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야곱

죄송합니다(야곱)

변두리1 2015. 8. 27. 23:49

죄송합니다(야곱)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형님, 모든 분들께 죄송하단 말씀을 올립니다. 최근의 일로 많은 염려를 끼쳐드리고 얼마 동안일지 모르나 이제는 집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 일들이 모두 제게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커지고 가정이 힘들어진 것을 보면서 저의 생각이 너무 짧고 부족했음을 알았습니다. 생각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떠나는 길이지만 가족 모두에게 죄송스러움을 표하기 위해 글로 남기려 합니다.

 

  아버지께 죄송합니다. 예상 못한 제 행동으로 가장 큰 곤란을 겪으신 분이 아버지임을 잘 압니다. 저 스스로도 전혀 계획한 것이 아니어서 어떻게 그 과정이 진행되었는지 잘 모를 정도입니다. 그래도 아들로서 연로해 눈 어두우신 아버지를 속여서 내 이득을 챙긴 결과가 되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아버지의 건강상태가 어떠한지가 드러낸 나쁜 아들이 되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앞으로는 걱정을 끼치지 않는 아들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신앙의 가문이 되도록 하는데 온힘을 다 쏟겠습니다. 경험은 일천하지만 나이가 있고 힘도 있고 건강하니 제 걱정은 안하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더욱 건강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어머니께도 너무나 죄송합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얼마나 아끼시고 많은 기대를 걸고 계시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에 얼마나 마음을 쓰셨는가를 생각하면 제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 날의 평소 같지 않으셨던 단호함과 완강함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몰아친 가정의 험악한 분위기에 많은 마음고생을 겪으시는 것을 다 지켜보았습니다. 얼마나 힘이 드셨든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며칠 드러눕기도 하셨습니다. 그런 일을 보면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제가 하란으로 가는 것도 어머니의 배려임을 잘 압니다. 이 나이 되도록 가나안을 벗어난 일 없이 어머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가장 잘 알 듯이 어쩌면 어머니도 제가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아니면 어머니께서 늘 염려 하시는 믿음의 며느리를 얻을 수 없어서 강제로 그분이 저를 어머니의 친정인 하란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분이 저를 철저히 지켜주실 것입니다. 형도 오래 마음이 꽁하는 성격이 아니니 곧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없는 동안에 누구보다도 어머니께서 허전하고 힘드실 것을 압니다. 형님 상황을 보아서 충분히 풀렸다고 생각되실 때 연락해 주세요. 연락받으면 그곳의 일을 정리하고 신속히 돌아오겠습니다. 저 자신보다도 어머니가 더 걱정이 됩니다. 저에 대해서는 마음 편히 여기시고 스스로를 중히 여기셔서 건강하시기를 빌겠습니다. 형에게 마음을 많이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밖으로 도느라 건강을 해치기 쉬울 텐데 예전에 챙기지 못한 것이 헤어지려니 마음에 남습니다.

 

  형에게 정말로 미안하고 죄송함을 표합니다. 형이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면 아무리 과격한 행동을 하고 거칠게 대한다 해도 그 원인이 저에게 있고 책임이 제게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기에 제게는 어떻게 해도 괜찮지만 부모님은 한 번 더 헤아려서 연로하신 분들을 잘 모시기를 바랍니다. 도망가듯 집을 떠나면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부모님들이 형님을 얼마나 끔찍이 위하는지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부모님을 책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아버지는 전혀 이일을 몰랐습니다. 제가 그렇게 행동한 일이 없어서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평소에 아버지의 성격을 상상만 해도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형도 잘 알 것입니다. 어머니도 이번 일에 관여한 바가 거의 없습니다. 어머니는 일이 진행되는 것을 일기는 하셨지만 제가 힘으로 밀어붙이니 막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나 자신도 그 때에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개인적인 이기심과 명예욕의 노예가 됐거나 무엇에 홀린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도 평소에 형에게 질투나 미움을 느껴본 적이 없고 마냥 부러워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혹시 형 자신만 제외하고 온 가족이 똘똘 뭉쳐서 이번 일을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제 어리석음과 판단착오로 벌어진 일입니다. 그 일의 벌로써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집과 고향을 떠나 하란으로 갑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형이 미워하고 고생시키지 않아도 공의로우신 그분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시는 것으로 생각하기 바랍니다. 형의 억울함과 노여움은 당연합니다. 형의 마음이 풀리고 안정이 되었다는 소문이 들릴 때 돌아오겠습니다. 형의 노여움이 풀리지 않으면 평생 밖으로 떠돌 각오로 뉘우치며 살겠습니다.

 

  간곡히 부탁드리니 연로한 부모님을 잘 모시기 바랍니다. 어디에 있든지 못난 동생은 형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서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언젠가 반가운 얼굴과 뜨거운 마음으로 만나길 고대하며 집을 떠나며 몇 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