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서려 기근으로(기브온 사람들의 한)
삼 년을 연이어 기근이 들었다. 백성들의 생활이 참혹하다. 내가 통치를 잘못해서 하나님께서 징벌하시는 듯하다. 하나님께 그 원인을 물었더니 사울과 그의 가문이 피를 흘린 원인이니, 그가 기브온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사울과 그 가문이 기브온 사람을 죽인 것이 구체적으로 언제 발생한 어떤 사건을 말씀하시는지 모르나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기브온 사람들은 이스라엘 족속은 아니고 아모리 사람 중 남은 이들인데 여호수아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들을 죽이지 않기로 맹세한 것을 사울이 이스라엘과 유다 족속을 위하는 열심 때문에 그들을 죽였던 것이다.
기브온 사람들을 불러 내가 어떻게 하면 너희의 한이 풀리고, 내가 어떻게 용서를 구하면 너희가 하나님의 기업 곧 이스라엘의 복을 빌 수 있겠는지 물었다. 그들은 사울과 사울의 가문과 그들의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성질이 아니며 이스라엘 사람의 생명을 취할 권한도 그들에게 없다고 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했더니 자신들을 학살하고, 그들을 이스라엘 영토 내에 머물지 못하게 하려고 모해한 이의 자손 일곱 명을 자기들에게 넘겨주면, 사울의 도시 기브아에서 목매달아 죽여서 그들의 맺힌 한을 풀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쉽지가 않다. 죽임을 당할 것을 알면서 누구를 내어 준다는 말인가. 사울의 후손을 잘 돌보아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더구나 요나단과는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끈끈한 사이였었다.
고민 끝에 일곱 명을 골라냈다. 기브온 사람들을 최대한 배려해 사울의 아들들인 아야의 딸 리스바에게서 태어난 알모니와 므비보셋, 그리고 므홀랏 사람 바르실래의 아들 아드리엘과 사울의 딸 메랍에게서 태어난 다섯 아들을 기브온 사람들에게 인계했다. 그들에게는 말할 수 없이 미안하다. 그래도 전 왕(前王)의 아들들이요 외손자들이니 얼마나 귀한 존재들인가. 들리는 말로는 백성들 중에 리스바의 소생들은 리스바가 아브넬과 일으킨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소문 때문에, 메랍의 소생들은 나에게 시집보내기로 했다가 다른 이와 결혼시킨 괘씸함 때문이라는 추측이 돌고 있다고 한다. 내가 들어도 그럴듯하지만 추측은 추측일 뿐이다.
넘겨진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신하들에게 물으니, 그들이 보리 베기를 시작하는 사월에 여호와 앞에, 산 위에서 목매어 달려 동시에 죽임을 당했고 아야의 딸 리스바가 굵은 베로 된 천을 바위 위에 펴고 하늘에서 비가 내릴 때까지 낮에는 공중의 새들로부터 밤에는 들짐승에게서 그 시신들을 지켰다고 보고했다. 리스바의 슬픔이 나에게 전해졌다. 나도 아들을 잃어 보아서 그 마음을 조금은 안다. 밧세바가 낳은 첫 아이, 압살롬에게 죽임당한 암논, 요압에 의해 죽은 압살롬. 그들 하나하나를 잃을 때 내가 얼마나 슬펐었나가 되살아나 너무 마음이 아프다. 더구나 이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아버지와 그 추종자들에 의해 일어난 일을 속죄하는 의미의 애매한 죽음을 당하는 것이니 얼마나 더 가슴이 아프랴. 죽었을지언정 그들을 지켜 주려 했던 리스바의 얘기를 들으니 그들에게 어떤 위로가 될 만한 일이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들의 죽음의 원인이기도 하고 평소에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겼을 사울과 요나단을 생각하고 죽어서나마 그들과 함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로부터 사울과 요나단의 뼈를 가져와, 기브온 사람들에게 목매어 죽임당한 이들의 뼈를 거두어 셀라에 있는 사울의 아버지 기스의 묘에 함께 묻어 주도록 명령했다. 사울과 요나단의 뼈가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에게 있었던 것은 그들이 기브아 산의 전투에서 전사해 블레셋 사람들이 벳산 거리에 매단 것을,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자신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준 은혜를 잊을 수 없어 밤중에 위험을 무릅쓰고 옮겨 왔기 때문이다. 죽임당해 모욕당하는 시신들을 잊지 않고 그들의 은혜를 기억하여 수습해 준다는 의미가 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들의 죽음의 의미와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뭄이 끝나고 비가 내렸다. 기브온 사람들의 한이 풀리고 하나님으로 부터의 재앙이 해결되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한 기도에 응답하셨다. 맹세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하나님께서 은총을 베푸시는 감격적인 순간마다 하나님께 드렸던 맹세들을 돌아본다. 혹시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없는지, 뿐만 아니라 내가 직접은 아니라도 선조들에 의해 하나님과 체결된 맹세들도 세세히 챙겨볼 생각이다.
하나님은 약속을 존중하신다. 자신이 우리와 맺으신 약속을 반드시 지키실 뿐 아니라 또한 우리가 자신과 맺은 약속을 성실히 지키기를 요구하신다. 하나님과 우리사이에는 약속이 곧 생명이다. 하나님은 우리와 생명을 걸고 약속하신다.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 하나님을 존중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사람 사이가 막혀도 하나님의 은혜가 막히고 재앙이 올 수 있다.
'성경이야기 > 다윗'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바의 반란을 진압하다.(요압의 자부심) (0) | 2014.07.01 |
---|---|
이건 아닙니다(다윗을 협박하는 요압) (0) | 2014.07.01 |
패배를 선택하다(적중한 다윗의 예측) (0) | 2014.07.01 |
준비는 끝났다(왕을 꿈꾸는 압살롬) (0) | 2014.07.01 |
이것도 하나님이 하시는 것.(왕궁을 떠나는 다윗) (0) | 2014.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