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이집트에서(아브람)
약속받은 땅 가나안에도 흉년이 들었고 식솔들이 한둘이 아니니 식량문제가 간단하지가 않았다. 당장이야 문제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하니 이집트로 이주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어느 것이 옳은지, 나와 자손에게 허락된 땅이 가나안이니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그곳을 고수(固守)해야 하는 것인지, 유목민(遊牧民)의 습성을 따라 제한 없이 이동해도 되는 것인지 분명한 판단은 서지 않지만 많은 식솔들을 대책 없이 방치하는 것도 무책임한 처사가 아닌가.
하루하루 줄어드는 양식에 마음을 졸이다 이집트로의 이동을 결심했다. 모든 식솔들과 가축을 이끌고 이집트에 가까워지자 뜻밖의 문제가 불거졌으니 아내였다. 아내가 출중한 미인이라서 내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하는데 아내가 미인인 것을 자랑스러워만 했었지 그 때문에 내 생명이 위협받을지는 몰랐다. 나는 어디가나 떠돌이 신세니 나 하나 죽어도 큰 문제될 것이 무엇이랴 생각하니 쉽게 넘길 일이 아니고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나는 소심한 겁쟁이다. 내 마음속은 아내의 미모와 그로인한 나의 위태로움으로 가득차고 온갖 좋지 않은 상상들이 나를 떠나지 않고 괴롭혔다.
아내와 상의를 했다. 이집트사람들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인데 당신이 빼어난 미인이어서 그들은 당신을 파라오에게 데려가려 할 것이고 그 일에 남편인 내가 방해가 된다고 느끼면 나를 죽일지도 모르니 어떻게 하면 좋은가. 아내도 처음에는 별 걱정을 다한다는 투였지만 내가 심각하고 진지하게 거듭 얘기하니 함께 염려를 하며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동안의 궁리 끝에 얻어낸 결론이 아내를 동생이라고 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 것 같지는 않지만 죽임을 당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복잡한 마음으로 이집트에 이르렀다. 걱정했던 대로 미모의 아내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어서 그들은 아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곧바로 묻는 질문이 이 미인이 누구이며 나와는 어떤 관계냐는 것이다. 미리 대비를 해 두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내는 오빠와 동생이라고 했다. 그들은 파라오 앞에서도 아내 이야기를 했는지 왕도 아내를 보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왕궁으로 가게 되었다. 파라오는 아내를 보자마자 눈빛이 달라지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아내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들은 자연스레 아내와 나를 오누이로 소개했고 왕은 우리에게 한 번 더 관계를 확인했다. 나는 문제가 커지고 심각해진 것을 직감(直感)했지만 그러나 어쩔 수 있으랴. 이제 와서 오누이가 아니고 부부라고 하면 누구 손에 어려움을 당할지 알 수도 없고 고관들은 세심하지 못한 실없는 이들이 되고 나와 아내는 왕을 놀린 꼴이 된다. 그때는 내가 살아남기를 바랄 수 없으리라. 파라오는 내 아내를 자신의 아내로 들이고 싶다고 했고 우리는 크게 당황했지만 그것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 왕과 고관들이 모두 기뻐하며 우리에게 축하를 건네고 우리는 황당한 축하를 받으며 속으로는 당황하면서도 겉으로는 “예, 예.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파라오는 처남이라며 내게 특별대우에 많은 노비와 소와 양, 낙타와 나귀를 선물로 주었다.
아내는 왕궁에 남고 나와 고관들은 왕궁에서 물러나왔다. 이를 어찌하면 좋은가. 식량문제와는 비할 수 없는 난제가 되었다.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자리에 누워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하나님께 하소연 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적으로는 전혀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분이 책임지셔야 할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지하고 기댈 곳이 그분밖에 없었다.
파라오가 또 나를 부르니 맛있는 음식을 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으로 알았다. 마음은 무거운데 그것을 표현 못하고 도리어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하니 견딜 수 없는 고통일 수밖에. 왕궁에 도착해 보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왕은 대뜸 여인과 내가 어떤 관계인지 확실하게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다. 나는 아찔했지만 한편으로는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왕은 나와 고관들이 물러 나온 후 갑자기 왕과 그 가족 모두가(아내 사래를 제외하고) 몹시 고통스러운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왕궁의 의원들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들이 적잖은 고통을 겪고 난 후 하나님은 파라오에게 그 질병의 원인이 내 아내를 보호하기 위함임을 알리고 나와 아내를 선대하도록 명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내 아내를 지키시고 지극히 어려운 문제를 풀어 주셨다. 이 일은 곧 모든 고관들과 신하들에게 알려져 그들도 나를 두려워하고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이번 일로 하나님의 능력과 세심하심을 새롭게 체험했다. 그런 하나님이 내 편이 되시고 함께 하시니 더 이상 흉년이 두렵지 않다. 어디에서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던 난제를 하나님은 너무도 간단히 해결하시고 내 실수에 은혜를 베푸셨다. 지금은 어떤 것도 겁나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게 살았는지 알았고 나와 아내, 롯과 모든 식솔들에게 이번 일은 큰 경험이요 잊을 수 없는 체험이 되었다. 하나님을 의지함이 우리의 가장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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