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심리학
심리학이 흥미를 끈다. 상담이 늘어난다. 복잡한 시대가 되어가고 상대를 읽어야 하고 심리를 꿰뚫어 활용해야 무엇을 해도 효과가 나는가 보다. 역으로 이제 말뿐 아니라 표정과 행동까지도 다 읽히고 간파당하는 시대가 되고 물건을 사는 것까지도 교묘하게 조종을 받는 느낌이다. 피할 수 없는 감시카메라로 행동을 감시 ⦁ 통제당하다가, 심리이론으로 마음까지도 읽히고 설정해 놓은 대로 움직이는 처지가 되었구나 하는 서글픔이 든다.
책의 목적이 그런 데 있지 않다는 걸 안다. 심리이론을 활용하여 보다 효율적인 생활을 하고 우리 삶에 작용하는 원리를 파악하여 속지 말고 오히려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는 걸 거다.
심리를 학습심리, 경제심리, 인간관계심리, 자기관리심리, 애정심리로 다섯 부분으로 나누고 곳곳에 심리학용어들을 풀이해 놓았다. 그 중에서 내 관심을 끄는 것 몇 가지를 본다.
나쁜 버릇을 고치려면 그 행동에 상을 주라고 한다. 그 행동이 도움이 되거나 기특해서가 아니라 행동의 근거를 그 자체의 즐거움이 아니라 상에 의한 보상에 두면 상이 작아지면 행동을 지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속담에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면 안한다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어려움 속에서는 기를 쓰고 잘 하다가 오히려 격려를 하면 재미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상대를 무조건 복종시키는 방법은 섬뜩하다. 행위자에게 책임을 면제하면 옳지 않거나 가혹한 행동도 하게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행위자가 양심의 가책 없이 잔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치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아히이만을 생각나게 한다.
과거의 실패가 무기력을 만든다는 것도 기억할 만하다. 내게 추진력이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규명할 수 있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겠다. 쉬운 것들로부터 성공의 경험을 늘여간다면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 아니면 어느 것 하나를 잘 하게 되면 전반적인 무기력을 떨칠 수 있을 듯하다.
자녀교육에 유용할 것 같은 이론은 능력보다 노력을 칭찬하라는 거다. 능력이 부족해서, 혹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노력이 적어서 혹은 노력의 결과라는 걸 강조하자는 것이다. 물론 능력도 차이가 있고 중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삶에서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노력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으리라.
공돈을 목돈으로 만들려면 2주 만 참으라는 것도 실천해 볼만한 애기인 듯하다. 쉽게 생긴 돈은 쉽게 나간다고 한다. 같은 돈인데 왜 그럴까. 내 노력과 땀이 덜 배어 있어 아깝다는 감정이 쉽게 들지 않기 때문일 게다.
명품은 질보다 가격이라는 말도 흥미롭다. 난 명품과 무관하게 살고 있다. 그러니 내게는 명품을 소유한 이들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명품이라는 걸 내가 알 수 있어야 대우를 해 줄 텐데, 그걸 모르니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비싼 게 명품인 모양이다. 그건 그들끼리의 자기만족 아니려나.
잘못을 지적하려면 칭찬도 함께 하라는 건 참 유용할 듯하다. 지적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자신이 신뢰하는 이에게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지적받을 때 그것이 긍정적으로 수용되고 고쳐보려는 의지가 솟는다. 신뢰하는 이가 아니면 지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인정한다 해도 내 부족함을 나도 아는데 당신이 왜 지적을 하느냐고 반발할 수도 있다.
다른 이들은 내 실수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도 안심이 되는 대목이다. 다른 이들의 시선에 민감하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이 없다는 게 아닐까. 자신이 있는 사람은 한 번쯤의 실수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 훌륭한 타자는 한 번 삼진을 당한다고 기가 죽지 않는다. 4할의 타자라 해도 진루보다 아웃이 더 많은 셈이다. 유명한 야구선수는 많은 이들이 지켜본다. 평범한 이들은 눈여겨보는 일도 드물고 본다고 해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기억해도 오래가지 않는다.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훨씬 더 많고 실수는 가끔이지만 실력은 꾸준하다.
아픈 기억일수록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치유의 효과가 있는 걸 알아도 어렵다. 가장 어려운 것이 처음, 한 번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 번 하면 그 다음은 비교적 쉬우리라. 혼자 무거운 짐을 늘 지고 있다가 내려놓은 느낌일 게다. 더구나 사람들은 남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들으면 돕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감정이 일어난다. 내 짐이 함께 감당할 짐이 된다.
행복해서 웃기도 하지만 웃어서 행복해 진다. 우리의 습관과 가치관이 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좋은 일을 기대하고 꾸준히 좋은 일을 하면 기쁜 일이 점점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때로 어려운 일도 돕는 이들이 생기고 쉽게 해결이 된다.
불안하면 친해진다, 맛있는 음식이 호감을 일으킨다, 밥보다 스킨십이 중요하다는 걸 하나로 모으면 어떻게 될까.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스킨십을 시도하며 긴박감을 주는 일을 함께 하는 거다. 어쩌면 그래서 연인들이 팝콘을 먹으며 손을 잡아가며 공포영화를 함께 보거나 야구장에서 서로 부딪쳐가며 막상막하의 경기를 즐기는지도 모른다. 가까워지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시도해 봄직한 방법이다.
오늘의 운세가 딱 맞다고 느끼는 이유는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함에도 있지만 누구나 많은 경험을 할 때에 유사한 사례를 들어주면 연관된 일들이 떠오르기 때문일 게다. 한쪽으로만 완전히 치우친 사람은 찾기 힘들다. 마치 당신은 성격이 내성적이라 하면 그런 것 같고 외향적이라 해도 그렇게 느끼는 것과 같다. 더욱이 표면적으로는 내성적인 것 같지만 실은 외향적이다 하면 더욱 그런 듯하고 내성적이면서 외향적이다 하면 그렇지 않다고 할 이가 없을 게다. 더하여 안경효과라 이름붙일 만한 착시현상도 더해진다고 하겠다. ‘오늘은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많은 일들이 좋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그렇게 해석된다는 거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처럼 같은 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행스런 일도 될 수 있고 불행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심리학을 어떤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취해지는 생각과 행동의 경향성, 정도로 이해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개개인의 습관과 형성한 가치관에 따라 생각과 행동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하고 바른 습관을 기르기가 중요한 이유다. 좋은 가치관과 바른 습관을 가지고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 된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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