드리지? 하야버지 아페서 엉거주춤, 우물쭈물하다 그냥 “하야버지, 커피 마씨께 드세요”

동심으로 표현 2021.08.17

밥 잘 먹을게

밥 잘 먹을게 “아, 친구가 보고 싶네” “친구 이름이 뭔데” “희윤이, 대군이” “머하는 친구들인데…” “희윤인 주사 놓는 의사, 대군인 침놓는 한의사“ 밥 안 먹으면 병원 간다더니 내게 겁을 주려나 보다. “어떻게 친군데…” “할베하고 학교 때 같은 반 했지, 그 친구들 공부 잘 했어“ “할베는…” “나도 잘 했으니 친구지” “그럼 왜 할베는 의사 안 해?” “의사는 아무나 못해, 무지 무서워” “할베 그때 공부 안 해서 요새 열심히 공부하는 거야?“ “내가 무슨 공부…?” “맨날 책상에 앉아 책 보고 따닥 따닥 컴퓨터 하잖아“ “그건 공부 아니고 그냥 노는 거야 할베 친구들한테 같이 갈까?…“ “…아 아니, 나 밥 잘 먹을게”

동심으로 표현 2021.07.05

지난 밤 무슨 일이?

지난 밤 무슨 일이? 까치가 깍 깍 깍 깍 빨리 와 보란다. 깨끗하다 길바닥 비질하고 물로 닦았다. 짙은 향기 이파리에 눈물자국 나무는 빗자루에 맞은 걸 감추고 싶었나 보다. 흙 묻은 채 쓰러진 봉숭아 한련화 타닥 타닥 쿠웅 쿠웅 요란하더니 야단에 물매까지 맞았나 보다. 여기저기 그대로 흔적이 있네. 엊저녁 TV에서 많은 비에 주의하라더니 투닥 투닥 주룩주룩 좔좔 우르 우르릉 콰광 번쩍번쩍에 비질 물질 매질까지 있었나 보다.

동심으로 표현 2021.07.05

무서워, 여기

무서워, 여기 들어오면 죽는 거야 나는 맨날 목매달려 있어 날마다 문질러져 망가져야 쫓겨나지 - 칫솔 나는 조금씩 살이 빠져 하루에도 몇 번씩 살갗 벗겨져 흔적 없이 죽어가는 거야 - 비누 나는 늘 서있어야 해 어쩌다 한번 누워있으면 못마땅한 얼굴로 일으켜 세워 몸속 한 방울까지 뺏기고 껍데기만 덩그러니 버려져 - 샴푸 무서운 곳이야 여기 세면실은….

동심으로 표현 202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