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롯 구출기(아브람)
시날 왕 아므라벨을 비롯한 수메르와 바벨론 지역의 사대 강대국이 연합군을 형성하여 가나안땅 소금바다 근처의 다섯 왕들의 연합군과의 치열한 전투가 가나안의 주요도시들에서 벌어져 북방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수많은 가나안의 도시들이 파괴되고 약탈을 당했다. 가나안지역이 북방의 수메르와 바벨론의 지배를 받아 왔었는데 가나안의 힘이 비축되어 북방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했던 것인데 역부족(力不足)이었던 셈이다. 나는 변방의 산악지대에 살고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나와 아주 관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쟁의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간 며칠 후 북방으로 잡혀가다 탈출한 사람이 나에게 찾아와 잡혀간 이들 중에 롯과 그 일행이 포함되어 있고 그들의 재산도 다 약탈당하고 빼앗겼다고 알려줬다. 그 전쟁이 이 땅의 유일한 내 피붙이를 잡아가고 어렵게 모은 그의 전 재산을 앗아갔다. 마음이 지극히 혼란스럽다.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가나안땅의 유력한 다섯 왕들이 힘을 모아 싸워봤어도 일방적으로 패했는데 나 혼자 대드는 것이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는 것인가. 우리 집에 천여 명의 인원들이 있어도 여자들과 노인들 그리고 아이들을 제외하면 사백 명이나 되려나. 또한 그들을 다 데리고 갈 수도 없다. 이곳에도 최소한의 인원은 남겨두어야 한다. 그들이 있다고 하는 단까지 오백여 리(里).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식량과 물자를 공급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조카 롯이 당한 아픔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최대한의 힘을 기울여서 할 수 있는데 까지 해 보는 거다. 해도 안 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내 편의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는 하다. 출전하여 내가 죽기라도 하면 우리 가문은 끝이다. 후손도 없으니 대를 이을 수도 없고 내가 없으면 가나안의 내게 속한 이들도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다고 내가 가지 않는 원정전투는 상상할 수도 없다.
전투의 속성상 늦출 수가 없다. 시간을 끌수록 저들은 본토에 가깝고 우리는 힘들어진다. 가신들을 소집하여 상황설명을 했다. 그들은 롯과 그 일행의 사정은 안됐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다. 내 결심을 확고히 밝히고 인력을 최대한 모으고 신속히 이동할 것을 주문하면서 각자의 할 일을 명확히 지시했다. 얼마나 서둘렀던지 한 시간도 못되어 출전자들이 모두 선발되었다. 삼백십팔 명. 다시 그들에게 삼사일 버틸 짐을 꾸리게 하고 가족들에게 인사 겸 유언을 하게 했다. 결코 안심하거나 만만한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마지막 점심을 가족들과 함께하고 지체 없이 출발했다. 불안하고 힘든 추격의 길이었다. 단까지 쫓아가니 적들의 거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추격을 결심한 순간부터 노심초사 생각해낸 공격방법을 가신들을 불러 모아 전달했다. 척후에 의하면 적들은 승리에 도취하고 항거할 세력이 없다고 생각하여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어서 며칠을 잔치 중이었고 경계조차도 서지 않고 집에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우리일행은 군사가 적으므로 군사를 나누어 밤중에 기습을 하기로 했다. 준비되지 않은 이들을 향한 한밤중의 급습(急襲)은 대 성공이었다. 적들은 허둥지둥 도망가기에 바빴다. 겁을 먹고 무기마저 버리고 도망하는 이들은 사기도 전의(戰意)도 없었다. 우리는 롯과 그 일행들 그리고 재물과 가축들을 모두 되찾았다. 나는 롯을 보자 끌어안고 울었고 롯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나에게 무언가를 혼잣말하듯 한참동안 웅얼거렸다. 우리는 붙잡혀 갔던 사람들과 빼앗긴 재물들을 모두 챙겨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무거운 마음으로 떠났던 가나안으로 자랑스럽게 귀환했다.
소문은 우리보다 빨랐다. 소돔 왕과 유력자들이 영접을 위해 나와 있었다. 나와 우리 일행이 이렇게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다. 우리가 이 모든 것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고 돕지 않으시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저들은 하나님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니 나에게 큰 공을 돌리고 다섯 나라가 연합하여 왕들이 직접 나섰어도 하지 못한 일을 혼자서 해냈다고 칭찬이 대단하고 내 환심을 사려고 애쓰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모든 지역을 대표하여 소돔 왕에게 그 지역의 사람들과 재물들을 돌려주었다. 소돔왕은 사람들만 돌려받을 테니 재물은 나의 소유로 하라고 오히려 간청을 한다. 그들로서는 물론 사람들을 되찾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고 감지덕지(感之德之)할 일이다. 하지만 나로서도 하나님께 쓰임 받은 것일 뿐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니 그 재물을 내가 차지할 일은 아니다. 나는 그곳에서 먹고 쓴 것과 함께 갔던 이들의 몫을 제외하고는 실오라기 하나 신발 끈 하나도 같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원소유주들에게 돌려주었다.
이번 일을 통하여 하나님의 이름이 높임을 받았다. 사실은 나도 하나님의 능하심을 더욱 분명히 알게 되었다. 전번의 이집트 사건을 겪으면서도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했고 이번 일을 통해서는 내가 미리 헤아릴 수 없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생활 속에서 분명히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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