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직한 홍봉이에게
네 편지받고 정말 기뻤어. 바로 편지 쓰려 했는데 네가 알듯이 내 생활이 늘 조금씩 바빠서 며칠 늦어졌어. 지금이 가장 불안하고 힘들게 느껴지는 때 일거야. 조금만 더 지나면 훈련소 동기들하고 친해져서 지낼만하게 되는 거야. 아마 사람이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기 삶을 원하는 대로 못한다는 걸 거야. 그럴 때는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비우고 사는 거야. 나도 벌써 30년이 더 넘은 이야기네. 내가 1984년에 광주로 훈련을 받으러 갔는데 그때 스물여덟 살이었어. 첫날 저녁 점호를 받으러 침상에 섰는데 캄캄하더라구. 그래도 세월은 흐르고 오년 반 군생활을 무사히 마쳤어.
봄이 온다고 하지만 추운 곳이니 쉽지는 않을 거야. 그런 때는 같이 훈련받는 동기들을 보면서 ‘다 하는데 내가 왜 못해?’ 하는 생각도 도움이 되고 정말 힘들 때에는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며 나를 돕는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날거야. 전 세계에 군대가 없는 나라는 거의 없을 거야. 군대는 남자들의 성인식 같은 거지. 군대를 다녀온 이들은 무언가 달라.
마음의 관점을 달리하면 참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전국에서 모여든 비슷한 연령대의 젊은이들이 같은 고생과 고민을 하면서 한 달 가까이 합숙을 한다고 하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고 그들의 진면모를 볼 수 있고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귈 수도 있을 거야. 또 함께 모여 사는 것이 큰 사회의 축소판이니까 여러 종류의 인간형을 대해 볼 수 있는 거지. 별 친구들이 다 모일 수 있는 곳이 군대니까.
할 일과 책임이 분명하고 자신의 일을 남에게 미루기 어려운 곳이니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 해봐. 때로는 인간의 한계와 나약함을 절감하기도 하고 현실을 알게 하기도 할 거야. 군대에 있으면 다 효자가 되고 집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 밖에 있는 이들은 군에 있는 이들을 걱정하고…. 가족들과 집과 교회에 대해 마음이 가는대로 걱정도 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거야.
급박하게 전개되는 남북관계와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이겠지만 난 크게는 하나님이 지키시니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나라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렇게 존재감을 갖는 세계적인 나라가 된 것은 우리의 노력도 대단했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나라를 향한 하나님의 뜻하심이 확실히 크고 놀라운 거야. 크고 작은 비리와 많은 비난을 교회가 늘 받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눈에 띄지 않게 선한 일을 하고 이 땅을 떠받치고 있는 크리스쳔들이 너무나 많아. 나라를 위해서, 군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이들도 많고.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힘들수록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훈련이 주로 몸을 쓰는 일이니 항상 스스로 건강을 잘 챙겨. 운동선수들에게 건강한 몸이 무기이듯 훈련 중인 군인에게는 건강한 몸이 무기이고 그것을 소홀히 하면 본인이 어려울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할 수 있거든.
군에 있는 동안에, 특별히 훈련받는 기간에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해서 도우시는 하나님,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라고 그 기간에 가족들의 구원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얼굴보고 말하기 어려웠다면 편지로 복음을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할게.
세월은 느린 듯 빠르게 가고, 훈련기간은 짜여 진 일정표대로 흘러가니까 조바심내거나 지나친 걱정을 버리고 군의 흐름대로 몸을 맡기고 그 기간을 살아봐. 교관과 조교 그리고 모든 상급자들이 훈련병들의 건강과 안전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그들을 이해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요청을 해.
군대에 있으면 예전에 보이지 않던 자연을 많이 대할 수 있을 거야. 지금은 적응기라 정신 차리기 어렵겠지만 평생에 다시없는 천연 자연을 접해볼 기회라고 알고 작은 것도 따듯한 마음을 가지고 대하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가르침들을 터득할 수 있어. 군에서 배우는 것이 경우에 따라 실생활에 유용한 것들이 많으니 열린 마음을 가지고 훈련에 임하는 것도 좋은 일이야. 이제는 누구도 미성년자로 대하지 않으니 스스로도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는 성인으로의 자세를 갖춰라.
한동안 추위가 떠나지 않는 지역이긴 하지만 어느 때보다 건강을 잃기 쉬운 환절기가 다가오니 부상과 감기에 항상 조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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