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장모님
장모님은 노인 같지 않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노인들을 뵐 때가 있다. 어떤 분들은 칠십만 되어도 허리가 굽고 몸피가 줄고 주름살이 많아서 삶의 고단함을 느끼게 한다. 나이가 들수록 병이 많아지고 건강이 약해진다. 농촌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의 어르신들은 얼굴과 손과 팔들이 까맣게 볕에 그을리셨다. 장모님은 그렇지 않다. 허리 꼿꼿하고 주름 별로 없고 까맣게 그을리지도 않으셨다. 자녀들도 다 가까이에 살아서 일이 있으면 모두 모여 자주 볼 수 있고 젊은 시절보다 여건 좋고 마음 편하며 나이 들어 신앙을 갖게 되어 세월이 갈수록 더욱 행복하다 하신다.
장모님도 젊은 날에는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이 땅에 사셨던 어르신들 중에 누가 고생 없이 호강만 했겠는가만 장모님의 가정형편과 환경은 더욱 힘들었었나 보다. 아내를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청주의 웬만한 건물은 거의 다 장모님의 힘을 입지 않은 것이 없다. 때로는 등짐을 져 나르고 자주 늦게 까지 일하셔서 조금이라도 더 생활비를 마련하셨다고 한다. 그 힘들고 어려운 중에도 시아버지를 정성으로 모시고 그분이 지극하게 위하던 무속적 뒷바라지를 묵묵히 해 내셨다. 낮에는 일로 피곤하고 밤이 되면 동네 마을꾼 들이 몰려들어 쉴 틈도 없고 그 틈틈이 집안일을 챙겨야 했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강철 같은 체력이라도 버티기 어려우셨을 것이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마음속 깊이 쌓아놓는 성격이 아니어서 속병이 들지 않아 참 다행이다. 이런저런 일로 속 썩을 일도 많으셨다고 하는데 정서적으로 아주 건강해 보이신다. 올해 여든둘이시니 벌써 장인어른이 하늘로 가신지 십일 년이 되는가보다. 그 후로 딸들의 권유로 하나님을 믿으시는데 얼마나 열심이신지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계시다. 요즘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시어 성경 읽고 가문과 주위 사람들을 위해 두루 기도하시고 식당에서 일도 하시고 노인대학도 다니신다고 한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모두가 다르니 비교할 수 없지만 심신 건강하시고 자녀들 별 문제없고 모든 일이 그다지 잘못되는 일 없으니 젊어서 고생하면서도 인심 잃지 않고 열심히 사신 복을 이제 받으시는 것 같다. 기회가 될 때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하시며 자손들을 두루 살피신다. 연세를 잊고 또 다른 젊음을 씩씩하게 사시는 장모님을 뵙기가 참 좋다. 날마다 더욱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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