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생각

공적 마스크 판매의 행간 읽기

변두리1 2020. 3. 13. 12:15

공적 마스크 판매의 행간 읽기

 

한 주에 일인당 두 매만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공적 마스크 수급 안정화 정책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되어갑니다. 여기저기서 불편하다는 아우성이 들려옵니다. 어떤 데는 지자체가 공짜로 집집마다 방문해서 나눠준다는데, 차라리 주민센터에서 취급하라는 요구도 있습니다. 왜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는지 그 행간을 짚어 보려 합니다. 순전히 제 개인 생각이어서 억지나 과대해석,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있음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담당하는 높은 분이 방송에서, 실제 마스크 수급 능력은 전 국민에게 한 주에 한 매 꼴이 못된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양보와 배려를 호소했습니다. 꼭 필요한 대구 경북 지역 분들과 의료진, 직업특성상 여러 매를 써야 하는 분들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고 했습니다.

그 날 임시국무회의를 거쳐 확정해서 관계부처 분들이 합동으로 한 발표였습니다. 그 분들이 얼마나 그 분야에 전문가들이고 똑똑한 분들인가요. 국민들에게 편리한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분들이 불편한 방법을 찾아냈다면 말 못할 사정이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약국과 우체국을 통해서 전산망으로 관리해 중복구매를 금지하며 대리구매도 못하게 했습니다. 각 약국에 공급하는 수량도 시간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자를 제외하고 아무리 노인이고 갓난아이라도 직접 나와 신분증이나 증명서류를 가지고 구매하라는 겁니다. 한 마디로 웬만하면 구매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것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은 전 국민에게 한 주에 한 매씩도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두 매씩 판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사고 싶어도 국민의 반은 살 수 없으니 웬만하면 포기하라는 겁니다. 대통령 한 마디에 80세 이상 노인들과 10세 이하 어린이들은 각각 그분들의 해당 날짜에 대리자가 줄을 서서 주민등록등본을 가지고 대신 구매할 수 있지만 얼마나 불편한가요. 공평하게 넉넉히 나눠줄 수 없으니 치열히 경쟁을 하거나 그게 싫으면 포기하라는 겁니다. 문제는 정부가 좀 솔직하게 부족을 인정하고 합리적 방법을 사용하면 온 국민이 편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가 수요와 공급 예측에 실수할 수 있다는 것 이해합니다. 이 사태는 예외적 상황에 속하는 재앙이니까요.

차라리 우리의 현실과 능력이 이렇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너무 큰데다 꼭 필요한 분야가 있으니 다수 국민이 불편하고 위험하더라도 감수해주세요하고 사정도 하고 호소하면 국민들이 사정이나마 알고 고생이라도 덜하지 않을까요.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경우와 면 마스크라도 써야할 때와 꼭 보건 마스크를 써야 하는 순간을 구분해 정확히 알리고 행정조직을 이용해 5인 가구에 한 주에 4매 꼴로 가져다주든 주민센터를 방문해 구매하라 하든 그것이 훨씬 국민을 위한 행정이지 않을까요.

언제 오는지도 모르고 살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채로 일찍부터 길게 줄을 서는 것이 볼썽사납기도 하고 그 일로 시간을 빼앗기고 감염우려도 있다니 여러모로 비효율적이지요. 약사 분들은 또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무슨 고생들인가요. 구매 못한 분들에게 좋은 소리 들을 리도 없고 정작 할 일은 뒤로 밀릴 겁니다. 나라의 경제인구가 2800만 가량이라 하는데 그 분들이 업무시간에 줄설 수 있나요. 그분들과 노인들과 아이들 몫까지 줄 서서 구매하는 분들 고생은 누가 보상해 줄까요. 당장도 문제지만 쉽게 살 수 없으니 기회를 놓칠 수 도 없지요. 국민을 하늘로 알고 편안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첨단의 시대, 앞서가는 나라에 살면서 행정을 하는 분들에게 무시당하고 불신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네요. 학생 때 자주 접했던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서양 격언이 떠오릅니다.

수도권 어느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니 더욱 걱정입니다. 수도권에 2600만이 산다는데 마스크가 그곳 수요를 채우기도 만만찮아 보입니다. 집단으로 밀집해 일하는 사업장 뿐 아니라 앞으로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학교입니다. 미루어 두었던 각급학교 개학이 다가오는데 마스크가 없어 또 연기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합니다. 학교 비축분량 일부를 소비했고 개학과 함께 학생들에게 많은 양의 마스크가 필요할 겁니다. 그렇다고 사용하지 말라할 수 없고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편하기는 개인별로 알아서 준비하라면 되지만 어차피 한정된 수량이니 못 쓰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학생 이외의 또 다른 이들이 사용하기 어렵겠네요. 교실에서 학생들이 일정이상 거리두기도 만만치 않을 테니 요즘 높은 분들 하는 양으로 보면, 이제 슬쩍 각 자치단체나 학교장 재량으로 결정해 시행하라고 할 듯도 합니다.

모두가 벅찬 싸움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집중해야 하는 곳에 힘을 모으고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힘은 최대한 아껴야지요. 이제라도 모두를 피곤하게 하는 경쟁구매방식을 버리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서 쓸데없는 곳에 체력과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 합리적인 길을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사고 싶어도 반은 못사니 불안해하시고, 온갖 불편을 겪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꼬박꼬박 사두시오. 그렇지 않으면 아예 포기하세요. 어떤 경우라도 우리 책임은 아니예요. 자본주의의 핵심은 시장중심과 자유경쟁이니까요. 우리는 실제로 경제 실적을 내는 이들에게 일차적으로 안전을 지켜주어야 하니까요. 조금만(언제까지는 묻지 마세요) 불편을 참으세요, 짜증도 내지 마시구요. 그냥 집안에 계시면서 텔레비전 열심히 보세요. 꼭 필요한 건 다 알려 드릴게요. 누가 뭐라 해도 날 더워지면 바이러스 물러갈 거예요. 불편해도 인내심을 가지시고 조금만 참으세요. 참고 견디는 게 우리 국민이잖아요. 좋은날이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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