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다윗

너무도 바보였습니다.(다말을 범하고 암논이)

변두리1 2014. 7. 1. 08:35

너무도 바보였습니다.(다말을 범하고 암논이)

 

  제가 그때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릅니다. 저는 다말을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습니다. 그 아이는 항상 귀엽고 깜찍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아주 매력적인 숙녀가 되었습니다. 어쩌다 바라보면 눈이 부셨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꾸 보고 싶고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왕궁에서 스쳐 지나면 할 말도 별로 없어도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 다말의 거처 주변을 서성거리곤 했습니다. 한때는 보고 싶은 것이 너무도 간절하여 꿈에도 나타나곤 했습니다. 혼자 앓는 사랑이 깊어져 병이 되어서 기력도 없어지고 음식 먹기도 싫어서 한동안 아예 자리에 드러눕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다르긴 하지만 동생을 좋아한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없어 매사에 의욕도 잃었습니다. 내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 갔습니다.

 

  요나답이라는 나와 사촌이 되는 친구가 그 즈음에 날 찾아 와서 왜 매사에 의욕도 없고 갈수록 여위어 가는지를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도덕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머리회전이 빨랐습니다. 너무 답답해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하고 싶던 차에 그 친구가 물어주니 내 처지를 그에게 털어놓았더니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 다윗에게 아프다는 것을 알려서 다말로 병문안을 오도록 부탁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제안대로 했더니 그녀가 정말 병문안을 왔습니다. 그날 나는 저항하는 그녀를 힘으로 제압하고 관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오히려 더 큰 문제였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예쁘고 귀엽고 신비스러워서 함께 있으면 더없이 즐겁고 황홀할 것 같고 그녀와의 관계도 나를 잃을 정도로 낭만적이고 매혹적일 것으로 꿈꿔 왔었는데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혀 협조적이지 않은 그녀와 힘들게 가진 관계는 육체적으로 힘들고 피곤하였을 뿐입니다. 그녀에게서 사과 향기가 나지도 않았고 황홀함도 신비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역겨운 입 냄새만 괴로울 뿐이었습니다.

 

  다말은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지치고 심적인 충격까지 더해져 침대에서 웅크리고 훌쩍거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모든 환상이 깨지고 피곤한데다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던 그녀가 잠시도 보기가 싫었습니다. 그녀를 거칠게 일으켜 세우고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가 아예 악을 쓰며 통곡을 했습니다. 나는 잠시도 함께 있기가 싫어서 하인을 불러서 끌어내고 문을 잠그게 했습니다. 나 스스로도 억울했습니다. 황홀한 신비를 생각한 것이 오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되었습니다. 다말은 울고불고 난리였습니다. 재를 뒤집어쓰고 입도 있던 옷을 찢고 악을 쓰며 통곡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가 대충 상황을 짐작하고는 여인들은 흘끔거리며 다말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다른 이들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끼리끼리 수군거리며 돌아갔다고 그 하인이 나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그 사건은 아버지 다윗에게 즉시로 보고되었고 아버지는 격렬히 화를 냈지만 나를 불러 직접적으로 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다만 왕궁의 신하들 가운데 나에게 늘 잘해주고 왕궁에서나 회의석상에서 있었던 일을 늘 나에게 찾아와 들려주는 이가 있는데 그가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들러서 일의 전말을 묻고는 크게 잘못된 일임을 고하고 한숨을 쉬며 어떻게든 원만하게 수습하자는 말을 몇 번 되풀이하고 약간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로 나는 바깥출입을 가능한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 손가락질하고 수근 댈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방에만 있고 나가지 않으니 신하들이 자주 찾아오는데 그들의 말에 따르면 다말도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사람도 잘 만나지 않고 가끔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늘 나에게 오면 압살롬을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언제 무슨 일을 벌여서 나를 해할지 모른다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그래도 장자요 대통을 이을 분인데 함부로는 못할 걸, 그러니 우리도 포기를 못하고 이러고 있지.”하고 내가 듣거나 말거나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나는 최근에야 내가 한 일이 엄청난 잘못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인들이 결혼 전에 다른 남자들과 관계하는 것을 엄청난 수치로 여긴다는 것도 그것이 결혼의 커다란 결격 사유가 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때 왜 그렇게 다말이 강하게 저항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나님도 그런 행동을 지극히 미워하신다는 것을 선지자에게 들었습니다. 신하들이 말하는 압살롬을 조심하라는 말을 이제 압니다. 그 사건이 있은 지도 벌써 두 해가 꽉 차가고 있습니다. 자주 거론할만한 일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그 사건을 더는 말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나도 다말도 조금씩 바깥나들이를 합니다. 그러나 멀리서라도 서로를 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먼 길로 피해서 돌아갑니다. 별다른 사건 없이 지나가는 것이 불행 중 다행입니다. 나로서는 잘못에 대한 사과를 하고 싶어도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이 될까 두려워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며 평생을 조심하며 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