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생각

내 눈을 뜨게 한 변화들

변두리1 2017. 2. 27. 13:39

내 눈을 뜨게 한 변화들

 

   친숙한 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편하다. 잔치자리에 가보아도 모처럼 만나는 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자주 만나는 이들끼리 앉는 것을 본다. 하는 일이나 나이가 비슷한 이들과 지내다보니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 내 자신이 세상에 뒤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며칠간 자녀들과 여행을 하다 보니 문화가 달라지고 나는 그만큼 뒤쳐져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대를 따라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 일인가를 느꼈다.

 

   문화변천의 바탕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있었다. 그들은 현대의 정보유통과 그 처리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정보의 제공이 전에는 전문가들의 몫이었다면 이제는 희망하는 이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모두의 것이 되었다. 그 정보를 이용하여 필요를 해결하는 일도 몇몇 관계자에서 원하는 모든 이들로 확산되고 그만큼 단순화되고 쉬워졌다. 물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이들에 한해서인데 그 수가 급격히 늘고 보편화되니 다수가 그 흐름에 함께하고 있다.

   여행을 출발하기에 앞서서 항공편과 숙박을 모두 예매 혹은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여행사나 전문가가 아닌 개인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한국 그것도 청주에서 파리에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서 로마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하는 식이었다. 예전에는 개인들은 일단 그곳에 도착하여 숙박시설을 알아보았을 것 같은데 이제는 거리와 관계없이 공적인 숙박시설이라 할 수 없는 것도 인터넷의 정보를 기반으로 계약을 맺고 사용하는 단계에 가 있었다.

   우리가 이용한 그런 시스템을 에어 비엔비(Air B&B)”라고 하는 것 같았다. 에어는 해외여행을 의미하는 듯하고 비엔비는, 베드 엔드 블랙훠스트(Bed and Breakfast)로 잠자는 것과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형태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정한 일시(日時)에 만나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열쇠를 받아 약속한 기간 동안 사용하고 미리 정한 곳에 열쇠를 두고 떠나는 제도였다. 사용하는 동안은 내 집처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사용하면서 느낀 점들을 사후에 평가한다고 한다. 그 평가가 여행객들이 그 시설을 선택하는 중요자료가 될 것이다. 시설의 소유주도 사용한 이들을 평가해 다른 시설소유주들의 여행객 계약여부에 참고로 한다고 한다. 서로가 최선의 유익을 얻자는 합리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 많은 정보를 활용하는 문화도 나를 각성시키고 충격을 주었다.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서 지하철과 버스의 노선을 확인하고 승강장을 알려줄 뿐 아니라 걸어서 가는 숙소까지 정확한 지도로 알려주는 특정 프로그램들은 많은 번거로움과 시행착오를 방지해주고 여행을 더 즐겁고 효율적으로 하도록 도와주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유명한 곳을 여행하면서 남긴 후기(後記)들도 여러 분야의 선택과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의 전 과정이 아니라, 현지의 주요 관광지를 반나절 또는 하루를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도 새로웠다. 현지에서 인터넷에 홍보되고 있는 것 중에 여행자들이 선택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약속된 여정을 함께 하면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오디어기기를 나눠 받아 이어폰으로 설명을 듣고 안내를 받았는데 리더가 얼마나 열정적인지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도 쉬지 않고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개인 여행자들도 안내자를 동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합리적인 상품처럼 보였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혹은 유명 관람지에는 오디오 또는 영상 안내 기기들이 있고 한국어로 지원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곳저곳을 떼로 몰려다니며 애앵 혹은 삐익하는 스피커로 설명을 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없었다. 어느 곳을 가든지 한국인들을 만날 듯한 기대감을 줄 만큼 한국인들이 세계를 돌고 있었다. 그들의 덕으로 한국어로 된 인사말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한국도 한국인들도 세계도 변화의 강물을 타고 흘러가고 있었다.

 

   늘 대하는 이들과 편하게 지내는 것에서는 달라지는 세상을 만나기도 어렵고 이렇다 할 자극을 받기도 어렵다. 여행은 어쩔 수 없이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 많은 면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 심지어는 국적마저 다른 이들을 자신의 주 활동무대가 아닌 낯선 곳에서 보고 대하면서 일시에 집중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내 일상의 삶과 일을 벗어나 여러 가지의 고정관념을 단기간에 깨뜨리고 삶에 강한 충격을 준 십 여일의 여정이었다.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해 변하는 문화를 인식하지 못하면서도 못 따라갈 정도로 뒤쳐진 것은 아니라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좇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던 것이 현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능하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세대를 넘나들며 대해야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읽을 수 있겠다. 시대에 뒤지지 않고 흐름을 따라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고 감았던 내 눈을 뜨게 해준 의미 있는 변화들이요 여행이었다.


'변두리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다른 해방  (0) 2017.04.20
봄을 맞으며  (0) 2017.03.16
찐득이   (0) 2017.01.19
세월의 힘   (0) 2017.01.18
흔적 속의 기억  (0) 2017.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