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인터뷰

인간답게 살아야지

변두리1 2022. 3. 8. 20:16

인간답게 살아야지

 

추울 때 생각나는 따뜻한 사람, 장발장과 함께 합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를 왜 불렀는지 모르지만 유익한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체격이 무척 장대하시네요. 압도되는데요. 체격 덕 보신 적 있나요?

물론 있지요. 반대로 어려움을 겪은 적도 여러 번 있어요. 그런 걸로 단순하 게 유·불리를 따질 수는 없을 거예요.

빵 한 조각 훔친 것으로 19년 옥살이를 했다면서요, 사실인가요?

출발은 빵 하나였는데 그 후로 여러 가지가 더해졌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굽니까?

형사 자베르입니다. 자신의 할 일에 무섭도록 철저한 사람이었지요.

의외네요. 미리엘 신부라고 예상했는데요.

그분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제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 삶의 전환점이 었어요. 제 삶의 바닥에 늘 그분 눈빛이 있어요.

그럼 코제트는 어떤 의미인가요?

내 친자식 이상의 또 다른 나입니다. 알게 된 후로 항상 나와 함께 했고 마지막 순간에도 그랬습니다. 한 공간에 함께 없어도 내 마음은 항상 코제트 와 같이 있었지요.

마들렌으로 몽트뢰유 시장을 합니다. 인생역전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는 데 힘들지 않았나요?

어리석은 질문이에요. 모든 삶이 힘들어요. 다 힘들다면 의미 있고 진실하게 남에게 도움 되는 삶이 그래도 낫지 않나요?

팡틴이라는 여인이 있어요. 코제트의 친모인데 시장님께 거칠게 대들고 모욕 을 줘요. 그런 이들을 포용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역지사지(易地思之)지요. 내가 험한 세상에서 힘겨운 일들을 당해보았어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지요.

현직 시장일 때 샹마티외라는 이가 장발장으로 재판을 받아요. 증인들도 있어서 나서지만 않으면 문제될 게 전혀 없는데 자신이 장발장이라고 증언하고 죄인이 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간답게 산다는 걸 오래 고민했어요. 진실이 진실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요.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고 그렇지 않다 해도 적어도 나는 알고 있 으니 떳떳치 못하지요.

혼란과 위험 속에서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를 살려내요. 청년을 들쳐 메고 하수구를 통과해 구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코제트를 위해서였어요. 내 자신이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살았고 코제트의 유년시절 역시 그랬으니 내게는 따뜻한 가정이 몹시 그리웠지요. 그 애들은 행복해야 한다는 일념이었어요.

평생 힘들게 했던 자베르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그를 살려줘요. 왜 그랬나요?

그로 인해 내가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를 미워하거나 잘못이라고 생각 한 적은 없어요. 자신의 일에 철저한 직업인의 전형이었지요. 잘 살았다 인정해주고 싶었던 걸 그 때 표현한 거지요.

특출한 신체 조건과 재능들을 가지고 살아가요. 그런 것들의 의미는 무엇 일까요?

이 시대에는 외모, 성적 매력, 지적 능력, 운동능력, 노래와 춤 같은 것들이 겠죠. 그런 것들은 양날의 칼이 아닌가 싶어요. 그들 때문에 선택이 크게 좁아질 수도 있고 운명이 갑자기 바뀔 수 있어요. 평범한 게 커다란 행운일 수 있다는 거지요. 그래도 나를 이렇게 만들어준 빅토르 위고님께 무한 감사 해요.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

세상은 선악과 흑백이 공존해서 테나르디에 부부처럼 해충(害蟲) 같은 이들 이 있는가 하면 그들의 자녀 중에 지고지순한 에포닌이 있어요. 지나친 낙관 과 절망을 경계하며 선을 기대하고 적어도 자신은 인간답게 살아야지요.

험악한 세상에 한 줄기 빛처럼 사셨던 장발장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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