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맑음
지라니 합창단 이야기-
신앙을 가진 능력 있는 한 사람의 헌신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얼마나 희망으로 물들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초점이 그 사람에게 맞춰지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사용해서 크고 놀라운 일들을 행하신다. 믿음에 열정과 유능함이 더해져야 한다. 그 중 어느 하나가 없어도 지라니 합창단이 보여주는 놀라운 희망은 가능하지 못했을 게다.
하나님은 한 교회를 위해 한 목회자를 16년 간 열정적으로 섬기게 했다. 그 과정을 통해 인간적이고 신앙적인 귀한 성숙을 이루게 하셨으리라. 2003년 11월 마지막 날에 하나님은 그로 목회를 일단 멈추고 안식년을 갖게 한다. 몸과 마음과 열정의 고갈이 왔는지 모른다. 그 후로 이 년여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시도해 보지만 열정은 살아나지 않고 이렇다 할 성과도 드러나지 않는다. 영혼육이 함께 불타오를 하나님의 부르심을 만나기를 애타게 갈망했을 게다. 이 년여의 고통스런 세월이 흐르고 2005년의 마지막 달에 굿미션네트워크의 첫 사역으로 아프리카 5개 사업국을 방문한다. 첫 방문지 케냐의 나이로비 근처 쓰레기 마을 고로고초의 지라니 교육센터 옆 쓰레기장에서 초점 없는 눈으로 쓰레기장을 뒤져 먹는 아이를 보면서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표현하기 어려운 충격과 통증을 느낀다.
열정과 소명이 또 다른 형태의 놀라움과 아픔으로 목사 임태종에게 임한 게다. 5개국을 다 돌고난 후에도 나이로비의 고로고초에서 보았던 장면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 아이들로 합창단을 만들어 그들과 그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면 어떨까. 여러 사람들에게 그 꿈을 이야기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그런 중에도 반응을 보인 이들이 있었다. 종합건설회사 회장은 조건 없는 재정 후원을 약속하며 적지 않은 돈을 쾌척했고 유명한 앙상블팀을 이끌던 음악가 김재창이었다. 그들의 헌신으로 합창단을 위한 외적 준비가 갖추어졌다.
케냐 나이로비의 고로고초 상황도 어느 하나 만만하지 않았다. 주변 환경은 열악했고 악기도 변변치 못했다. 교사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는 국립음대 출신들이 악보를 전혀 읽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 고로고초와 인근지역의 20여 개 학교에서 1차로 83명의 단원을 선발했는데 학부모들의 무지와 비협조도 가볍지 않았다. 모든 것이 힘겨운 상황에서 창단을 하고 노래를 연습하여 네 달 만에 나이로비 국립극장에서 창단공연을 갖는다. 역사가 짧은 어린이 합창단으로 해내기 어려운 커다란 공연들을 거치며 그들은 자신감이 붙고 희망을 꿈꾸게 된다.
창단 1년 만에 마을을 벗어나 본적이 없는 아이들이 한국으로 공연여행을 계획한다. 출국준비의 시작인 여권을 만들기 위한 서류를 준비하면서 보니 83명의 단원 중 출신신고가 된 아이들이 11명뿐이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11월 26일 35명의 단원들이 “지라니 합창단”으로 한국에 입국한 그들은 다음해 1월 14일 출국까지 국회공연을 비롯해 전국 10개 도시에서 25회 공연을 했고 여러 유명 방송과 언론에 20여회가 보도되었다.
창단 1년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 합창단의 탁월한 발성과 감정표현을 비롯한 노래에 놀란 반응들은 미국공연을 꿈꾸게 했고 10회 정도로 예상한 설명회가 35회로 늘어나고 미국의 꿈은 이루어져 2008년 6월 27일부터 8월 5일까지 예일대 채플을 비롯해 35회의 공연을 가졌다. 전 세계 시민들이 모여든 미국 땅에서 한국말로 〈아리랑〉〈도라지타령〉이 불려지고〈어메이징 그레이스〉가 흐르며 그들을 변화시킨 하나님의 은혜가 찬양을 통해 흐르고 있었다. 지라니 합창단은 창단 2주년을 맞아 한국 주요도시에서 20여회에 이르는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가졌다.
국내와 해외공연을 얼마나 훌륭히 치러내고 찬사를 받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라니 합창단의 아이들은 이미 변해 있다. 그들은 고로고초의 쓰레기 더미에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세계를 보았고 그들의 마음은 넓어져 있다. 눈앞의 작은 것에 연연하는 이들이 아니라 더 높은 시야에서 더 넓고 멀리 보는 것을 체험으로 익혔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가슴 속에는 희망이 넘치고 있었다. 믿음과 노력으로 이루지 못할 것이 그렇게 많지 않음을 알게 된 것이다.
두 사람으로 대표되는 하지만 그들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후원과 헌신으로 놀라운 일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 많은 이들에게 공개되었다. 언제 어느 곳에서도 하나님께 헌신한 이들을 통해 그분이 그 어떤 일도 행하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게다. 때론 좌절을 통해서도 일하시고 그 좌절이 또 다른 은혜의 사역으로 건너가는 다리일 수 있음을 보이신다. 그분이 사용하지 못할 존재는 이 땅에 없다.
지라니 합창단은 그들과 청중들 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오늘 각자가 처한 바닥에서 그분의 소명을 만날 수 있고 그 일을 이루도록 도울 이들이 주변에 있으며 그분으로 인해 다시 일어나 그분을 높이며 찬양할 수 있다는 커다란 ‘희망’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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