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다윗

재앙을 택하라(다윗의 인구조사)

변두리1 2014. 7. 1. 12:34

재앙을 택하라(다윗의 인구조사)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이스라엘의 통치영역이 넓어지고 백성의 수도 늘어났다. 앞으로도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모병(募兵)과 조세(租稅)와 요역(徭役)의 기본 자료가 인구조사니 시간과 경비가 들더라도 한 번 정확히 해 보아야 하겠다. 군사령관 요압에게 이 일을 맡기니 또 뭐라고 불평이다. 그와 나는 꼭 필요하면서도 껄끄러운 관계다. 그를 향해 여러 말 말고 제대로 조사나 하라고 윽박질러 보냈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나가지만 맡은 바 직무를 신실하게 완수할 것을 안다. 마침내 통계가 나왔다. 레위와 베냐민지파를 제외하고 군사징집대상자가 이스라엘이 백십 만 명, 유다가 사십칠 만 명이다.

 

  인구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확인하니 불현듯 후회가 밀려든다. 그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하나님께서 언제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일하시나. 내가 하나님 보다 백성수를 의지하려는 마음이 있었다. 역시 요압의 지적이 정확했었다. 하나님께 용서를 구했다. 제가 인구조사를 함으로 큰 죄를 범했습니다. 제가 너무도 미련했습니다. 하나님은 용서하시되 그 불신앙의 교훈을 깊이 새겨 잊지 않게 하시기를 원하셨다. 선지자 갓이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왔다. 하나님은 내게 삼 년 기근, 석 달 전쟁의 패퇴, 삼 일간 온 땅의 질병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셨다. 이렇게 어려운 일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괴롭다. 더구나 근본적으로 그 원인이 나에게 있음이 더욱 곤혹(困惑)스럽다. 가능하면 짧은 기간 그것도 긍휼의 하나님께 어려움을 당해도 당하련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 질병을 내리시니 사망자가 칠만 명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다가는 예루살렘이 황폐해질 지경이었다. 나는 하나님께 엎드려 아뢰었다. 인구조사를 명하여 제가 죄악을 범했습니다. 이 백성은 무죄하오니 저와 제 아버지의 집을 벌하소서.

 

  선지자 갓이 다시 내게 와서 여부스 사람 오르난의 타작마당에서 하나님께 제단을 쌓으라고 그 분의 명령을 전해 주었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올라갔더니 오르난은 밀을 타작하다가 나를 보더니 땅에 엎드려 절하며 어쩐 일인가를 물었다. 나는 그에게, 하나님께서 여기서 제사받기를 원하시니 내가 이곳에 제단을 쌓으면 질병이 그치리니 이 땅을 적당한 가격에 팔으라 하였더니 오르난은 타작마당 뿐 아니라 소와 기계와 밀까지를 다 내게 바치겠다고 했지만 정당한 가격을 계산하여 약 삼억을 주고 그 땅을 오르난에게 서 사서 그곳에 하나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번죄와 화목제를 드리니 하나님께서 번제단 위에 불을 내려 응답하시고 이스라엘에 내리는 재앙이 그쳐서 내가 그곳을 하나님의 성전이요 이스라엘의 번제단이라고 불렀다.

 

  재앙이 그쳤다. 이번 일 때문만이 아니라 나는 몸과 마음이 많이 쇠약해졌다. 나와 내 가문에 임할 하나님의 징계하심을 나단 선지자에게 듣고 난 후로 그치지 않고 일어나는 범죄와 나 자신의 실수들이 무섭다. 그때마다 거의 유일하게 나를 향해 바른 말을 하는 요압이 지내놓고 보면 고맙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고까울 수가 없다. 나라에서 내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그의 역할은 더욱 커져가는 것 같다. 나와 이스라엘을 하나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분의 뜻에 합당하게 살아가기가 힘이 든다. 왕이 되면 편하고 화려하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할 수 있고 하나님도 더 잘 높여 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기대와 너무 다르다. 골리앗을 물맷돌로 쓰러뜨리고 곰과 사자를 상대해서 맨몸으로 때려눕힐 때에는 못할 일이 아무 것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오히려 왕이 되어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하고 사람들을 향하여 오라면 오고 죽이라면 죽이니 더욱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늘어나고 하나님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이 많아진다. 세월이 지날수록 백성들은 나를 바라보고 나는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 나라의 경제력과 백성수를 따져보고 일들을 결정하려 한다. 이번 인구조사도 그런 실수 가운데 하나다.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고 반역은 이어지는데 어느 누구에게 왕위를 물려주기에는 미덥지가 못하다. 한 번 물려주면 긴 세월 막강한 영향력이 있으니 섣불리 정할 수가 없다. 백성들이야 왜 그것 하나를 질질 끌고 있느냐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다. 다른 것은 좀 부족해도 신앙은 확실해야 하는데 그런 아이가 없다. 따지고 보면 그 책임의 반 이상이 나에게 있다. 부모의 생활을 보며 자녀들 신앙이 자라는 법인데 내가 너무 가족들에게 시간을 할애(割愛)하지 못했으니 나는 아버지로서 자격미달이다.

  그래도 한 녀석을 깊이 생각해 보려하면 엉뚱한 일 저질러 죽고, 잠시를 못 참아 반역을 일으키니 어쩌란 말인가. 돌이켜보면 물려주지 않음이 다행이다. 스스로 성품을 폭로하여 하나님이 제(除)하심이 다행이지 온 백성이 어려움 당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제는 아도니야를 지켜보리라. 하나님을 깊이 의지하는 것만 확인할 수 있다면 하루속히 왕위를 물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