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두근두근 내 인생

변두리1 2016. 11. 21. 15:27

두근두근 내 인생

- 너무도 살아 보고픈 젊은 날의 세월들 -

 

   저자 김애란은 1980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충남 서산에서 성장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하고 2002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등의 소설집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상을 받았다. 그녀의 문체는 짧고 신선하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대수와 최미라는 열일곱 나이에 아들 아름이를 낳고 부모가 된다. 갑자기 어른이 된 것이다. 한대수는 체고(體高) 태권도선수로 대회에 참가했다가 부정한 판정에 심판을 폭행하고 징계를 받으며 학교를 떠난다. 타오르는 몸과 마음을 주체키 어려운 그들은 뜨거운 여름을 견디지 못하고 임신을 한다. 많은 고민 끝에 그들은 살림을 차리고 출산을 한다. 그들은 또래들에 대한 아쉬움과 부러움, 먼저 어른이 되고 사회로 들어섰다는 우쭐함도 있었다. 대수는 처가로부터 어려움을 당하긴 했지만 공사판 생활을 거쳐 유명브랜드 가게를 내고 사업에 뛰어든다. 경험 없이 시작한 일은 실패하고 이삿짐센터에서 직원으로 가정을 꾸려간다.

   아름이는 조로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나이는 열일곱이지만 신체나이는 칠십에 가깝다. 학교생활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혼자 필요한 것을 익혀 나간다. 정상적인 아이들에게 밀리기 싫어 이것저것 많은 책을 읽고 무언가를 기록하기를 계속해 나간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는 또래들보다 지식이 깊고 사고(思考)가 어른스럽다. 넉넉지 않은 그들의 생활에 아름이의 병원비는 또 다른 걱정일 수밖에 없다. 친구나 대화상대가 적은 중에 이웃에 있는 칠십대의 장씨 할아버지는 가깝고 소중한 존재로 장씨 할아버지는 아름이를 친구처럼 대해준다.

   아름이의 병이 깊어지면서 대수부부의 걱정도 늘어가고 생각도 많아진다. 우연히 부모의 대화를 아름이가 듣고 엄마의 동창생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는 방송에 출연한다. 방송이 나가고 경제적인 도움뿐 아니라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친구 이서하를 알게 된다. 그들은 점차 자신을 열게 되고 서하는 아름이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 서하는 골수암에 걸린 소녀라고 했고 중환자실에 들어가 한동안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아름이의 방송을 연출했던 엄마의 동창생에 의해 서하는 가공의 인물로 서른여섯의 시나리오 작가 준비생으로 밝혀진다. 아름은 허전하긴 하지만 그를 원망하거나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녹내장으로 인해 시력까지 상실한 아름이의 병도 심해져 죽음가까이를 서성인다. 장씨 할아버지가 찾아오고 그들은 산책을 한다. 바깥의자에 앉아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분위기는 가볍지 않다. 아름이가 언젠가 부탁한 술을 사달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던 장씨 할아버지는 곽 소주를 전해주면서 빨대로 마시게 한다. 아름이는 병원에서 삶을 마친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그동안 써 두었던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야기를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책의 뒷부분에 아름이가 써내려간 부모님의 사랑이야기가 두근두근 그 여름이 부록처럼 붙어있다. 물론 실제는 작가가 기록한 마지막 장이지만 아름이에게 감정을 이입하면 아름이의 필생의 역작이요 부모님을 향한 사랑의 선물이라 생각할 수 있다.

 

   시대를 호흡한다는 의미를 다시 돌아본다. 깊은 의미를 준다기보다 청소년들에게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하루하루가 얼마나 가슴 뛰는 다시 올 수 없는 순간들인지를 들려주는 듯하다. 작가가 이 글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하나하나의 표현에 대해 많은 시간을 쏟았을까를 생각하며 재기 넘치는 문장들에 찬탄을 표한다. 노력도 컸겠지만 타고난 재능이 부럽다.

   성의 개방과 함께 청소년의 임신과 미혼모, 그들이 직면하는 수많은 혼란과 간단치 않은 사회적 돌봄의 문제들, 불치병과 그에 대한 사회보장과 주변 사람들의 대처, 그들에 대한 불편한 시각과 편견들. 얼마든지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들을 적절히 안배하고 때로는 피해가며 때때로 웃음과 삶의 진실을 전해주는 장면들이 따듯하다.

 

   소중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모두가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유일하고 더없이 고귀한 생이다. 개인에게 어찌 삶의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 본인들에게는 하찮은 삶은 없다. 길든 짧든 소중하다. 일반적 기준을 개개인에게 들이댈 수는 없다. 가족들과 사랑하는 이들, 주변의 이웃들이 한 사람에 대해 절대적 관점에서 대우해 준다면 우리사회가 얼마나 더 따뜻해질까.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행복을 누리는 길은 서로를 독특한 존재로 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주변에서 대수와 미라, 아름이와 장씨 할아버지 같은 이들. 또 별스러워 보이지 않는 이들을 따스하게 품는 마음과 시선으로 대하려는 노력들을 시작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 될까를 상상해 본다. 글 읽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준 젊은 작가에게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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