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황 석 영의 『심 청』을 읽고

변두리1 2015. 10. 20. 00:34

황 석 영심 청을 읽고

-여성으로 현대를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황석영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나는 잘 모른다. 그의 두 권으로 된 최근작 심청을 읽었다. 어디선가 그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본적이 있다. 소설이 철저하게 재미 혹은 심심풀이로 읽혀져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전문평자는 어떻게 평하는지 잘 알 수 없다. 나로서는 평가를 유보하는 것이 가장 정직하겠다. 내가 소설을 너무 근엄하게 보는 것 같기는 하다. 그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과연 무엇을 독자들에게 제시하려 하는 것일까. 작가는 답을 주는 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그 역할은 충분하다.

 

  청은 1800년대 초기의 인물로 그려진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당시의 아시아는 소용돌이의 시대를 맞고 있다. 장삿배의 제물로 팔려간 청이는 실제 제물로 드려지지는 않고, 그 의식을 마치고는 중국의 부잣집 노인에게로 팔려가 그 노인의 노화를 늦추는 일을 한다. 그 때부터 청은 이름을 렌화로 바꾼다. 이름과 함께 그 이름을 쓰는 이들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첸 대인으로 불리는 그 집에서 편안함과 우대를 받으며 살던 렌화는 노인의 죽음으로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다. 작은 아들 구앙은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고 노인의 집에서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어진 렌화도 구앙을 따라 나선다. 그곳에서도 아주 밑바닥 생활을 하지는 않는다. 구앙의 후원과 보호를 받으면서도 동규라는 예인을 만나 서로 사랑하고 누구도 모르게 둘만의 결혼을 한다. 하지만 같은 무리 중 한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여 모았던 돈을 빼앗기고 렌화는 납치되어 인신매매를 당하고 동규는 배신한 이를 찾아 살해를 하고 처벌을 받는다. 그들은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한다. 렌화는 다시 먼 곳으로 끌려가 힘든 삶을 산다. 어디나 인간들의 삶은 이어지고 목숨이 붙어있으면 모진 삶을 살아간다. 그녀는 출산 중 죽은 동료의 딸을 자신의 딸처럼 기른다. 그 아이가 유자오다. 그 중에도 마음씨 착한 이들이 있고 정들이 쌓여간다. 좀 더 나은 곳에서 인정이 있는 이들을 만나 싱가포르에 가서 그곳에 근무하는 관리와 계약을 맺고 몇 년을 산다. 싱가로르에서는 청이도 렌화도 아닌 로터스로 살아가다 유자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딸 같은 아이를 길러준 후미코가 그리워하는 류쿠로 간다. 일본에서의 그 녀 이름은 렌카로 불린다. 그곳에서 용궁이라는 요정을 내고 살던 중에 지역의 왕족의 유력자와 마음이 통하여 결혼을 하므로 최고의 귀족이 된다. 그들은 지역민들을 위해 살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만 격동하는 시대와 일관성 없는 행정부에 의해 남편이 죽임을 당하고 렌카는 다시 나가사키로 간다. 그곳에서도 렌카야라는 요정을 운영하면서 혼혈아들을 돌보는 삶을 산다.

 

  조선이 일본에 의해 개항이 되면서 나가사키에서 돌봐주었던 아이가 성장하여 인천으로 올 때에 그녀도 함께 조선으로 돌아온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청이로 돌아온 것이다. 지친 삶 끝에 평범한 말년을 절에서 보내며 임종을 맞는다.

 

  청이는 숱한 인생역정을 거친다. 그것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녀를 대표하는 이름들이다. 청이에서 렌화, 로터스, 렌카 그리고 다시 청이로 변화무쌍한 삶을 산다.

  어디에서든 호감을 주는 외모와 악기와 노래솜씨 그리고 착한 마음씨로 하층민이라기보다는 대우받는 삶을 살아간다. 때때로 독자를 의식함인지 사실성을 부여하는 것인지 적지 않은 성적인 묘사가 등장하는데 그렇게까지 꼭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때로는 치안부재 같은 사회분위기, 완력이 최후의 수단이 되는 서술방식에서 인간의 야만성을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면 어디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자본주의의 부정적 측면과 그 위력을 보는 것 같아 무거운 마음이다. 그것은 오늘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글쓴이는 무엇을 독자 앞에 던져 놓으려는 것인가. 진지한 그 무엇을 나는 찾아낼 수 없었다. 꼭 진지한 무엇인가가 필요하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황석영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