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너는 자유다
- 도전, 자유로움, 젊음의 특권 -
글쓴이 손미나는 방송인이다. KBS 아나운서로 잘 나가던 지점에서 돌연 스페인으로 떠났다. 본인은 그것을 번지 점프하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스페인에서 한 해를 보내고 귀국한 후에 겉으로 보기에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어찌 변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삶의 폭과 깊이가 예전과 같을 순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녀를 조금도 알지 못한다. 책에 기록된 많은 지명과 인명도 어려울 뿐이다. 개인 손미나가 아닌 한 사람의 기록으로 이해하고 느낀 것들을 얘기해보자.
그 용기가 부럽다. 삼십대 초반에 그 정도 위치에 도달했으면 그것을 지키면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픈 욕망이 강할 텐데, 그것을 누르고 홀연히 스페인으로 간다. 아무나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치열하게, 멀미날 만큼 자신의 삶을 살아낸 이가 느낄만한 충동이기도 하다. 일하는 것인지 노는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 내 삶의 방식과 대조적이다. 사람들은 달력의 빨간 날을 황금연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휴일과 평일의 경계가 모호랬다. 열심히 산 사람들에게 휴가의 의미가 각별하다. 그들은 일에 지친 몸을 재충전하기 위해 어디론가 떠난다.
그녀가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열린 자세가 놀랍다. 처음 만나는 이들과 격의 없이 친해지고 가까워지기는 과거의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경험이 적고 긍정적이며 밝고 열린 자세가 아니면 이루어지기 어렵다. 일본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스페인 사람들과도 그러하고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기본적으로 열린 관계를 유지한다. 스페인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할 때에 동급생들과 맺는 관계도 지극히 개방적인 관계이다. 결혼하지 않은 삼십대 초반의 여성임을 생각하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적극적인 성격과 춤과 노래, 운동에 소질이 있다는 것은 인간관계에 얼마나 득이 되는 요소들인가. 나이가 어릴수록 이러한 요소들에 노출될 수 있는 빈도수가 늘어날 것 같다. 한국인들은 모두 노래에 소질이 있는 가수들 같고, 춤에 어울릴 흥을 타고 난 듯도 하다. 그런가 하면 의외로 적지 않은 이들이 이러한 문제로 고민한다. 지은이는 댄싱 퀸으로 불리기도 하고, 수영도 바다에서 긴 시간을 견뎠으니 대단하다.
단기간의 승부가 아닌 한 해 동안, 스페인어를 일상으로 사용하는 이들과 함께 언론학 석사과정에 도전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다. 여러 가지 불리한 환경에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정받는 모습이 대견하다. 한국인의 우수성을 보는 것도 같고 지은이 개인의 빼어난 역량이란 생각도 든다. 글로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책을 통한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 부딪치며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하면서 실력을 연마하려 하는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석사과정 동기들과 함께 보여주는 우정을 쌓고 친해지고 하나가 되어가는 데 있어서 그들의 자유스러움이 대단하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학생들, 그들의 경력과 열정과 프로의식이 또 다른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낸다. 내가 그런 환경에 처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상상하면 당황스럽다. 예전 같으면 동료로서보다 경쟁자로 의식하고 도서관에서 책들에 파묻혀 동기들과의 관계보다는 빠른 학위 취득에 온 힘을 쏟지 않을까 싶다. 동료들과 인간적인 유대도 없이 외톨이처럼 지내며 학위만을 취득하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글쓴이가 보여주는 놀라운 친화력과 열린 자세가 크게 다가오는 요소이다. 같은 과정을 하는 이들도 어쩌면 그렇게 한 가족처럼 서로 돕고 의지하고 살뜰히 살피고 의욕들을 돋우는지 신기할 뿐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격의 없음과 두려움을 모르는 삶의 자세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하고 다른 이들과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깊은 정을 나누게 하고 있다. 할 수 있는 대로 그 힘들고 바쁜 과정 속에서 많은 곳들을 가보고 체험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여러 식당들을 방문하고 축제를 구경하고 친구 집들을 찾아간다.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의 가정에 가서 인터뷰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글쓴이 자신의 모든 매력을 동원해 자신의 장점으로 활용하여 더 나은 성취를 이루려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바르셀로나를 떠나기에 앞서 그들이 행하는 여러 이별파티들이 눈물겹다. 일 년의 기간이 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그토록 진한 우정을 쌓을 수 있을까. 그들이 정이 많고 활달한 다혈질적인 이들이라 해도 개인적 노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지 큰 무리 없이 해내거나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학습을 하고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울까가 어렵지 않게 상상이 간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제는 세계를 상대로 살아가야만 한다. 그들 모두가 경쟁자나 적이 아니라 동료로서 서로의 목표를 성취하며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면 열린 마음과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글쓴이가 그런 것들을 보여 주어 너무도 부럽다. 젊지 않은 나도 이제라도 해보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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