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혜(아브람)
하나님은 나에게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고 여러 번 약속하셨다. 확실히 해 두고 싶어서 이 땅을 나와 내 후손이 차지할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겠냐고 그분께 물었다. 하나님은 의식(儀式)을 갖추라고 하셨다. 그것은 정식으로 약속을 해 주시겠다는 의미다. 필요한 준비를 하고 기다리던 중 시간이 흐르고 졸음이 밀려왔다. 환상 중에 하나님의 뜻을 계시(啓示)해 주시겠다는 의미인가 보다. 날이 저물고 큰 흑암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흑암은 하나님의 상징으로 그분이 임했다는 증거다. 그분이 임하면 때로는 따듯함, 평온함, 혹은 두려움을 느낀다.
환상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이 우레처럼 들려온다.
너는 반드시 알라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그들을 섬기겠고
그들은 사백 년 동안 네 자손을 괴롭히리니 그들이 섬기는 나라를
내가 징벌할지며 그 후에 네 자손이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오리라 너
는 장수하다가 평안히 조상에게로 돌아가 장사될 것이요 네 자손은
사대 만에 이 땅으로 돌아오리니 이는 아모리 족속의 죄악이 아직
가득 차지 아니함이니라. 내가 이 땅을 애굽 강에서부터 그 큰 강
유브라데까지 네 자손에게 주리라.
말씀이 끝나고 연기 나는 화로가 보이며 타는 횃불이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갔다. 생명으로 약속을 지키겠다는 서약의 의식을 하나님께서 나에게 해 주신 것이다. 가나안 땅을 확실히 내게 주시겠다는 것은 알겠는데 내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사백 년을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과 후에 큰 재물을 가지고 나온다는 건 무슨 뜻인가. 우리에게 그 약속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한 가지는 분명해졌는데 또 다른 어려운 숙제를 떠안은 느낌이다.
의식을 위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자리에 누웠다.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녘에 설핏 잠이 들었다. 골몰히 생각해서 인지 연관이 있는 듯한 꿈을 몇 가지 꾸었다. 첫 번째 꿈은 화려한 마차에 짐을 싣고 수십 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가고 있었고 그 다음은 난 데 없이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묵묵히 힘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화가 난 듯도 하고 아무 생각이 없는 듯도 했다. 다시 깼다가 꾼 꿈은 물들이 절벽처럼 쌓여 섰는데 그 사이를 끝없이 많은 사람들이 보따리를 이고 지고 가축들을 끌고 걸어가고 있었다. 각각이 너무 선명해서 잊혀 지지 않았다. 벌써 수개월이 지났지만 얼마나 강렬한지 현실에서 겪은 것처럼 선명하다.
롯과 그 자손들은 어찌될 것인지 궁금하고 걱정도 된다. 하나님은 그들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으신다. 전번에 단까지 쫓아가서 구출해 온 후로 롯에게 가보지 못했는데 적당한 기회에 가보아야겠다. 괜히 민망하게 거듭 고마움을 표하고 어쩔 줄 몰라할까봐 가지 못했었다. 지나간 일 가지고는 너무 여러 번 얘기해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백 년 동안 다른 이들에게 괴롭힘을 받을 것이라니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나님께 간청을 하려 해도 “너는 반드시 알라”고 못 박아 강조하시니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일이 꼭 필요하고 하나님의 뜻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이고 감당(堪當)하겠지만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사백 년이 지나서야 내 후손들이 이방 나라로부터 다시 돌아와 이 땅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 기간이 필요한 이유가 아모리 족속의 죄악이 아직 가득 차지 않아서란다.
어느 땅에 사는 사람들의 죄악이 넘치면 그들은 그 땅에서 사람들과 자연에 의해 추방을 당한다. 아담과 하와도 죄악으로 에덴에서 추방을 당했다. 소돔과 고모라 사람들은 죄악으로 심판을 받고 아예 죽임을 당해야 했다. 사백 년이 차면 가나안 원주민들이 그들의 죄악으로 자연과 사람들에 의해 추방을 당하고 내 후손들이 그 땅을 이어받는다는 것이다. 죄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누구라도 죄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나와 우리 일행도 어느 순간에 죄악에 깊이 빠지면 살고 있는 곳에서 추방당하고 심하면 아예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의식을 통해 주시려 했던 것은 바르게 살라는 것이었던 것 같다. 바르게 사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 기준으로 사는 것이다. 곧 하나님 앞에서 늘 하나님을 느끼며 하나님과 함께 사는 것이다. 돌이켜 내 지난날들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도록 부끄러움을 느낀다. 오늘 나의 모든 것이 온통 하나님의 은혜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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