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한 노인과 청년, 그리고 삶의 가장 위대한 가르침. 이 책의 부제이다. 미치 앨봄이라는 모리 슈워츠교수의 잘 나가는 제자가 스승이 삶을 마치기 전 반 년여의 화요일의 만남을 정리하여 기록한 글이다. 모리 교수는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낸다. 여덟 살에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시고 모리는 그 소식을 전보로 받는다. 아버지는 강도를 만나 달아나다가 친척집 현관에 쓰러져 심장마비로 죽어 모리가 시체안치실에서 확인을 했다.
모리 교수는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1959년부터 병을 확인하는 1994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1994년 8월 루게릭 병에 걸렸음이 밝혀졌고 다음해 11월 일흔아홉 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가 기록해둔 짧은 경구(아포리즘)이 매개가 되어 ABC - TV와 세 번의 인터뷰를 한다. 그 영향으로 모리는 더욱 알려지고 많은 이들로부터 편지를 받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관계를 형성한다. 또한 그 첫 번째 인터뷰의 방영으로 제자 미치 앨봄과 다시 만난다.
미치 앨봄은 모리 교수로부터 대학시절에 자상한 돌봄을 받고 사제 이상, 선수와 코치 나아가 친구 같은 사이가 된다. 하지만 학교 졸업 후, 자신의 자리를 확립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연락을 하지 못한다. 16년의 세월이 흐르고 방송 인터뷰를 본 미치는 은사 모리에게 달려간다. 그 때부터 모리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들은 화요일의 사람들이 되어 죽어가는 이가 살아갈 사람들에게 남기고픈 가르침을 주는 비형식적 수업을 해 나간다.
여덟 달여의 세월에 모리의 육체는 점차 쇠락해져 죽음으로 간다. 발을 쓰지 못하고 다리가 굳어져 걷거나 옷을 입지도 못하고 용변처리도 어려워진다. 호흡이 짧아지고 기침이 심해지다 유동식을 하게 되고 침대에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어진다. 점점 작고 무력해지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다 삶을 마감한다. 겉모습은 작아져 가지만 내면은 나날이 맑아지고 단단해진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던 모리는 자신의 병을 확인하고는 춤을 멈춘다. 마지막 강의 후 집에서 생활하는데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자신을 코치로 부르는 미치와의 대화를 통해 뭇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교훈을 베푼다. 자신이 병이 들어서야 창밖의 풍경을 제대로 보고, 약한 이들이 자신처럼 생각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단다.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초월해 생각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방송인터뷰 후에 각지에서 쇄도하는 편지를 읽고 답을 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먼저 그 처지에 대해 감정적 공감과 자신도 이해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잘 되어질 거라는 희망과 격려를 보내며 자신을 밝힌다. 드러내지 않아도 누구임을 받는 이들은 안다. 하지만 유명인이 회답을 하고 자신을 지지해 주었다는 것은 큰 힘이 되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상반됨의 긴장’이란 표현은 인상적이다. 삶을 한마디로 나타내주는 듯하다. 그 사이에 갈등과 고민이 있다. 자신의 의지가 있는 한 이런 상태는 지속될 것이다.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과 선택한 것에도 최선을 다하지 못한 후회가 항상 따르리라. 모리는 나이 든다는 것을 멋지게 말한다. 자신은 젊은이가 부럽지 않은데 그 이유가 자신 속에 살아온 나이의 삶이 다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70대 후반을 사는 그에게는 유년기의 모리뿐 아니라 청년, 장년, 노년의 모리가 다 살고 있다는 게다. 얼마나 멋지고 그다운 표현인가.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속이거나 이중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때로 두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 감정에 푹 빠져 있다가 벗어난단다. 얼마나 현명한가. 억울하면 인정하고 한동안 억울해하다가 그것이 최선이 아님을 인정하면서 벗어나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게다. 그 감정에 몰입하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면 다른 길을 찾을 힘을 얻는 거다. 죽음으로 향하는 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간관계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음을 감사해한다.
문화를 추종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것도 의미 있게 들린다. 남이 해놓은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신의 사상과 가치에 따라 재구성해 그대로 살아간다는 게다. 나이가 들고 죽음을 향해 가면서 아이처럼 되고 생각한다. 갓난아이는 생활전체를 타인에게 맡기고 의지한다. 누구나 그것을 당연히 여긴다. 육체가 쇠약해져 능력이 제한되면 갓난아이와 다를 것이 없다. 모리는 자신의 소변기를 스스로 건사할 수 없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부탁한다. 엉덩이를 닦는 것도 다르지 않다. 자신의 호흡을 통해 얼마나 쇠약해지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그걸 인정한다. 건강한 이가 호흡과 호흡 사이에 70을 헤아릴 수 있고 자신도 얼마 전에는 21까지 가능했지만 이제 18로 줄었음을 받아들인다.
돈과 권력이 필요한 감정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행복을 줄 수 없음을 전한다. 많은 이들이 절대적이지도 참되지도 못한 것을 추구하기위해 너무 많은 걸 잃는다. 더 중요한 걸 잃고 나서야 통렬히 뉘우친다. 모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라는 말을 남긴다. 사랑하고 용서하지 않는 이들은 행복할 수 없다. 그가 살아서 장례식을 갖는 것은 얼마나 감동적인가. 모리는 죽음으로 많은 걸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은 삶과 연결되어 있다. 죽음을 알면 삶도 알 수 있고 더 의미 있게 살 수 있다. 모리는 죽었지만 그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밝은 빛으로 남았다. 미치와 모리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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