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생각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변두리1 2015. 6. 12. 13:27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온 나라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공기로는 전염이 안 되고 환자의 기침과 재채기에서 튀어나오는 비말(飛沫)로만 전염이 된다는 것을 최고수준인 대형병원에서 막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딱하다. 아무 의심 없이 사용하던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쓰기 어렵게 되고 병원은 두려움을 일으키는 기피시설이 되었다. 지난해에 큰 사건을 거치면서 선생님 말씀대로 하라는 얘기를 하기가 조심스러워졌다. 우리사회를 지탱해 오던 토대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개인적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언론이 처음에는 치사율이 40%에 이른다며 심각성을 부각시키더니 언제부턴가 병원 밖에서는 감염사례가 없다며 지나치게 위축될 것이 아니란다. 병원을 벗어난 지역사회 감염우려가 없다면(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3000여 곳 가까운 교육기관의 휴업은 무책임한 지나친 대응이다.

  국가적 사건들을 겪으면서 언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텔레비전 방송채널이 그렇게 많을 이유가 있을까. 조금이라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끌기 위해서 주목을 받는 사건이나 사태의 진전에 대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무차별하게 추측과 선정을 버무려 생방송으로 쏟아내는 일들이 많아서 피해자들도 적지 않게 생길 듯하다. 언론이 구성원들의 여론을 오롯이 보여주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 방향으로 몰아가겠다는 과욕과 오만을 보는 듯 하고 그것을 마치 자신들의 사명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고 그것을 자신들의 권력으로 생각하는 것도 같다.

  우리사회가 어려운 일을 만날수록 차분해지면 좋겠다. 먼저는 자신들의 할 일을 성실히 수행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그 다음에 잘 잘못을 가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위기가 발생하면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사태를 처리하고 높은 분들은 현장에 가지 않으면 어떨까. 할 일 많은 담당자들을 더 힘들게 할뿐, 그들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얘기래야 모두가 추측 가능한 상식선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언급을 한다고 하면 오히려 사태해결에 걸림이 될 뿐이다. 국회도 담당자들을 불러들여 실속 없이 호통만 치는 민망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한다.

 

  그 순간만 넘기자는 얕은 수가 아니라 시간적 여유를 갖고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꼼꼼히 분석해 같은 어려움을 되풀이 하지 않고 유사한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확실한 지침서를 작성하여 지속적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사전에 완벽히 대비할 수는 없다. 예상치 못했던 일에 한 번은 허둥댈 수 있지만 같은 일로 거듭 낭패를 당하는 것은 국민의 위임을 받은 일꾼으로서 직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어려울 때 너와 나 없이 다 같이 최선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우리의 미덕이었다. 일을 마치고도 남의 노고를 높이고 자신의 노력이 미흡했음을 돌아봄이 아름다운 태도다. 어려운 일을 겪으며 주변사람들이 고맙고 함께 살아갈 만한 세상임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픔을 나누고 상처를 서로 싸매주는 공동체의식이 우리를 하나로 묶고 희망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메르스는 조만간 물러갈 것이다. 그것이 우리사회가 더 성숙해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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