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아브라함

이제는 서로 독립할 때(롯과 헤어지고 아브람이)

변두리1 2014. 6. 21. 17:00

이제는 서로 독립할 때(롯과 헤어지고 아브람이)

 

  이집트에서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를 비싼 대가를 치르고 체험하고 파라오의 명에 의해 그 땅에서 나와 다시 가나안 남방으로 돌아왔다. 갈 때와는 달리 돌아 올 때는 가축과 은금(銀金)이 풍부했다. 파라오는 호의적이었고 나를 선대(善待)해 주었다. 돌아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카 롯의 목자들과 내 목자들 사이에 영역다툼이 벌어지고 서로의 가축이 섞이기도 하며 풀밭과 냇물을 두고도 티격태격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때로는 다툼이 격렬해져 신체접촉이 있기도 하고 패싸움 직전으로 가기도 했다. 서로 모른 척 아무 일도 없는 듯 넘어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니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서로에게 상처가 덜되고 현명한 일 일듯하다.

 

  조카 롯을 만났다. 그도 목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최근의 상황들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갈대아 우르에서부터 하란을 거쳐서 가나안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함께 해 왔고 아는 이 하나 없는 가나안에서 서로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었었는지는 새삼스럽게 되뇌지 않아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 방안이 분명해도 서로 먼저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내가 나설 수 밖에 없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잘 알고 있으니 지역을 나누세. 모두가 노비와 가축과 소유들이 늘어나서 생기는 일이니 좋은 일 아닌가. 우리끼리 싸울 일이 무엇이 있는가. 가나안 온 땅이 우리 앞에 있으니 자네가 먼저 고르게. 자네가 왼쪽을 하면 내가 오른쪽을 하고 자네가 오른쪽을 하면 내가 왼쪽을 하겠네. 조카 롯은 내게 먼저 고르라고 말했지만 누가 어디를 선택하든 문제될 것이 없다고 조카에게 떠넘겼다. 롯은 전후좌우를 한참을 둘러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동쪽은 요단으로 뻗었는데 물이 넉넉한 평야지대고 반대편은 산지로 이어져 있다. 그는 오랜 고심 끝에 나에게 미안하다며 자신은 동쪽을 택하겠다고 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서운함이 조금 있다. 그러나 결과가 그럴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했었고 그렇게 하려고 선택권을 그에게 강권한 것이다. 조카와 함께 한 세월이 하루 이틀이 아니니 그에 관한 웬만한 것은 다 예상할 수 있다. 그도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행동에서 읽을 수 있었다. 명백한 사실을 놓고 그토록 고민할 필요가 없었는데 긴 시간을 끈 것은 그의 인간적 고민을 보여준 것이다. 인간적 예의나 상식을 고려하면 평지를 택하기 어려우나 평지의 유혹을 실제적으로 뿌리치기는 어려워 눈 질끈 감고 도리는 아니지만 고른 것을 나는 안다.

 

  한편은 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적지 않은 걱정도 있다.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이 그 땅에 있을 것 같다. 좋은 곳은 많은 이들이 노리고 있어 지키기가 어렵고 범죄도 많아 지역적으로 타락하기도 더 쉽다. 그래도 살기가 더 편리하고 목축이나 농사에 보다 효율성이 있을 것 같아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인다. 동쪽 곧 요단을 선택하고 미안한 듯 절 한번하고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떠나는 뒷모습이 애처롭다. 저나 나나 객지에 와서 많은 고생도 하고 설움도 겪었는데 헤어지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아내에게는 조카 롯이 내게 선택을 양보해서 내가 먼저 산지를 골랐다고 얘기해야겠다. 나는 환경이 좋으면 사람들이 게을러진다고 생각한다. 사는 곳이 조금은 척박하고 불편해야 좋게 하려는 노력과 궁리를 한다. 어쩌면 산지가 나와 내 후손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겠다.

 

  하나님께서 내가 서운하게 느끼리라고 여기셨는지 나를 찾아오셔서 눈을 들어 동서남북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너와 네 후손에게 영원히 주리라고 말씀하셨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불안하신지 한 번 더 그 땅을 종(縱)과 횡(橫)으로 두루 다녀보라 내가 그것을 네게 주리라고 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이니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고 믿지 않을 수 없다. 나와 내 후손에게 주신다고 하니 기쁘다기보다 걱정과 의문이 먼저 든다. 그러면 롯과 그 후손들은 어떻게 하시겠다는 것인가. 요단과 산지로 나눈 것은 나와 롯의 결정이고 하나님은 이 땅을 다 나와 후손에게 주시겠다는 것인가. 하기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라도 최후의 결정권은 하나님께 있다. 그래도 함께 오랫동안 고생스런 여정과 삶을 함께 나눈 롯과 그 후손들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내와 노비들과 가축들 그리고 모든 소유를 이끌고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 수풀로 옮겨서 먼저 하나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았다. 가나안에서 내 삶의 우선순위는 하나님께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얼마 전의 이집트사건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그 사건으로 하나님을 보다 실제적으로 알게 되었고 내 삶에 보다 구체적으로 함께 하시는 분임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내 삶에 아쉬움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나와 내 후손 가운데 후손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나와 아내 둘 다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데 자녀가 없다는 것이 하나님께서 약속을 반드시 이루실 줄 믿으면서도 허전하고 불안하다. 조카 롯과도 헤어졌으니 이제 내가 의지할 이는 하나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