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보아에 진 두 별(다윗의 조가)
길보아에 두 별이 졌다.
사울왕과 요나단
그대들 생전에 친밀하더니
죽음조차 나누지 못했네.
길보아, 너에게
이슬도 비도 없고
풀도 나무도 열매도 없으리니
두 별이 길보아에 떨어졌음이라.
빛나던 칼과 방패
주인을 잃었고
허공 가르던 창과 활
땅위에 뒹구네.
그대들은
사자와 독수리
용맹하고 빠르더니
이제 길보아에 별로 누웠네.
내 형 요나단
그대 있음에 내 맘 늘 따듯하더니
여인보다 더 사랑한
그대 떠나매 내게는 텅 빈 세상.
잃었던 가족과 재산 되찾아 시글락에 돌아온 사흘째 되던 날. 우리는 채 피곤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한 전사가 찢어진 옷에 흙투성이로 날 찾아와 사울왕과 요나단의 죽음을 전했다. 그는 아말렉 사람이었는데 자신이 회복 불가능한 사울왕의 목숨을 끊었다며 죽음의 증표로 왕관과 팔찌를 가져왔다. 그는 사울왕이 죽었다는 희소식(喜消息)을 전해준 대가로 어떤 포상(褒賞)을 기대하는 듯했고 우리 진영에도 작은 탄성과 술렁거림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를 하나님께서 기름 부으신 이를 해친 죄를 물어 처형하고, 옷을 찢고 울며 슬퍼하고 모든 이들에게 하루 종일 금식하며 애도하기를 명했다. 나는 진심으로 슬펐다. 이스라엘의 군사력과 군의 사기도 알고 블레셋의 형편도 알아 전쟁의 결과를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패배는 받아 들이기 어려웠고 몹시도 나를 괴롭힌 사울이었지만 왕의 죽음도 슬펐고 요나단의 죽음은 내 손발이 잘려 나가는 듯 아픈 상실이었다.
사울왕은 초대(初代)가 다 그렇듯 많은 고생을 하고 한 일도 적지 않다. 많은 전쟁에서 나라를 적들로부터 지켜냈고 검소하게 살았을 뿐 왕으로서 영화를 누린 것은 별로 없다. 인간적으로는 안됐다는 생각을 한다. 치명적인 질병을 가지고 분명한 자기 확신도 없고 하나님을 굳건히 의지하지도 않았고 하나님의 돌보심도 그다지 받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의 신뢰도 미약했고 누구도 온전히 신임하지 않아서 외롭고 고독한 평생을 살 수밖에 없었다. 나와의 관계도 그 밑바탕에는 자신감의 결여 곧 열등감이 깔려 있었다. 그것은 내가 왕을 두 번째 살려 주었을 때 가장 크게 느꼈을 것이다. 죽음의 순간도 안됐고 장례(葬禮)의 과정도 순탄하지 못할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프다.
요나단 형의 죽음은 나를 극도로 슬프고 힘들게 했다. 형에게 도움만 받았지 내가 해준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골리앗과 싸우고 돌아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마음이 통하고 뜻이 통했다. 오랜 기간 헤어져 있다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며칠을 같이 있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친형제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 통했다. 내 사정을 왕께 전하고 왕의 진심을 살펴서 나에게 알려줬고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십 광야의 숲에 숨어 있었을 때에는 많은 비난과 노출의 위험도 무릅쓰고 찾아와 나를 격려해 주어 그 위기를 넘어가게 해 주었다. 왕궁에서 내편이 되고 항상 내 처지를 변호하는 것은 늘 형의 몫이었다. 반면에 나는 형이 죽음의 위기에 내몰려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음이 너무도 민망하다. 죽음의 소식을 듣고도 달려 갈 수 없음이 서럽고 원망스럽다. 그러나 형을 향한 내 마음을 형도 알고 나를 향한 형의 마음을 나도 안다. 아무도 알 수 없고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형과 나의 관계다. 결국은 나도 머지않아 형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그때 그곳에서 반갑게 만나 못 다한 정을 한없이 지속할 수 있으리라. 형이여, 잘 가요. 내 손으로 형의 눈 감기지 못하고 손 흔들어 이별하지 못해도 내 뒤따라 곧 가리니 한 발 먼저가 기다려요. 못난 동생 다윗이 눈물로 형을 보냅니다. 반드시 다시 만나요 우리. 형님 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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