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 간다
맹렬 여성의 일터, 세계 -
진짜가 힘이 있다. 모조품은 흉내 낼 수 있고 한 때는 통할 수 있지만 오래 갈 수 없다. 발음과 토익점수가 해외영업을 보장하는 게 아니고 언어가 모든 게 아니다. 언어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발음이 좋다 해도 전달할 알맹이가 부실하면 큰 의미가 없고 발음이 진심을 넘어서지 못한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고 넘어간다고 아는 게 아니고 확실히 파악하고 대처해야 손해 보는 일을 당하지 않는다.
저자 성수선이 거듭 강조하는 이야기들이다. 개인경비와 자격으로 관광을 하는 게 아니고 해외영업은 회사를 대표해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상대를 만나 사업의 성공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일이어서 어설픈 실수가 곧 회사, 나아가 국가의 손실과 명예를 훼손하는 일로 이어진다. 모든 초점이 일에 있지만 그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상대하는 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이 내 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적 유대와 그들 자체를 목적으로 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들의 처지에서 배려하고 한 마디라도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고 좋은 것을 대접하고 선물하는 일이 그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면 자연스레 이루어질 듯하다.
내가 중심이 되면 식사의 메뉴나 안내하는 장소나 선물이 순차적으로 고정할 수 있지만 상대를 먼저 고려하고 상황과 처지를 이해한다면 같은 인물에게도 다른 선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적어도 상대가 자신이 홀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최악이리라. 자신이 특별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호의를 가지고 업무에 임하게 되어 서로 즐거울 수 있겠다. 상대와의 대화를 위해 흥미를 갖고 신나게 상대가 이야기할 만한 화제를 준비하고 소품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비싼 것이 좋은 선물이 아니라 기호에 맞춘 것, 상대가 즐거워 할 수 잇는 것, 추억이 담긴 것이 참 선물이다. 애써 선물하고 오해를 사거나 상대를 불편하게 혹은 처치곤란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저자는 부피가 크고 깨지기 쉬운 도자기류나 액체가 담긴 것이 그런 것들에 포함될 수 있다고 조언하는데 현장에서 오래 일해 본 사람의 경륜이 전해진다. 저자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게 오래 가까이 두고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선물로 사진 같은 것을 기념품에 새기거나 액자에 넣어 선물한 일들을 회상한다. 또한 성탄이나 새해에 자신의 모습을 담은 개인 카드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에서 얼마나 정성을 다하는 지를 느낄 수 있다. 오늘의 현실이 인쇄된 것들과 동영상이 흔하게 유포되는 것에 착안한 자신이 작성하는 손 편지도 상대에게 감동을 주기에 넉넉할 듯하다.
자신과 상대 모두 언어로만 전달하고 파악할 것이 아니라 몸짓 표정 태도까지에도 세심한 의사가 담길 수 있어 유의하라 한다.‘문제없다, 괜찮다(No problem, I am OK.)’한다고 해서 만족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게다. 지역과 생활에 따른 문화의 차이도 흥미롭다. 우리 문화에서는 관심을 드러내고 친해지려는 의도라 할 수 있지만 사적인 정보를 묻는 것이 일을 그르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우리 사회도 서구화의 영향 혹은 개인중심으로 의식이 변화하면서 예의에 어긋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변해가고 있다.
꼭 해외영업이 아니라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 하나는‘아무거나’가 아니라 그때그때 분명한 선택을 훈련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별 거 아닌 걸 고르고 결정하는데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하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식사나 차를 주문할 때면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데 많은 시간과 설왕설래가 오가게 된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도 좋겠다.
누구에게 어떤 상황이나 책읽기는 소홀히 하기 어려운 일인 듯하다. 언제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 해외영업을 하는 이들은 다방면으로 얕고 넓은 그러면서도 어떤 분야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된다. 시의적절한 스포츠이벤트와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될 만한 것들, 그림과 영화에 관한 정보도 주 대화에 앞서 유용하겠고 그러한 접촉점으로 깊은 공감과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경험할 수도 있겠다.
사람이든 취미든, 어떤 대상을 향한 지속적인 노력은 세월과 함께 결실이 드러난다. 조금해하지 말고 성실함으로 자신만의 한 가지를 만들어둘 수 있다면 큰 자산이 되리라.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를 긍정하고 확신하는 길이기도 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책이 출간될 때, 지은이가 서른다섯 쯤 되었을 것 같다. 그 시점에 십일 년 해외영업을 하고 있다 했으니 그 일을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면 이십이 년째가 될 것이다. 한 가지 일을 십 년 정도 하면 무언가 길이 보일듯하고 이십 년 가량하면 전문가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타고난 많은 면들이 해외영업에 맞는 것 같으니 그 분야의 일가를 이루면 좋겠다.
평생을 한 가지 일만 하며 살 수 있을까. 여러 가지를 해보고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을 찾을 수도 있겠다. 그것이 무엇이든 전문가 수준까지 도달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다. 나는 해외영업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