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들꽃 피는 마을 이야기

변두리1 2018. 5. 12. 13:29

들꽃 피는 마을 이야기

의지대로 하나님의 뜻 따라 살기 -

 

  맞지 않는 말이다. 어떻게 내 의지대로 살면서 그걸 하나님의 뜻이라 할 수 있나. 김현수 목사라는 이를 만나본 일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단지 그의 책을 한 권 읽었을 뿐이다. 겉표지에 찍힌 그의 사진이 외유내강 형 일 것 같다. 선해 보이면서도 자신의 뜻을 끝내 이뤄낼 듯하다. 교회를 시작하면서 노동교회로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거리의 아이들과 함께 살기로 작정하고 끈질기게 그 길을 간다. 주변 눈치도 볼 것 같지 않고 누구에게 설득당하지도 않을 듯하다. 이 길이다 하면 꿋꿋하게 누가 뭐라던 그 길을 갈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비정규학교를 다니며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친 걸 보면 얼마나 의지가 굳은 사람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간 곳이 한국신학대학이다. 그 시대에 한신이 어떤 위상의 학교인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성지 같은 곳 아닌가. 재학시절에도 주눅 들어 있을만한데 시위에 앞장선다. 나름대로 시대를 읽는 눈이 대단했다는 거다. 감옥도 몇 번 갔다 오고 목회생활 중에도 그 과정을 반복한다. 나는 그런 이들이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아내도 자신과 어울리는 전사를 만난다. 하나님이 맺어 주시니 그럴 테지. 사명을 따라 살 수 있도록 둘을 묶으셨으리라.

  목회의 과정에서 거리의 아이들이 어느 날 밤에 방문한다. 그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남다름을 느낀다. 너무도 습관화된 거칠 것이 없는 그들의 삶에 상처도 받고 배신감도 들었다. 어찌 베푸는 사랑에 그렇게 반응할 수 있는가. 커다란 자물쇠 네 개를 사다가 여기저기를 잠근다. 다시는 찾아올 수 없는 아이들, 몇 번인가는 우르르 몰려왔다가 맥없이 돌아섰을 그들. 밤을 새우고 초등학교 운동장에 웅크리고 있다가 목사님 부부를 보자마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배고프다고 밥 좀 달라는 그들과 함께 살 것을 다짐합니다. 대책 없이 시작했다는 그 일, 하나님은 대책이 있었고 그들을 맡길 만한 이들을 제대로 찾으셨다.

  그들이 부딪치며 해결해 나가는 숱한 문제들, 어느 하나도 쉬운 것이 없었다. 사명과 안타까움으로 맨손으로 땅을 파듯 그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이 세상 마치는 날까지 문제는 계속될 것이고 거듭한다고 쉬워지지도 않을 게다. 단지 맷집이 좀 늘어나고 내성이 생길 수는 있으리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주변에 소리 없이 거리의 아이들을 돕고 있는 천사들이 있었다. 굳은 뜻을 가지고 드러내 그 일을 할 때 천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던 천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예수가정을 이루어 가는 생활교사, 거리의 아이들을 맞아들여 함께 생활하는 일이 어찌 간단한 일일까. 그 분들 한분 한분이 위대해 보인다. 예수님을 모시는 신앙의 마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간단한 일, 별 것 아닌 듯 보였던 일이 대단한 일이요, 거대한 주님의 일이요,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핵심적인 일이었다.

  물방울이 모여 내를 이루고 강이 되고 바다로 가는 거대한 흐름이 되듯 한걸음, 한걸음 걸어온 발걸음이 멀리 온 길이 되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되고 탁월한 발자취가 되었다. 언제나 문제가 있고 어려움이 있고 고통이 있지만 함께 아파할 이들이 있고 의견을 나누고 힘을 모으고 기도할 이들이 있음은 더없이 큰 자산이다. 교사들이 모여서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스스럼없이 이른바 수다를 떤단다. 자신들을 위한 치유행위요, 연장을 날카롭게 벼림이다. 많은 이론보다는 현장을 거친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가. 시행착오를 줄이는 연찬이 있으니 금상첨화다.

  그들이 현장에서 교과과정을 마련해, 실천하고 청소년들이 학습의 주체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고 지식을 쌓아감이 참교육의 실제일 것이다. 글로만 읽어도 감격스러운 국토순례의 과정과 완수의 순간들, 도미노를 통한 학습을 위해 저녁식사이전에 끝내기로 되어 있던 것을 불편과 수정에 이르는 우여곡절을 거쳐 새벽 세 시에 이루었을 때의 감동의 울컥하는 마음을 어찌 평생 잊을 수 있을까. 스스로의 문제를 조사하고 분석해 논문으로 정리하는 그들에게 배움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으리라.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는 인재들보다 삶의 신산함을 맛보고 단단해진 이들에게 우리의 희망이 있다고 하면 그 누가 지나치다 할 수 있으랴.

  사역을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해에 들꽃청소년센터 기공식을 했다고 한다. 그 벅참과 감격을 글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지은이가 책에서 말한바 있듯이 이 사역의 근본은 건물이 아니다. 이 일을 담당하는 선생님 한 분 한 분의 모임이 근본이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그들을 지원하고 때로는 앞에서 이끄시는 하나님이 근본의 근본이시다.

  이 땅에 소망이 있음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부르신 이의 뜻을 따라 주변을 의식해 두리번거리지 않고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이 양지와 음지에 셀 수 없을 만큼 존재하기 때문이라 믿는다. 또한 동기를 부여하고 신뢰감을 보여주기만 하면 함께 할 많은 천사들을 그들 주변에 그분은 넘치게 보내주셨다. 들꽃 피는 마을 이야기를 읽으며 갈 곳 몰라 방향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본다. 나이가 한두 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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