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산책
이성원의 삶의 철학이랄 수 있다. 그분의 팔순에 기념으로 내려다 시기를 조금 놓쳤다 한다. 조카 되는 이가 발간했다. 청주에서 태어나고 언필칭 KS라고 부르는 학력을 거쳤다. 인생을 25년씩 셋으로 나누어 공부하고 일하고 봉사하는 삶을 계획하고 그렇게 실천하며 살았다. 수명이 길어져 생각지 못했던 순간을 맞이하지만 당황하는 모습은 없다. 생활의 여러 방면에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산다. 도서기증운동을 펼쳐 중고교와 군부대에 150,000권의 책을 전달하고 숱한 강연을 했다고 한다. 어느 모로 보나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하겠다. 아들, 딸 셋도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모범적으로 살고 있다.
책 전편을 통해 계속 반복되는 메시지가 있다. 전화위복이 된 세 가지를 들고 있는데 중1의 재수와 대학 2년간의 유급, 전공 책을 맘껏 읽지 못하고 철학책 같은 서적을 읽은 것이다. 중학교에 입학해 몸이 아파 6개월쯤 지나 학업을 따라가려다 어려워 포기하고 1학년을 다시 다닌 것이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기회가 되었단다. 대학에서도 전공에 정이 가지 않고 가난해 전공서적도 사볼 형편이 아니어서 성적이 좋지 않아 제 때 졸업하지 못하고 2년을 유급했는데 그 때에 인문학적인 문·사·철(文·史·哲)류의 서적으로 나머지 인생을 살아갈 내적인 힘을 갖추었다. 그 독서가 노년에 일거리를 제공해 주어 청소년과 청년들의 멘토가 되고 도서재단을 운영하는 기반이 되어 주었다.
인생 고민의 많은 부분이 돈 문제인데 그에 대한 꽤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20대부터 수입의 25%를 저축하라는 것이다. 가외 수입은 아예 전부를 저축하면 노후에 돈 때문에 어려움 겪을 일이 없단다. 누구나 일생 수입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으니 결국 차이는 소비를 얼마나 줄이느냐라는 게다. 그 주장에는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는 또한 평생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차를 소유하지 않는 것이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한다. 더하여 조촐한 결혼식을 치를 것을 권한다.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자신의 신념을 평생 지켜간다는 면에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하는 걱정의 92%는 쓸데없는 것이라 한다. 걱정해도, 안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것들이다. 걱정하고 노력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신경을 끄라는 게다. 고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고민이 크게 줄어든다고 한다.
노후의 질병에 대해서도 분명하다.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말고 건강검진도 받지 말라고 한다. 암에 관해 일본의 권위자인 게이오대 곤도박사의 견해에 기대어 건네는 조언이다. 인구의 삼분의 일이 암으로 사망하니 자신은 아니라고 믿고 살다가 어느 순간 암이라고 밝혀지면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하지 말고 암과 함께 살며 진행 속도를 늦추다가 죽음에 들라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생활습관을 바꾸라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별 효과는 없고 스트레스만 가중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를 검사하면 정상을 벗어나는 것들이 나오는 것이 그리 비정상이 아니고 아프지 않고 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환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몸의 상태가 변하는 것일 테니 다시 정상을 회복할 수도 있겠다.
병과 병원 그리고 치료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면이 작용하는 것 같다. 생명체는 본래 병이 걸려 죽음을 맞기도 하고 삶의 과정에서 병이 들었다가 스스로 회복되기도 하고 적당한 영양공급으로 좋아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였을 게다. 현재의 병원과 그 구조를 보면 인류가 치료를 받기보다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든다. 도시마다 병원은 거대한 건물을 차지하고 많은 의사들을 거느리고 최신의 고가 의료장비들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을 유지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와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더구나 막강한 제약회사들까지 그들과 한 편이다. 그들에게 얼마간의 잘못과 책임이 있어도 비전문적인 이들이 그들과 겨루어 이길 수도 없고 사회의 유력한 이들은 이런저런 관계로 병원의 편이기 쉽다.
자손들을 위한 교육도 분명한데, 세 살까지의 교육이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니 그 시기를 놓치지 말 것이며 학원이나 여타기관보다 어머니의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며 중요함을 강조한다. 특히 중1의 시기가 중요한데 그 때는 영어와 수학에 집중하기를 조언하며 영어의 어휘력을 강조한다. 그는 복습을 강조하는 에빙하우스 학습법을 권한다. 전공보다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 인성교육이다.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반드시 길러져야 한다. 공부에 있어서도 두 배 이상의 효과가 자기 통제력에 있다고 한다.
사회체제에 있어서 민주주의의 우월함을 일깨운다. 우리 민족이 중국과 수 천 년의 유대를 유지해 왔으나 가난을 벗지 못하다가 미국과 일본을 가까이 하며 가난에서 부요로 이동했음을 언급하며 사회주의보다 자본주의, 대륙세력보다 해양세력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의 본성이 성욕과 식욕이 근본이다. 인간에게는 명예욕과 소유욕이 더해질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욕구를 억누르는 공산주의가 100년의 실험을 거쳐 실패로 드러났는데 그것을 아직도 추종하는 이들이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는 여러 권의 책들을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 몽테뉴의 수상록, 마쓰시타의 경영철학서, 괴테의 시와 진실, 그밖에도 소피의 세계, 십팔사략, 칼 힐티의 행복론,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안창호 평전 같은 서적들이다. 여러 가지 조언과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