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한국이 싫어서

변두리1 2016. 12. 26. 19:17

한국이 싫어서

 

   여러 상을 받고 많은 작품을 쓴 1975년 서울태생의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청년들이 직장을 구하기가 지극히 어렵다고 하는“88만원 세대”,“N포 세대를 자처하며 헬 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주인공 계나는 서울의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을 나와서 공백 없이 직장생활을 한다. 기자가 되기를 원하는 착실한 남자친구도 있다. 그런데도 굳이 호주로 떠난다. 부모도 친구도 서운해 하고 말리는 길을 떠나며 남기는 이유는 한국이 싫어서덧붙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이다.

 

   무엇이 젊은 그녀로 조국을 그토록 싫어하고 이곳에서 살 수 없도록 만들었는가. 찾아가 정착하려는 호주는 외국인인 그녀에게 지산낙원일 수 있는가. 이 땅에서는 비전이 없단다.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가문이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어서 여기서는 못살겠단다.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그런 이들을 보면 맞장구를 처 주고 어디든 가서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땅에 그들보다 못한 처지에서 땀 흘리며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땅이 좋다고, 살만하다고 코리안 드림을 안고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을 기억할 수는 없을까.

   그녀가 호주에 가서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 차고를 개조한 곳에서 살기도 하고 다국적 인들과 하우스셰어를 하기도 한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의지할 근거도 없는 곳에서 부딪치며 사는 삶이 얼마나 힘겨운가. 호주에서 만나는 이들 중에 재인과 리키가 있다. 재인은 한국인, 계나와 큰 차이 없이 그렇고 그런 처지다. 그래도 싹수와 의리가 있어서 주인공을 곧잘 도와준다. 리키는 인도네시아 갑부 가정 출신이다. 그들 사이에서 계나는 키예나라 불리는데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자신의 부친에게 이야기도 하고 인도네시아에 가서 사업을 하자고 제안도 하고 청혼처럼 요청도 한다. 하지만 계나는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 사이에 한국에 있는 남자친구 지명은 방송사에 기자로 취직을 하고 계나에게 연락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계나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으니 들어와 함께 살자는 것이다. 예전에 그녀를 가족들에게 소개할 때에는 자신이 독립할 처지가 못 되는 실업자여서 발언권이 약해 계나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져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계나는 지명을 의지하고 귀국을 한다. 몇 달을 함께 살아보지만 그런 삶은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님을 확인한다. 결국 또다시 호주로 떠나고 지명은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한다.

   호주에서도 위기가 있었다. 엘리라는 여성은 텍사스 출신이었는데 정의감도 있고 예쁘고 잘하는 것도 많은 만능 스포츠우먼이었다. 계나가 롤모델로 삼고 한동안 따라다니기도 했었다. 호주에 그런대로 적응을 하고 집을 빌려서 다시 학생들을 받는 랜드로드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 엘리가 집에 찾아와 베란다에서 아래층으로 뛰어내려 다리를 다치고 방송과 신문에 보도가 되어서 주거지 관리부실의 책임으로 모든 것을 잃고 쫓겨났다.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법과 합리에 익숙한 이에게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얼마간의 우여곡절을 겪고 다시 돈을 모아 한 번 더 랜드로드를 했는데 그 때는 입주를 약속하고 보내준 수표가 위조된 것이어서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 내면에는 경찰의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무시가 있었던 듯하다. 재판에 넘겨져 큰 어려움 없이 해결이 된 것을 볼 때 경찰과 변호인들의 무성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호주로의 두 번째 출국에 재인이 함께 했었는데 출입국처리의 부주의로 문제가 생겼다. 재인이 한국국적으로 입국을 했다가 호주국적으로 출국하는 꼴이 되어서 들어온 적이 없는 호주인이 나가는 격이었다. 그 곤란한 상황에 재인은 목소리를 높이고 억지를 부렸다. 그 광경을 보는 계나는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해결이 되고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억지가 통했다. 정상보다 억지가 통하는 곳, 겉에는 매끈했지만 속으로는 빈곳이 많았다.

   계나는 호주에 다시 입국하면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 질거라고 자신에게 약속한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세계는 더욱 좁아져 지구촌이 되었다. 국경의 의미는 갈수록 희미해져 간다. 이 땅에 타국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고 한국인들도 세계로 진출해야 한다. 보다 앞서 더 열악한 상황에서 지구촌 곳곳을 피땀으로 열어놓은 한국인들이 있다. 소설의 기능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드러냄이라는 측면도 있다. 아무리 많은 이들이 이 땅이 싫고 살 수가 없다고 떠난다 해도 더 많은 이들은 이 땅에 남아서 희망을 가꾸며 농촌을 지키듯 살아갈 것이다.

   이 땅이 숨이 턱턱 막히는 시절도 있었다. 헤어날 수 없는 가난의 시기도 있었다. 전쟁이 휩쓸고 가 폐허였던 때도 있었다. 세계에 아이들을 내보내야만 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 때를 돌아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하고 살만한 나라가 되었다 하겠다. 한 번 더 도약에의 결심이 필요하다. 이제 비벼댈 언덕이 있으니 안팎에서 노력하면 한국이 좋아서찾아오고픈 나라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난 그래도 내 땅에 희망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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