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는 왜 갔어?
글쓴이 조현경은 생각지 않은 때에 남아공에 가게 된다. 이혼을 결심하고 3년여 남남처럼 살다가 남아공에서 학교를 다니는 두 아들 중 막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찾아간 곳에서 재결합 제의를 받고 고민하다 적응 중이던 직장과 배움을 중단하고 남아공으로 날아간다. 돌연 맞이하는 낯선 환경이 쉬울 리 없다. 40이 넘어 새로운 환경과 언어에 더하여 낯선 사람들과 부딪힌다.
넬슨 만델라가 생각나는 나라, 넓고 푸른 초원에 야수들이 질주하는 야생의 환경이 살아있는 나라. 치안이 불안하지만 관광객이 몰리는, 다이아몬드가 가장 많이 나는 나라가 그곳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인종차별, 인종분리 정책이 한동안 행해져 전체인구 중 70퍼센트에 달하는 흑인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어찌 흑인들만 고통을 겪었을까. 유색인종의 어려움도 그에 못지않았을 것이다. 그 안에서 동화작가의 감성을 가지고 두 아이의 어머니로 주부로 살아온 삶의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하면 얼핏 연상되는 후진성과 달리 우리 사회보다 앞서있는 요소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곳에 은총처럼 베풀어진 자연과 자원, 그것들을 자산으로 흥겹고 열정적으로 살아온 원주민들이 있다. 그 원시의 땅이 이주해 온 백인들에 의해 흑백으로 나뉘고 경제적 형편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이 비극적 슬픔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가? 그 와중에도 삶은 이어지고 그들은 살아간다.
아름다운 자연이 삶의 자산이요 터전임을 잘 알아 보존하려는 노력이 무섭다. 봄이 오면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지만 한 송이도 마음대로 꺾을 수는 없다. 국립공원은 물론이고 들판에 흐드러진 꽃 한 송이, 고사리 하나를 꺾어도 불법이란다. 글쓴이는 우체국에서 조개잡이 허가를 얻어 친지들과 함께 채취하던 중, 해안 경비원에게 붙들려 경찰에 넘겨졌다. 허가증을 가지고 잡을 수 있는 양이 50개까지로 정해져 있었던 게다. 초과해 잡은 분량에 대해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5만 원의 벌금을 낸다. 그것도 학생신분이라고 봐주고 깎아준 거란다.
자연은 바다와 식물만이 아니다.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이 있다. 조금만 시간을 내고 찾아가면 만날 수 있는 코끼리 원숭이 물개 펭귄 거북 사자 같은 동물들과 청정자연으로 인한 밤하늘의 별들도 있다. 눈을 볼 수 있는 서더랜드는 천문대로 유명하다는데 6개국이 합동으로 건설한 천문대에는 지름 11m가 되는 망원경이 있단다. 다른 나라들의 망원경이 지름 1m라니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곳에 우리나라에서 운영하는 무인 천문대도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쏟아질 듯 가득한 하늘의 별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나는 젊은 시절 군 훈련지 전라도 어딘가에서 드러누워 바라본 별천지를 잊지 못한다.
그들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흑백의 차이는 결코 만만치 않나보다.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일 뿐입니다”라는 문구가 조하네스버그에 있는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 입구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교통수단으로 백인들과 외국인들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단다. 버스와 택시는 흑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흑인 이외의 사람들에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지만 전반적 분위기가 그러한 모양이다. 밤이 되면 길거리를 다닐 수 없다니 치안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겠다. 흑인지역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그 범인 검거가 극히 힘들단다.
도시를 따라 외곽에 타운쉽이 들어서는데 주로 흑인들의 거주지로 많은 시설이 낙후되어 있고 그곳을 방분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도시의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그곳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도 간단치는 않을 게다. 남아공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공용어만 11개라 하니 서로의 소통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몇으로 구분되어 있어 갈등해소가 더욱 쉽지 않고 여성들이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한다. 어디라서 천국 같은 곳이 있을까만 어려움이 중첩된 곳이다.
그래도 희망을 놓을 수 없는 것은 풍부한 자연환경으로 과일과 생선, 고기 같은 먹을거리가 풍부하니 정치와 제도의 개선이 나아지면 인간의 기본적 생활권은 보장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더하여 천성이 낙천적이고 밝으며 열정적이고 건강하니 긍정적이라 믿고 싶다.
그들의 교육에서 밝은 미래를 본다. 교육적인 면은 우리보다 낫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한다. 하나같이 스포츠를 좋아하고 학교의 가장 큰 행사가 스포츠 데이고 연말의 가장 인기 있는 시상도 스포츠 부문이라 하니 얼마나 건강한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스포츠를 통해 삶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습득할 수 있다. 개인별로 두 개 정도의 운동을 익히고 그것을 생활화하기에 최적의 환경과 신체를 가지고 있으니 은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초등교육부터 쉽고 구체적으로 경제교육이 이뤄지고 그 실습까지 수시로 진행되고 있으니 미래가 밝다고 하겠다. 그중에서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생활과 교사와 학생들이 보여주는 신뢰가 희망적 기대를 갖게 한다.
천혜의 자연과 자원을 가진 나라, 한때 고통의 세월을 겪었지만 도리어 그것이 자산이 되어 낙천성과 넘치는 흥으로 위기를 겪는 인류를 살려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이 그들로부터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동식물과 인간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조화롭게 사는 곳, 인류의 희망이 그들과 그곳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